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법 처방 잡는다`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

등록 : 2021.04.02 09:28:19   수정 : 2021.04.02 10:39:50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3월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한 가운데, 특위보다 먼저 결성돼 불법 처방전과 사무장 동물병원(처방전 전문 수의사) 문제 대응을 준비하던 수의사 모임이 있습니다.

전북 지역 가금수의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이하 연구회)’인데요, 연구회는 특위와 함께 현장 문제 대응에 나설 계획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응 건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기사로 공개할 수 없지만, 일선의 불법처방 문제는 지역 수의사 사회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없으면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연구회와 특위의 협력이 눈길을 끕니다.

연구회 이효원 회장김종식, 나동균, 진정운 원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연구회 총무를 맡은 김종식 원장은 특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
이효원(회장), 진정운, 나동균, 김종식 원장

Q.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는 어떻게 출범했나

김종식 : 지난해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11월에 창단했다. 처음부터 진료권 문제를 계기로 모였다. 명칭은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로 정했지만 연구회의 제1 과제는 수의사 처방제의 정상화다.

그렇게 지역 내 불법 처방 문제의 대응을 준비하던 중 대수에서 특위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특위 회의에 참관해보니 연구회와 바라보는 방향이 같았다. 특위에서 지적된 진료권 문제가 전북에도 있다. 적극적으로 협업할 방침이다.

이효원 : 연구회 참여에 축종 제한은 없지만 주로 가금과 소 임상수의사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회 결성 목적부터 수의사처방제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지역 양돈 분야에는 사무장 동물병원이 많다 보니 참여를 꺼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종식 : 전북에 대가축(소) 수의사 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는데, 그 분들도 진료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 연구회와 잘 협력할 수 있다. 현재 연구회원 대부분은 가금수의사다.

 

Q. 양돈은 사무장 동물병원 문제가 많다고 하셨는데, 양계는 덜한가

김종식 : 타 지역과 달리 전북에는 하림, 동원, 사조 등 가금의 축산계열화사업자(인티)가 많다. 육계농장도 많다. 그러다 보니 동물병원을 개원해서 농장을 다니는 가금수의사가 많다.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이하 도매상)은 규모가 큰 양돈에 주로 관심이 많았다. 반면 양계는 직접 농장에 와서 부검도 하고 진료를 봐주는 수의사를 원한다. 동물병원이 진료 후 약품을 공급하는 형태다.

 

Q. 고도로 계열화된 축종일수록 불법 처방이나 사무장 병원 문제가 심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나 보다

김종식 : 인티에서도 무항생제 등 인증 축산물 생산에 주력하다 보니 수의사를 통한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수의사 진료부와 처방전을 정확히 만들고 항생제 잔류도 막아달라는 것이다. 하림에서는 따로 가금수의사와 협력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불법 처방, 사무장 병원 행태가 축종을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돈 분야에서 넘어온 도매상들이 약품을 대량으로 뿌리고, 명목 상의 불법 처방전을 만들어내는 일을 양계에서도 반복하고 있다.

 

Q. 수의사처방제는 여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수의사가 진료해서 필요할 때만 약품을 쓰라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거꾸로 약품을 쓰는 것은 농가와 도매상이 결정하고 필요하면 처방전의 구색만 맞추는 식이다.

김종식 : 그렇다.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됐지만 항생제를 포함한 수의사의 처방권은 높아지지 못했다. 그렇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렇게 이 지경에 이르렀다.

나동균 : 농장은 자가진료를 하면서 수천가지 약품을 마음대로 쓴다. 도매상 직원이 부검하고 처방을 내린다. 오히려 새내기 수의사들은 대학에서 농장동물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나온다.

그러다 보니 농가는 수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매상이 약값도 싸고 새내기 수의사보다 더 많이 안다는 것이다. 처방제 하면서 약값만 비싸졌다는 식이다.

Q. 사실 불법 처방, 사무장 병원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역 원장님들이 모여 연구회까지 만들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나

김종식 : 예를 들자면 이렇다. 수의사를 통해 항생제 사용관리를 받던 육계농장이 있다. 그런데 근래 1, 2년간 갑자기 항생제 요청이 없어졌다.

질병이 많았던 농장이고 항생제를 아예 안 쓸 수는 없는 곳이다. 다른 곳에서 약을 구해 몰래 쓰고 있다고 강력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곳은 도매상에서 ‘사육일지에는 적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항생제를 가져다준다(무항생제 인증 농가의 경우 수의사 처방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며, 휴약기간도 2배로 준수해야 한다-편집자주).

그렇게 몰래 써도 출하 전 잔류검사에서 안 나오면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는 식이다.

이런 일들이 지역에서 계속 늘어났다. 제가 진료하던 농장에서도 벌어졌다. 거짓말이 점차 확산됐다. 지금 막지 않으면 불법이 더 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회가 출범했다.

 

Q. 그런 문제의 형태가 다 동일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종식 : 다양한 형태의 사무장 동물병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도매상에게 건물, 차량, 유류비 등을 모두 지원받아 (사무장) 동물병원을 열고 해당 도매상의 거래처를 돌며 처방전을 끊는 형태가 있다. 동물약품업체에서 양돈을 담당했던 수의사를 도매상이 스카우트해 거래처 양돈농장의 처방전을 맡기는 것이다.

이와 달리 처방전 전문으로 따로 개설된 동물병원도 출현했다. 개원 자체에 도매상의 지원을 받지는 않지만, 농장이 아닌 도매상에서 진료비를 받는 형태다.

A도매상에서 월 150을 주면 A도매상 거래농장 15곳의 처방전을 끊어주는 식의 계약을 여러 도매상과 하는 방식이다.

 

Q. 도매상에게 돈을 받고 도매상 거래처 농장에 가서 진료를 보면, 당연히 그 도매상이 취급하는 약을 사서 쓰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 사무장 병원에서 월급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료의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다

김종식 : 그렇다. 도매상이 개설한 사무장 병원이든 따로 연 처방전문 동물병원이든 결국은 같은 형태다.

불법 처방 행태의 죄질을 1점부터 9점까지 따진다면 그 정도도 다양할 것이다. 연구회는 가장 나쁜 9점짜리부터 대응할 계획이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Q. 사무장 병원의 실소유주(도매상)가 수의사 면허를 대여한 것도 불법이지만, 결국 불법 처방행위를 벌이는 것은 수의사다. 음성적인 처방대상약 유통이 가능한 것도 결국 수의사 누군가 처방을 끊어줬기 때문이다.

이효원 : 비(非)수의사인 도매상들이야 먹고 살려고 그런다지만, 불법 처방은 절대적으로 수의사 내부의 문제다.

자기를 먹여 살리는 수의사 면허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는 천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수의사 면허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의식이 너무 없다. 불법을 저지르고, 동료 수의사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당장의 돈벌이를 위해 비수의사와 결탁해 놓고는 떳떳하다. 죄의식도 양심의 가책도 없다.

만약 사람 의사가 환자도 안 보고 처방전을 낸다면 ‘그 놈은 의사도 아니다’고 지탄받을 것이다. 모든 이익단체가 없는 먹거리도 만들려는 판에, 수의사들은 스스로 없애고 있다.

처방전 전문 수의사의 활동은 점점 심해지고, 더 젊어지고 있다. 불법을 저지르는 수의사가 옳고 돈을 버는 판이 됐다. 불법이 정상처럼 여겨진다.

이럴 거면 수의사처방제가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야속한 심정도 든다. 다들 불법을 저지르는데 지키려는 사람만 고달프다.

그래도 수의사처방제는 바로 서야 한다. 농장동물이 안전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의사 본연의 의무다. 대한수의사회가 처방제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후대에 큰 잘못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