[기고] 정상적인 병성감정으로 농장동물 진료권 정상화 기여해야|곽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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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동물병원 곽성규 (전 제주양돈수의사회장)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병성감정기관의 불법적 운영 행태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자 이에 대한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근본적으로 수의사의 ‘진료행위’와 ‘면허 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 병성감정 실시기관의 지정 취지에 대한 오해가 보인다.

또한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불법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같은 수의사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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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에서 동물의 진료라 함은 진단과 치료를 아우르는 연속적인 행위로, 다양한 경우의 수에서 치료를 선택해 나가는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과정이다.

수의사법에서는 ‘동물진료업’을 ‘동물을 진료(동물의 사체 검안을 포함)하거나 동물의 질병을 예방하는 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법부에서는 ‘동물의 진료 또는 예방’을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 수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으며(무면허 진료행위의 금지), 동시에 수의사 면허자라고 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의사법은 동물진료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병원을 개설하도록 하고 있다. 적정한 동물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동물병원의 관리의무, 진료수의사 신고, 연수교육 이수 등 다양한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의사 등 다른 면허 체계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해당 면허를 이용한 전문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면허자라 하더라도 규정된 시설을 갖추고 영업의 허가 또는 신고를 할 것을 요하고, 당국의 관리가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병성감정기관 문제와 별개로 진료 과정에서 약품회사 등 업체 소속 수의사의 역할을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면허 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수의사가 아니면 어떠한 진료행위도 할 수 없다. ‘업체 수의사가 할 수 있는 보조 업무에 대해 수의계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와 구성원들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불법이 아니라면 애초에 불필요한 논의다. 불법진료행위가 없다는 주장에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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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병성감정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죽은 가축이나 질병이 의심되는 가축에 대해서는 가축전염병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가축방역기관에서 병성감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축 소유자등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일정 시설과 능력을 갖춘 대학, 민간 연구소 등도 가축병성감정 실시기관으로 지정하고 병성감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렇듯 병성감정기관은 가축전염병의 신속한 진단 등 방역 목적으로 운영된다. 사람의 진단검진센터와 같이 동물병원에 일상적 정밀진단검사를 제공하기 위한 기관으로 업무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특위에서도 병성감정기관의 병성감정 행위 전반을 문제 삼지 않는다. 다만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동물병원처럼 일상적 질병에 대해서 약품·사료회사와 정기계약을 하고 이루어지는 질병 진단행위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람에서 병원과 검사기관이 정기계약하여 진행하는 검사들과 마찬가지의 형태이지만, 그 주체가 동물병원이 아닌 병성감정기관과 병성감정수수료를 대납해주는 기관과의 계약인 것이 더욱 문제다.

농장동물 임상의 발전을 위해 전문적인 진단기관이 필요하다면, 의료기관으로 운영되는 사람의 진단검진센터와 같이 수의과대학 등의 동물병원을 통해서 심화된 진단검사를 수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병성감정기관이 과연 가축전염병의 예방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병성감정기관에서 이루어진 법정 가축전염병의 진단 실적이 얼마나 되는지, 이러한 진단을 통해 가축전염병의 예방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전염병의 전파 차단을 위해 가축전염병이 의심될 때에는 가축의 소유자, 수의사, 연구책임자, 해당 농장을 방문한 동물약품 또는 사료 판매자 등은 방역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가 아닌 가축의 소유자, 업체 등은 수의사나 병성감정기관에 가축의 진단이나 검안을 의뢰한 경우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이는 동일한 가축에 대해 수의사 및 병성감정기관에서 신고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신고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가축전염병 진단 여부와는 별개로 의뢰를 받은 시점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병성감정기관에서 정당하게 병성감정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고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신고 없이 행하는 진단행위는 그 목적을 상실한 불법 진료행위로, 이런 기본적인 역할과 의무는 방기한 채 진단검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주장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업체에서 병성감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은 현장에서 임상수의사가 배제되는 기형적 산업 구조에 일조했으며, 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

동물용 의약품등 취급규칙에서는 포괄적으로 동물용의약품제조업자 등이 동물용의약품의 판매를 촉진할 목적으로 현상품 또는 사은품등의 경품류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거 해석을 보면 경품류는 “사업자가 자기 또는 자기와 거래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의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에 부수하여 일반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제상의 이익”을 말한다.

또한 거래라 함은 상품이나 용역이 생산되어 최종수요자에게 이를 때까지의 모든 유통단계에서의 거래를 말한다.

따라서 약품업체가 납부하는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약품을 구입하게 될 농장에게 편익등의 용역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병성감정기관 등에 제공되는 리베이트 여부와는 별개로 불법성을 갖는다. 특위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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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와 대한수의사회는 가축병성감정 실시기관 고유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농장동물 임상체계의 붕괴를 막고자 적법한 업무 수행을 강조하는 것이다.

동물병원의 역할을 침해하는 불법적 운영은 어떠한 형태로 포장하든 동물의료체계를 훼손하는 주범으로 절대 협의사항이 될 수 없다.

신고대상 가축전염병의 과다 및 이동제한 우려에 따른 농장의 검사 회피 등 현행 법령‧제도에서 나타는 문제점들은 그 나름대로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들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악습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농장동물 임상의 미래는 없다.

농장동물 임상 체계가 붕괴되면 이는 우리 축산업에도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것으로, 동물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각계의 전향적 협조를 촉구한다.

[기고] 정상적인 병성감정으로 농장동물 진료권 정상화 기여해야|곽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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