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SF 백신, 상용화 목전에 왔다’ 국내 생산·미끼백신 도입 여부는 과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개발 국제심포지엄 개최..이미 백신 쓰는 중국·베트남·필리핀 정보 공유
한국의 동물용의약품 기업이 정부와 함께 개발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이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9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지 만 7년 만이다.
국산 ASF 백신의 첫 행선지는 해외다. 코미팜이 필리핀에서의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고, 중앙백신연구소도 아시아 각국과 동유럽에 걸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 ASF 백신이 도입된다면 가능성이 높은 쪽은 멧돼지용 미끼백신이다. 다만 멧돼지에게 뿌린 생독백신주는 결국 사육돼지로 올 수밖에 없는만큼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최정록)는 9월 15일(화) 김천 본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개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중국, 유전형 2형 백신에 이어 재조합주 백신 개발도 성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22년 ASF 백신개발과 관련한 국내 전문가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이를 중심으로 매년 개최했던 ASF 백신개발 전문가 세미나를 올해 국제심포지엄으로 확대했다. 이미 현장에서 ASF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당국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중국 하얼빈수의연구소 ASF연구실의 책임자인 자오둥밍 박사(Dr. Dongming Zhao)는 중국의 ASF 발생 경과와 백신 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중국은 2018년 고병원성 유전형 2형 ASF가 처음으로 발생하며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돼지 사육규모가 큰 중국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돈가가 치솟았다. 2021년에는 저병원성인 유전형 1형이, 2021년말부터 2022년초에 걸쳐서는 1형과 2형이 섞인 재조합주(hybrid)까지 출현했다.
자오 박사는 “재조합주는 병원성도 크고, 전파력은 기존의 고병원성 유전형 2형 야외주보다도 높다”고 설명했다. 실험상 동거돈에 전파되는 속도가 기존의 2형 야외주는 9일이었던 반면, 재조합주는 5~7일로 더 빨랐다는 것이다. 자오 박사는 “조금의 차이지만 질병 대응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지목했다.
중국의 백신 개발 전략도 생독백신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개발 전략과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발생한 2형 야외주의 여러 유전자를 제거해가며 백신주를 탐색했고, 자돈 골수세포를 활용한 생산 플랫폼을 확보했다. 모돈·자돈에서의 안전성·효능을 검증해 중국 내에서 상용화됐다.
특히 재조합주에 대한 백신 개발 동향도 눈길을 끌었다. ASF 백신은 유전형 간의 교차 방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날 중국, 베트남, 한국에서의 발표 모두 2형 야외주로 개발된 백신은 재조합주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는데 공통점을 보였다. 재조합주를 막으려면 재조합주에 특화된 백신이 따로 더 필요한 셈이다.
자오 박사는 야외주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삭제하는 기존 백신 개발 전략에 더해 전통적인 세포계대 방법까지 더한 시도를 소개했다. 아직 연구 중으로 논문 발표를 준비하는 단계지만, 야외의 2형과 재조합주 모두에 대한 방어능을 보인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다.

베트남 ASF 백신 360만두분 사용
필리핀, 베트남 백신 첫 상용허가..수의사 처방 요구
베트남에서는 이미 2개 백신이 시판되고 있다. NAVETCO와 AVAC사가 각각 유통하는 ASF 백신은 도합 590만두분이 생산돼 360만두분이 농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발표됐다. 각각 도미니카공화국과 필리핀으로 일부 수출되기도 했다.
다만 모돈에는 사용할 수 없고, 베트남에서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재조합주에 대한 방어능은 없다.
베트남수의축산연구소의 부이 미생물과장(Dr. BUI Nghia Vuong)은 “ASF 발생이 크게 줄고, 검사 물량도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생독백신을 농장에 적용하려면 적절한 모니터링과 예찰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리핀 농업부 동물산업국의 조슈아 크루즈(Joshua Cruz) 수의사는 필리핀 현지의 ASF 백신 상용화 현황을 전했다.
필리핀도 중국·베트남 못지않은 ASF 피해를 겪었다. ASF 발생 이후 양돈 생산량이 31% 감소했다. 다군도 국가인 지리적 환경이 ASF 확산 방지에 유리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섬에서 섬으로 전파되는 걸 막지 못했다. 82개 주(province)들 중 76개에서 이미 ASF가 발생했다. 소규모 농가가 78%에 달하는 산업 환경도 백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요인이 됐다.
필리핀 정부는 식품의약품청(FDA)에서 동물산업국(Bureau of Animal Industry)으로 ASF 백신 허가당국을 변경했다. 동물산업국이 1a, 1b, 2상으로 이어지는 임상시험을 거치며 백신주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다.
크루즈 수의사는 “지난 8월 27일 베트남의 AVAC 백신에 첫 상용허가를 부여했다. 농장이 시중에서 해당 백신을 구입해 활용할 수 있다”면서 “농장이 ASF 백신을 구매하려면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전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백신은 ASF 예방을 위한 도구 중 하나일 뿐 만병통치약(silver bullet)은 아니다. 예찰, 권역화, 검역, 이동제한 등 다른 차단방역 조치와 통합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미팜, 필리핀 허가 절차 막바지
중앙백신연구소, 멧돼지용 미끼백신도 속도
국내 생산·미끼백신 도입 여부는 과제
최정록 검역본부장은 “국내 기업이 중심이 되어 자체 개발한 ASF 백신이 상업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중앙백신연구소와 코미팜이 자사 ASF 백신주의 최신 개발 경과를 공유했다.
중앙백신연구소 유성식 본부장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가이드에 맞게 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 (백신주) 바이러스 배출도 검출되지 않고, 관찰되는 수평 전파도 없으며, 병원성 회복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자돈뿐만 아니라 모돈에서까지 사용할 수 있는 ASF 백신으로서 수출용 품목허가를 획득했다”며 최근 IPVS(세계양돈수의사대회) 발표 이후 아시아 각국에서 관심을 보여 임상시험과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미팜은 필리핀 현지에서 임상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모돈 농장에 대한 시험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비육돈용 백신은 임상시험을 마치고 필리핀 당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크루즈 수의사도 “코미팜 백신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코미팜 서정향 소장은 “1회 접종으로 출하시점까지 방어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고용량을 접종한 임상시험에서도 접종돈의 구강·직장 검체에서 백신주 바이러스 유전자가 거의 검출되지 않고 동거돈으로의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의 사육돼지용 ASF 백신은 수출이 주 목적이다. 국내에서 향후 멧돼지로 인한 오염으로 사육돼지에서 연간 10건 이하의 산발적 발생 양상이 이어질 경우 사육돼지용 ASF 백신이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멧돼지용 미끼백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멧돼지 저감 조치 등으로 오염지역의 확산을 늦추고 있긴 하지만 백신 없이는 멧돼지에서의 바이러스 순환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은 김용주 박사는 “국내외에서 멧돼지로 인한 ASF 바이러스 순환이 끊이지 않는다. 백신을 적용한다면 첫 타깃은 멧돼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중앙백신연구소 유성식 본부장은 “국내 멧돼지 감염 상황을 고려하면 백신이 필요하지만, 생독백신이어야 하는 미끼백신의 특성상 BL3에서의 제조·실험에 한계가 있다”면서 동유럽 지역에서의 기술 이전과 위탁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미팜 서정향 소장도 내달 베트남에서 미끼백신 관련 실험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역본부 최준구 연구관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향후 미끼백신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독백신인 미끼백신이 멧돼지를 대상으로 살포되면, 백신주가 사육돼지로 넘어오는 상황까지 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연구관은 “병원성 없는 백신주가 사육돼지로 넘어온다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도축장 등을 거쳐 번진다면 또다른 상황이 전개된다”며 “ASF 바이러스가 서로 재조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개별 백신주의)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백신 도입에는 굉장히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기업의 ASF 백신 수출이 본격화될 경우 생산 문제도 과제로 지목됐다. 백신주라 하더라도 ASF 바이러스 취급에 BL3급 시설이 요구되고 있어, 사실상 국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에서 임상시험 중인 코미팜 백신도 검역본부의 BL3 시설을 빌려 소량을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포지엄의 한 참가자는 “ASF의 특성을 고려하여 안전성이 확인된 백신주라면, 기존의 BL2에 특정한 조건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식의 ‘BL2+’ 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강해은 과장은 “검역본부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항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양돈산업의 보호도 중요한 부분인만큼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