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병원생활] `재활의학 붐은 온다` 김석중 동물재활학회 부회장

반려동물의 몸과 스포츠에 대한 관심, 재활의학 붐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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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의 다양한 활동과 삶을 조명하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9기가 “아무튼, 수의사생활”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프로젝트는 [학교생활, 병원생활, 회사생활, 사회생활]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의대에 입학하고 한 명의 수의사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기까지 겪는 중요한 이벤트와 활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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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병원생활]에서는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들을 취재해보았습니다. 영상의학과, 치과, 재활, 외과, 특수동물 순으로 5편의 기사가 연재됩니다.

재활의학은 최근 반려동물 임상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분야입니다.

2016년 한국동물재활학회가 설립되면서 국내 재활치료 저변이 확대되었고, 몇몇 동물병원은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수의사들이 쓴 <반려견 홈 트레이닝 – 올바른 홈트레이닝과 재활>이 출간되어 동물재활에 관심이 있는 수의사와 보호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가 있습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동물재활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중 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사진)을 만나 재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대표 원장과 한국동물재활학회 부회장, 골관절 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김석중입니다.

 

재활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재활은 주로 정형·신경외과 환자에서 신체 기능장애를 회복시키고, 일상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상해나 통증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환자에서 수술을 하지 않거나 수술 이후의 환자를 관리할 때 재활이 꼭 필요합니다. 급성·만성 질환 모두에 적용됩니다.

재활치료 방법은 다양합니다. 도수치료부터 물리치료기기, 운동치료, 재활한방치료, 수치료(수중런닝머신, 수영등)등을 통해 재활치료를 진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재활의학에서 운동기 질환의 예방을 위해 성장견부터 성견, 노령견에 맞는 운동요법을 강조하며 수의사와 보호자들에게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의외과학, 나아가 재활의학에 대해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01년 졸업하면서 전북대 김남수 교수님께 진로상담을 한 후 외과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2007년 본원 개원 후에도 외과에 전념했죠.

외과 진료를 계속하다 보니 수술을 하든 하지 않든 환자 증상 개선에 한계를 느꼈어요. 환자의 통증관리와 신체기능 회복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인의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물 진료에서도 외과 환자에 재활이 필수라는 점을 인지하면서 재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동물재활학회에도 그래서 참여하시게 됐나요

2009년 한국동물재활연구회가 전신이며, 2016년 국내 재활의학이 동물에게 절실함을 느낀 교수님과 원장님들이 뜻을 모아 한국동물재활학회를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전문가가 없어 해외에서 재활 전문가를 초빙해 공부했죠.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보고싶다는 생각에 이듬해인 2017년 미국의 재활 전문교육을 알아보고 1년간 전문자격을 공부했습니다. CRI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수의사들이 이후 세미나 등을 통해 국내 수의사들에게 재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급해주신 미국동물재활협회(CRI, Canine Rehabilitation Institute)에서 재활치료전문자격(CCRT, Certified Canine Rehabilitation Therapist)을 취득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7년 CRI 단체를 알아보고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교육은 Intro, Therapist, Sports medicine, Internship 4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원래 교육 중 촬영이 불가한데, 함께 갔던 재활학회 원장님들의 재활치료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이 전달됐는지 촬영을 특별히 허가해주었습니다. 현장 영상들을 한국에서 몇 번이고 돌려보며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CRI 교육은 주로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되며 호주, 유럽 등에도 교육과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미국에 2주씩 체류하며 교육을 받았습니다. 각 교육과정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며, CCRT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5일 정도 인턴쉽을 해야 합니다.

 

재활치료전문자격이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되었나요?

재활을 알면 수술 이후 회복까지 생각하면서 수술에 임하게 됩니다. 신체 기능에 중요한 근육과 인대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외과 수술에 임하게 되면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술 후 기능적 회복을 위한 예후도 매우 좋아지게 되는데요, 당연히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도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자격을 취득하면서 수의사로서 외과와 재활을 함께 할 수 있다는 큰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전문가로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격 취득 후에도 재활분야에 관심을 갖고 더 부지런히 공부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네요.

 

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에서 재활한방센터와 재활운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활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재활 치료에는 무엇보다 진단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숙련된 수의사의 신체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습니다. 추가 영상 검사를 통해 확진 후 치료 계획을 수립합니다.

진단 결과에 따라 도수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한방치료, 수치료 등이 적용됩니다. 환자의 진단에 따라 치료 목표를 세우면 여러가지 치료법을 활용하죠.

재활한방센터에서는 신경계 환자들에게 침치료와 한방약을 처방하여 신경자극과 통증관리를 하며, 관절 및 근육 통증관리에도 적용합니다.

재활운동센터에서는 근육의 유연성, 근력과 관절의 가동성, 고유수용감각 회복, 밸런스 강화 등을 위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카발레티, 피지오볼, 밸런스 디스크 등의 기구를 활용해 질환에 맞는 동작을 수행하고 숙련시켜 집에서도 이어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입니다.

재활치료에서 앞서 중요한 것이 진단입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 계획이 명확해집니다.

가령 근골격계 질환에서 증상이 확연한 골절, 인대파열, 탈구 등은 외과 전공 수의사면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질환의 정도가 미약하거나 근육, 건 등의 질환은 숙련되지 않으면 쉽게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본원에서는 숙련된 진단 툴로 명확히 진단하여 질환에 맞는 재활 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병원에서만 하는 재활치료는 만성환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재활운동을 정확히 알고 꾸준히 해주어야 재발이나 악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홈케어 및 운동법을 정확히 교육하고 있죠.

 

재활치료센터 운영의 장단점이 있다면

가장 큰 장점은 외과 수술 후 신체 기능 회복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 및 보호자와 접점이 발생해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재내원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단점은 ‘비용(매출) 대비 시간 소요가 많다’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점은 재활을 위한 방문 횟수가 많아지고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추가적인 진료가 이어지므로 큰 단점이라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활 치료는 꼭 수술 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수술이 필요치 않는 외과 환자에서도 재활이 상당히 필요합니다.

재활운동센터

재활치료센터를 운영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나요

재활치료를 시작한 초기에 만났던 6개월령 포메라니안 LCPD 환자가 기억나네요. 수술 후 통증에 의한 불용성으로 무릎의 가동성이 4주만에 급격히 악화된 환자였는데요, 12주에 걸친 주2회 재활 치료를 통해 완전히 회복하였습니다.

재활치료 과정에서 실시한 운동치료가 성장기에 있는 환자에서 다양한 운동능력을 향상시켰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요. 이 환자는 치료가 종료된 후에 반려견 유치원이나 놀이터를 다니며 다른 반려견에 비해서도 월등한 운동능력을 자랑했습니다.

보호자는 놀라면서도 기특한 마음에 더욱 열심히 운동을 시켰고, 이후 성견이 되어서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수술한 다리뿐만 아니라 신체 전체가 발달이 되어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험으로 성장기부터 운동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운동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재활치료는 다른 진료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의사가 직접 모든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재활치료에서 수의사의 영역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말은 비용 대비 소요가 많다는 의미겠죠. 현재는 재활에 대한 보호자의 인지와 병원들의 시스템이 덜 갖춰진 부분이 있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더욱 갖춰지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재활치료에서 수의사의 영역과 스텝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 구분되어야 합니다. 재활 치료에 동물보건사의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재활치료에 대한 정규 교육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수해야 하겠지만, 그에 따라 수의사의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비침습적인 재활 치료는 분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재활치료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종합병원에서 할 수 있는 진료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저는 1인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재활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레이저나 전침치료 같은 재활치료는 1인병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특히 레이저 치료와 관련해서는 17년도에 미국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육을 개최했고, 학회내에서도 적극적인 케이스 논의를 통해 일선병원에서의 레이저 치료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재활치료 방법이 다양한만큼 병원 실정에 맞게 준비하여 치료를 할 수 있고 보호자와 접점을 만들기도 좋습니다. 병원의 크기에 상관없이 재활과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반려동물 홈트레이닝’을 다방면으로 알리고 계시는데, 홈트레이닝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재활치료는 연속성이 중요합니다. 만성질환 환자에게 있어 홈트레이닝은 필수죠.

골반 골절, FHNO 환자, 십자인대 단열 수술 환자는 신체 기능이 정상일 수 없습니다. 수술 한 다리의 만성적인 불편함은 체중부하를 감소시킵니다. 이차적으로 근육의 감소, 관절가동성의 감소로 이어져 파행이 악화됩니다.

또한 사지의 체중 부하 밸런스가 무너져 건강한 관절이 추가적으로 손상되고, 추간판 탈출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몸의 질환이 계속 늘어나고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센터에서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 비용 문제로 어려워하는 보호자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홈트레이닝 방법을 알려주고 꾸준하게 하면 위에 언급한 문제를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근골격계 질환이 있어 활동성이 떨어지는 노령환자의 경우 홈트레이닝을 통해 근력, 관절을 강화하면 실제로 활력도 늘어 산책 시간과 놀이 시간이 증가하고 보호자분들도 만족할 수 있어요.

몇 년 전부터 병원 유튜브나 반려동물 박람회 등을 매개로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알리고 있는데요, 이는 넓게 보면 ‘재활의학 부흥’을 위한 밑그림이기도 합니다. 재활의학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스포츠와 운동기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거든요.

제가 근래 관심을 두고 있는 “운동행동학”은 강아지가 성장기 때 적절하게 근력, 밸런스, 유연성, 지구력 등 필요한 운동능력을 키우는 것을 강조합니다.

산악과 같은 변동성이 큰 지형에 적절하게 노출시키거나 강아지 유치원에서 난이도 높은 동작을 수행하는 등 성장기 때 활동범주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현재 재활의학은 수술 후 회복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만, 점차 아프기 전에 몸을 튼튼하게 하는데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여력이 닿는다면 향후 국내 반려동물 스포츠 활성화에도 힘을 써보고 싶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이고, 신체능력향상과 통증관리에 있어 재활의학이 활약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입니다.

 

재활에 관심있는 수의사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동물의 몸과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주변에 있는 반려동물과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보거나, 반려동물 스포츠 대회 등에 활발하게 참여해보세요.

또한 직접 운동을 해보면서 운동과 운동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인의재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해외 커리큘럼으로는 미국의 2가지 교육과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테네시 대학의 CCRP와 미국 CRI의 CCRT가 대표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운영하는 CCRP 보다는 사조직 협회가 운영하는 CCRT가 접근하기 수월하고 재활학회에서도 활성화가 많이 되어있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재활의학에 관심을 갖는 후배 수의사들과 수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재활의학은 다른 임상분야에 비해 마이너한 편이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이 다양합니다. 치료과정에서 대부분의 환자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많은 경우 보호자들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듣게 됩니다. 예를 들어 슬개골 탈구를 겪는 반려동물의 보호자는 반려동물이 미끄러지거나, 내리막길을 뛰거나 점프하지 “못하게” 하라는 말을 수 없이 들을 겁니다.

그러나 재활의학을 알고 있다면 수의사는 보호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안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수의사의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아 롱런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외과와 재활이 접목된 병원에 대한 선호와 반려동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가할 것이고, 재활은 뚜렷한 성장가능성을 갖는 분야입니다. 열심히 한다면 충분한 성과와 프라이드를 갖고 일할 수 있습니다. 재활의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학업과 현장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혜나 기자 hihyenah99@naver.com

[아무튼 병원생활] `재활의학 붐은 온다` 김석중 동물재활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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