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헬스는 무엇을 다르게 하는가? 동물보건의 사회적 가치와 ‘원헬스다움’

[인터뷰]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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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2025년부터 ‘세계 동물보건 현황(The State of the World’s Animal Health)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동물의 건강을 공공재로 보고, 전 세계 동물 보건의 현황과 문제를 정책적으로 분석한다. 2025년 보고서는 백신을 통한 질병 예방의 중요성을, 2026년 보고서는 동물보건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물의 건강은 그 자체로 중요할 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 식량 안보, 경제, 생태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동물보건에 대한 투자는 사회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헬스(One Health)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동물보건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원헬스적인 방식’으로 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함께 고려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기존의 방역이나 공중보건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그 차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서울대 천명선 교수는 지난 9월 30일(수) 검역본부가 주최한 2026 국제수의역학워크숍에서 ‘원헬스 관점의 가축전염병 관리’를 주제로 발표하며 ‘원헬스다움(One Health-ness)’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프랑스 파리의 WOAH 사무국을 방문한 천명선 교수(왼쪽)

2025년 보고서는 백신을 통한 질병 예방의 중요성을, 2026년 보고서는 동물보건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동물의 건강은 그 자체로 중요할 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 식량안보, 경제, 생태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동물보건에 대한 투자는 사회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원헬스는 인간과 동물, 야생동물의 건강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연결을 바탕으로 보건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할지, 그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21세기 들어 웨스트나일병, 니파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거듭 유행했다. 의학, 수의학, 생태학이 각자의 영역에 갇혀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질병·보건 정보를 공유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원헬스’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정보를 연결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같은 질병을 두고서도 각자의 관점은 다르다. 방역 당국은 병원체의 제거를, 농가는 생계의 회복을, 환경 분야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원헬스의 과제는 이처럼 서로 다른 관점을 단순히 모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문제로 보고 어떤 결과를 추구할 것인지 함께 결정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에서는 인간에게 미치는 감염 위험이 우선적인 관심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건강은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인간 감염을 설명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도구적인 요소로 다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만 중요시하는 것은 원헬스를 구현하는 일이 아니다. 인간·동물·환경 세 분야를 연결해 질병을 감시하고 대응하되, 각각의 ‘건강’을 어떻게 구현할 지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원헬스의 주체인 가축과 야생동물은 그저 사람에게 감염되는 병원체의 중간 숙주나 매개체가 아니다. 이들 자체의 ‘건강’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사람에 인수공통감염병을 전파하는 동물이라고 그냥 다 죽이거나 차단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원헬스’라고 볼 수 없다.

WOAH의 『세계 동물보건 현황』 보고서도 이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염병 팬데믹을 실시간으로 맞닥뜨리면 두려움에 이성이 밀린다. 하지만 사향고양이나 천산갑을 잡아죽인다고 사태가 해결되진 않는다.

가령 말레이시아의 니파바이러스 유행은 대표적인 원헬스의 사례로 살펴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집약식 돼지 농장이 증가하고 농장 주위에 과일나무를 재배하는 방식이 확대되면서 니파바이러스의 자연숙주였던 과일박쥐가 돼지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했다. 결국 돼지는 증폭 숙주의 역할을 했고, 인간 감염을 매개했다.

이는 축산 방식과 토지 이용의 변화, 이와 더불어 간접적인 산림 훼손 등이 총체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런 상황은 질병 발생 당시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사후적인 재구성(retrospective)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실제 대응은 원헬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그렇다. 예방 정책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원래 어렵다.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을 때 그것이 정책의 효과인지, 다른 조건 때문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방 효과를 인과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과 원헬스적인 접근이 얼마나 구현되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원헬스의 부가가치 역시 감염병 발생 감소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분야가 가진 정보를 통합해 위험을 더 잘 이해했는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 동물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줄였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원헬스적인 접근이 실제로 얼마나 구현되었는지를 평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그 가운데 하나가 ‘원헬스다움(One Health-ness)’이다.

국내에서도 원헬스적 접근을 위한 기반은 만들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원헬스 보고서처럼 서로 다른 부처가 수집한 인수공통감염병 자료를 통합하는 것은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자료를 함께 모으는 것을 넘어, 무엇을 함께 조사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염소 농장에서 브루셀라병과 큐열을 각각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농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동물과 접촉하고, 어떤 사육·작업 환경이 감염 위험을 높이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질병은 서로 달라도 위험이 만들어지는 사회적·생태적 조건은 중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헬스적 접근은 개별 질병의 감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들을 연결해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함께 위협하는 조건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유럽 NEOH(Network for Evaluation of One Health)는 2018년 ‘원헬스다움(One Health-ness)’을 평가할 수 있는 가늠자로 ▲문제를 함께 정의했는가 ▲함께 계획했는가 ▲함께 조사했는가 ▲시료·데이터·정보를 공유했는가 ▲결과를 함께 해석했는가 ▲다음 발생 때도 마찬가지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인가의 6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이때 NEOH가 시도한 것은 여러 연구 프로젝트들을 두고 정말 원헬스적인지, 원헬스를 실현하는 접근(원헬스다움)인지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세운 것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특히, 인간과 동물이 함께 겪을 수 있는 질병에 대응하는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대응 계획을 어떻게 짜며, 각 사례에서 어떻게 회복해가면서 원헬스의 가치를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원헬스다움은 여러 기관이 얼마나 자주 회의했는지, 얼마나 많은 자료를 공유했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분야가 같은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차이를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루었는가 하는 점이다.

가령 어떤 가축전염병이 발생했는데 추가 발생이 이어지지 않도록 막는데 결국 성공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농가의 생계가 무너지고,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고,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남겼다면 이를 온전한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원헬스적 접근은 방역의 목표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질병 통제라는 목표와 함께 고려해야 할 다른 건강과 가치들을 드러내고, 그 사이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이다.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더라도 지역의 농장이 폐쇄되고 이동이 제한되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다.

처음에는 경계선을 쳤다. 총을 쏘고, 덫을 놓아 멧돼지의 수를 줄이는 일에 급급했다. 하지만 강력한 울타리는 산양 같은 다른 야생동물을 위험에 빠뜨렸고, 수렵 행위 자체가 질병의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WOAH의 『세계 동물보건 현황』 2025년 보고서가 백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단순히 멧돼지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과 백신을 활용해 감염을 관리하는 것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논의할 수 있다. “야생멧돼지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야생멧돼지와 양돈농가가 공존하면서 ASF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서로 다른 방역 전략을 낳는다.

이때 판단 기준은 방역 효과만이 아니다. 양돈농가의 피해, 야생동물의 보전, 다른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지역사회의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가치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과정이 바로 원헬스적인 접근이다.

지난 9월 전라남도수의사회가 주최한 사진전에서도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들의 모습이 담겼다.

수의사는 원헬스에 관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일한다. 공공조직만 보더라도 사람 질병을 다루는 질병청에도 있고, 식품위생 분야에도 있고, 가축과 반려동물은 물론 야생동물 분야에도 수의사가 있다.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다.

학문적·실무적 강점은 더 명확하다. 우리는 동물의 건강을 개체로도 군집으로도 다루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 집단이다. 수의학과는 공중보건과 관련한 기반 학문을 커리큘럼에서 가장 길게 다루는 학과이기도 하다. 쌓는 경험의 스펙트럼도 넓다. 우리는 동물의 생산과 보전, 심지어는 죽이는(살처분) 방법까지 관여한다. 현장의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이 큰 전문가 집단인 셈이다.

물론, 수의사의 이러한 경험과 역량이 곧바로 원헬스적 역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문제 정의를 조정하며,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WOAH의 『세계 동물보건 현황』 보고서는 동물보건의 공공성과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수의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수의서비스의 접근성과 인력, 인프라에는 큰 격차가 있다. 해외에서도, 또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방역 분야의 인력 수급 불균형과 기피 현상은 중요한 문제다.

가축전염병 방역은 국가의 책무이자 수의전문직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공적 임무다. 그러나 이를 전문가 개인의 사명감과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확보하고, 업무와 책임을 적절히 배분하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원헬스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는 단순히 수의사 수를 늘리거나 진단·방역 기술을 강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분야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의 결과를 공동으로 평가할 수 있는 조직과 전문적 역량에도 투자해야 한다.

수의학교육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질병을 진단하고 통제하는 데 능숙한 수의사를 양성해 왔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동물의 건강이 사회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하며, 때로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 사이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의사를 길러내야 한다.

WOAH 보고서가 동물보건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면, ‘원헬스다움’은 그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중요한 것은 원헬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에 걸맞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실제로 바꾸는 일이다.

원헬스는 무엇을 다르게 하는가? 동물보건의 사회적 가치와 ‘원헬스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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