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바로 보내드립니다” 동물병원 두 번 울리는 ‘사기’ 주의보
의료제품 공급 차질 상황에서 동물병원 대상으로 사기 판친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의료소모품 품절 사태가 동물병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의료물품 사기 사건까지 발생했다.
광주광역시동물병원협회는 최근 회원 동물병원에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를 주의하라’는 공지 문자를 발송했다. 광주 지역 동물병원에서 관련 사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단가표 보내주고 당일배송 해준다면서 선입금 요청…입금하자 연락 두절
사기 피해를 입은 동물병원의 A 원장에 따르면, 본인을 의료기기 업체 영업과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이하 B씨)이 동물병원으로 전화해 ‘주사기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단가표도 보내줬다.
A원장이 B씨로부터 받은 의료기기 단가표에는 상호, 사업자번호, 주소, 연락처, 담당자명, 이메일주소와 함께 주사기, 카테터, 수액세트별 금액이 적혀 있었다. 또한 “주사기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재고였던 물품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단가표를 작성했고, 당일납품 가능하고 주문 즉시 화물기사를 통해 당일배송 해준다”는 공지도 있었다.
A원장은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해당 업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걸 확인하고, 주문한 뒤 돈을 입금했다. 주문 금액은 350만원이었다. B씨로부터 화물기사 연락처도 받았다. 화물기사는 “물류센터에서 바로 배송을 시작했다”며 예상도착 시간까지 알려줬다. 하지만, 사기였다. 도착 예정 시간이 지나도 배송이 되지 않아 택배기사에서 전화하자 ‘수신 거부’가 되어 있었다. B씨의 전화번호 역시 ‘수신 거부’ 상태였다. B씨는 애초에 해당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A원장은 이번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고, 대한수의사회와 광주동물병원협회에 알렸다. 이에 광주동물병원협회가 회원들에게 주의 문자를 발송한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역시 임상 종사 회원들에게 문자를 발송하고 “최근 주사기 수급 불안정 상황을 악용하여 일부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한 주사기 판매 사기 의심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영업 전화 후 대량 주문-입금을 유도한 뒤 연락이 두절되는 방식 등이 확인되고 있으니, 회원 여러분께서는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한수의사회는 주사기 수급 불안정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안에 별도 공급 방안을 추가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원장은 “현재 상황이 특수한 상황이므로, 평상시와 다르게 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병원으로 새로운 영업사원들이 연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선수 결제를 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가, 사업자번호까지 있는 단가표까지 받았기 때문에 미처 사기라고 생각을 못 한 것이다. 단가표의 주사기 금액이 터무니 없이 쌌다면 오히려 의심했겠지만, 중동전쟁 전보다 약 20% 정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한편, 광주뿐만 부천, 진주, 울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비슷한 사기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의료제품 공급 차질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일선 동물병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