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동안 선배님(동료 수의대생)들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지난해 데일리벳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인터뷰가 있었죠. 반려견 승모판폐쇄부전(MMVD) 환자를 대상으로 개심수술을 성공한 넬동물의료센터 엄태흠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엄태흠 원장을 필두로 한 넬동물심장팀은 2023년 MMVD 수술에 처음 성공한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국내 최초로 복합형 심실중격결손(VSD), 세계 최초로 감염성 심내막염(IE) 수술적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넬동물의료센터는 최근 2층으로의 확장 이전, 넬동물심장센터 개소, 수술실 양압환기시스템 도입 등 더 나은 환경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반려마루 봉사활동, 화재피해 봉사활동, 넬 캠페인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도 꾸준히 행사하고 있죠.
넬동물심장팀은 이제 약물적 관리만이 아닌, 수술적 치료라는 심장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보호자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기사에서는 이틀간 넬동물심장팀의 엄태흠, 배우람 원장의 일과를 함께해 보았습니다.

07:40 동물병원 도착
동물병원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며 줄기세포 센터, 세미나실 등 다양한 공간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련된 모습으로 확장 이전한 넬동물의료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보호자들도 오지 않은 이른 아침, 동물병원에 도착해 인터뷰를 하러 왔다고 말씀드리고 로비에서 기다린다. 넬동물의료센터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소개영상이 티비에서 나오고 있다.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심장센터,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수술 준비로 분주하다. 넬동물심장팀은 IV 라인을 잡고 약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08:51 마취 유도
오늘 수술받는 환자는 4.9kg의 9년령 말티즈 별이(가명), ACVIM MMVD Stage C로 폐수종이 있는 환자이다. 저 작은 체구의 귀여운 강아지가 개심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전마취제를 투약하고 알팍살론(Alfaxalone)으로 마취유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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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프로포폴이 아니라 알팍살론으로 마취를 유도하네요?
엄태흠 프로포폴도 좋은 약이지만 심혈관계 억압이라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심장병을 치료하기 위한 개심수술에서는 신중히 사용합니다. 알팍살론은 심혈관계 억압이 비교적 적은 대신 각성기 흥분이 심해 주의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5kg도 안 되는 이렇게 작은 환자들 수술도 자주 하시나요?
엄태흠 4.9kg면 큰 편일 정도로 작은 소형견들 개심수술이 대부분이에요. 가장 작았던 환자는 1.6kg정도입니다. 소형견에 심장병이 많기도 하지만, 소형견을 선호하는 국내 문화로 환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있을 수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엄태흠 오늘 할 수술은 판막륜 성형술과 건삭 재건술이에요. 반쪽짜리 낙하산처럼 생긴 판막이 서로 제대로 맞닿지 않아서 심장질환이 발생하면 그걸 고쳐주는 거죠. 생체적합성이 높은 고어텍스로 인공 건삭을 만들어 줄 거예요.
방에 문이 고장 나서 찬바람이 들어오면 문을 고치는 것처럼 인의에서는 판막 재건술이 Standard therapy예요. Standard therapy는 특정 질병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기준이 되는 치료법이에요. Standard therapy가 불가능할 때 다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하는 거죠.
개심수술을 할 때에는 심폐우회술(CPB, CardioPulmonary Bypass, 체외순환)을 사용하는데, 크게 3가지 목적이 있어요. 심장을 멈추고(motionless surgical field), 피가 없는 수술 시야를 만들고(bloodless surgical field),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장이 멈춘 동안 살아남는 겁니다. 꺼낸 피를 산화시키고 필터를 통해 대동맥으로 다시 내보내는데, 보통 1~2시간정도 심장을 정지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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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관하고 C-line(중심정맥라인)을 잡으며 1번 수술방에서 준비를 마친 별이는 심폐우회술이 가능한 2번 수술방으로 이동한다.
여러 약물들의 지속정맥주입(CRI)과 인공환기(ventilator)를 시작하고 A-line(동맥라인)을 잡은 후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한다.

09:43 수술 시작
수술방에 들어서니 양압환기 시스템, 8단으로 쌓여 있는 펌프, 고급 마취 모니터링 등 다양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역시 CPB가 가장 눈길을 끈다.
수술은 먼저 개흉을 한 후 심장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동·정맥들을 cannulation한다. 이 과정에서 튜브를 통과하는 봉합사를 포셉으로 잡고 있는 듯한 신기한 기구가 사용된다. 장착된 삽입관(cannula)들은 일단 3-way를 닫아서 막아놓은 후 여는 것과 동시에 CPB와 연결한다. 이후 심정지약물(cardioplegia)과 얼린 식염수로 심장 정지, 심장 방혈, CPB 가동 후 체외순환을 시작한다. CPB 옆에는 열 교환기가 있어 이를 활용하여 체온을 조절한다.
심장을 열고 판막륜 성형술과 고어텍스를 이용한 건삭 재건술을 진행했다. 성공적으로 재건을 마친 후 심장을 닫고 심장에 혈류를 채우고자 잠시 CPB를 멈췄다.
이후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초음파를 심장에 직접 대 수술이 잘 됐는지, 판막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역류 없이 무사히 판막이 잘 작동하는 모습이 아름다울 정도다.

수술이 모두 끝나고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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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에 체온은 많이 떨어뜨리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체온이 낮으면 심장과 신체 조직의 산소요구량 적어져요. 그래서 일부러 체온을 낮추는 거예요.
수술 중에 사용하시는 신기한 기구가 많던데 직접 마련하신 건가요?
(웃음) 아 그런 건 아니고 다 찾아보면 있는 기구들입니다. 사람에서 쓰는 것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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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3 술후 모니터링
수술이 끝났지만 별이는 수술실에 계속해서 남아 있다. 수술실에 있는 마취기(Dräger Perseus A500)가 원내에서 가장 좋은 기기라, 환자의 상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수술실에서 계속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이다.
직접 모니터링을 하던 엄태흠 원장은 이내 다른 선생님께 모니터링을 맡긴 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짬을 내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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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따로 있으셨나요?
어린 시절 재래식 화장실을 쓸 정도로 시골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여느 시골집처럼 개들도 키웠어요. 닭도, 염소도 있고 해서 자연스럽게 동물들이 제 친구들이 됐죠. 10년을 키웠던 ‘실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명견 실버라는 만화를 보고 지었던 이름이었어요.
어느 날 아침에 깼더니 이불은 해가 안 드는 곳에 있고, 집이 고요한 거예요. 마당에 나가봤더니 개장수들이 개들을 태우고 있더라고요. 이사를 가야 하는데 개들을 전부 데리고 가진 못하니 일부러 부모님께서 안 깨우신 거죠.
어른들은 실버가 도망쳤다고는 했지만, 형제나 다름없이 같이 큰 친구였는데 알고 있었죠. 사실 불에 타서 바닥에 뒹굴고 있는 개들 중 하나가 실버라는 걸요. 그때부터 동물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 수의대를 진학하게 됐어요.
심장수술전문 수의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9세에는 70%, 13세에는 85% 있을 정도로 개에서 심장병은 흔한 질병이에요. 사람의 흰머리나 비슷한 거죠. 사람에서는 더 근본적인 심장병 치료가 가능한데, 개들은 사실 약만 먹으며 시한부의 삶을 살다가 결국 사망이라는 결과만을 바라보니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근본적인 치료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는데, 사실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죠. 저는 운이 좋게도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심장수술을 준비했던 팀에서 근무했어요. 그때 너무 재밌었죠. 손동주 수의사와 함께 둘이 진짜 4평짜리 병원 옥탑방에서 살면서 공부도 열심히, 재밌게 했어요. 야간에 진료오면 잠을 자다가도 내려가서 보기도 하고 그랬죠.
지금은 충남대에 부임하신 김대현 교수님과 함께 근무했는데, 심장수술을 준비한다고 하셔서 아주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첫 성공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지만, 이후 프로토콜을 바꾸고 점차 성공하기 시작했죠. 생각해보면 저는 외골수 성향이 있어서 막 깊게 파고들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 데일리벳 인터뷰에 응해주셨는데요.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히려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달라진 점이라면 팀의 숙련도가 가장 크겠죠. 작년 인터뷰를 했을 때는 15마린가 했을 때였는데, 당시에는 2주에 한 마리 수술하고 고치고 수정할 점을 생각하고 그랬었죠. 이제는 매주 2마리 이상 루틴하게 수술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100증례를 달성할 것 같아요. 그리고 MMVD뿐 아니라 다른 선천적 심장기형, 심장종양, IE 등 개심이 필요한 환자들로 영역을 많이 넓혀 가고 있어요.
그대로인 점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개선하고 있다는 점이 변하지 않았네요. 새로운 장비도 계속 들여오려고 하고요. 경식도초음파를 사려고 했는데 ‘사야지, 사야지’하는 동안 팀원들 숙련도가 점점 늘어서 구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가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정복하기 힘든 질병들의 새로운 치료법들을 찾고 싶어요. 이번에 했던 감염성 심내막염 케이스도 그런 거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고양이 비대심근병증(HCM)이나 그런 쪽이긴 한데..꼭 외과적 방법이 아니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난치성이라고 여겨지는 질병들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더 나은 길을 찾고 싶어요.
경기도 반려마루나 화재 피해 현장의 봉사활동도 인상깊었습니다.
동물들에게 무언가를 많이 해주고 싶어요. 사실 봉사활동을 가서 환자들을 돌보다 보면 제 정신건강에도 많이 도움이 돼요. 저 때문에 가는 겁니다(웃음).
보호소를 가보면 아시겠지만, 나이가 들고 병든 강아지들은 갈 곳이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요.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조명하려고 하죠. 이런 남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정말로 필요한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어요.
이번에 새로 개소한 넬동물심장센터를 소개해주신다면
흉부외과 수술이 고난이도의 기술집약적인 행위이기도 하고 환경도 중요하기에 더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센터예요. ICU 내에서 사용 가능한 양압 환기나, 이동형 ventilator 등이 마련되어 있어요. Antithrombin III 검사 기계가 동물 검사가 가능한 곳은 국내에 1곳 밖에 없는데, 저희가 이번에 들여오는 중입니다.
원장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체력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출퇴근은 뛰어서 하고 있어요. 집까지 3~4km정도 되는데, 한 달에 100km 정도 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병원 도착하면 땀냄새가 나는데 강아지들은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이후 아침에는 외과 라운딩을 하고 10시 30분부터는 진료를 봐요. 진료를 보는 날은 진료만, 수술을 하는 날은 수술만 하죠. 주말은 심장수술을 하고 계속 모니터링을 하죠.
예전에는 막 밤새서 보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밤 10시쯤에는 집에 들어가요.
심장수술이 있는 날에는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위해 하는 여러 루틴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꼭 녹차를 마셔요. 심장수술 날에 입는 회색이나 청록색 스크럽이 따로 있고 좋아하는 색의 에어리즘을 같이 입습니다. 칼을 댄 것처럼 감각을 예민하면서도 차분하게 만들어 수술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후 수술실에서 모니터링하다가 ICU로 옮기죠.
가을에는 스페인,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배움을 얻으러, 때로는 강연을 갈 일이 많아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진료 반, 세미나 발표와 논문 준비 반이네요. 그게 다 공부도 되는 시간이라 좋습니다.
개심수술이라는 낯선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 저희 병원에서 MMVD 수술을 준비할 때는 돼지 심장으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교보재 주문하는 홈페이지에서 구매해서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하다 보니 심장 구조는 잘 알겠는데 너무 건강한 정상 심장이어서 느낌이 안 살았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일부러 심장이 썩도록 4~5일 정도 방치했고, 흐물흐물해지고 약해진 심장으로 연습했어요. 이렇게 썩은 돼지 심장으로 연습하다 보니 냄새가 어마어마해서 선생님들이 싫어했죠(웃음).
처음 수술한 친구는 하쿠라는 아이였는데, Stage D로 한 달에 3번째로 폐수종이 발생해서 내원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임시보호자분이 이미 자기 강아지 두 마리를 심장병으로 보낸 분이셨어요. 아픈 아이들은 오히려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하쿠는 심장약 돈이 너무 들어서 버려진 거죠. 사실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갈 운명일 친구를 알면서도 데려오신 거죠. 그 마음이 너무 대단했어요.
사실 하쿠는 대동맥판막 역류나 폐고혈압 등 수술에 있어서 안 좋은 점이 많았어요. 경험도 없는 첫 수술을 왜 이렇게 위험하고 상태가 심한 개로 시작하느냐 하는 반대도 있었어요. 하지만 수술이 숙련될 때까지 기다리면 하쿠가 사망할 게 뻔히 보였고, 보호자도 늘 생각하던 이상적인 보호자의 모습이었어요. 심장병으로 망가진 하쿠의 세상을 구해주고 싶었죠.
제가 원래 어떤 수술에서도 손을 잘 안 떠는데, 개흉하고 심장을 만지려고 하는데 손을 덜덜 떠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고 ‘아 긴장했구나’ 생각도 들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숙련도가 적은 상태였지만..마음을 곱게 먹으면 세상이 돕는다더니 하쿠가 잘 살아줬습니다.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날아다니고 있어요.
그때 수술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보니 운전하다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어요. 아직도 추울 때 운전하면 가끔 그 생각이 납니다.

공통질문입니다. 심장수술전문 수의사가 되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사실 뭔가 많이 바뀔 줄 알았는데 그냥 비슷해요. 원장이 됐을 때도 삶이 달라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삶이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사는 방식도 결국 똑같고 열심히 하는 것도, 새로운 것들 공부를 계속 하는 것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도 모두 똑같아요.
다만, 해외에 갈 일이 조금 더 자주 생기게 되었는데, 비행기에 앉아있는 시간이 지루해서 좀 힘들더라고요(웃음).
요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사실 모든 케이스마다 환자가 살아가면 제일 좋고, 사망하면 제일 힘들어요. 이번에 성공한 감염성 심내막염(IE)처럼 희귀한 케이스나 여러 위험성들이 높은 환자이지만, 더 이상 약물로는 방법이 없는 환자가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의미도 크고 보람도 크죠.
케이스를 선택해 가며 성공률 올리는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보호자가 원하고 준비되었다면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도전하려 합니다.
저희 팀이 아무리 열띤 토론을 해도 결국은 도전해서 살려보자는 의견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환자들을 살려주고 한계를 조금씩 늘려가려고 하니까요.
학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진로라든지 그런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말보단 스스로의 소리를 더 많이 들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좋아하는 걸 하는 거고, 좋아하는 건 더 잘하고 싶고, 잘하면 더 재밌어집니다. 40년동안 할 수의사 인생인데 그래도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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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처치실로 올라온 엄태흠 원장은 차트를 점검했다.
이동형 인공호흡기나 투석기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는 것도 그렇지만, 편안한 처치실의 공기, 엄태흠 원장과 다른 직원들과의 친근한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다시 수술실로 돌아와 모니터링을 계속하다 배우람 원장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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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넬동물의료센터 외과원장 배우람입니다. 넬동물심장팀에서 지금은 마취와 체외순환(CPB)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수능을 치고 공대를 갈까 고민하면서 가족회의를 했어요. 그 당시 누나가 수의대를 다니고 있었는데, 수의대가 괜찮아 보였어요. 동물도 좋아하고 의학계열도 재밌을 것 같아서 수의대를 진학했습니다.
마취와 체외순환은 졸업 후 공부를 하신 건가요?
딱히 그렇다기 보다는 엄태흠, 손동주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관심이 있던 분야기도 했고 재밌겠다 싶어서 같이 심장수술을 준비했어요. 내과적인 관리부터 술후 케어까지 아무래도 각자의 영역을 찾아가다 보니 ‘제가 좀 더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봤죠. 저도 외과이긴 하지만 어시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으니, 마취를 보게 되고 체외순환도 공부하게 됐어요.
궁극적으로는 수술에 관심이 있어서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고 여유가 생긴다면 나중에는 집도에 나설 예정입니다.
체외순환(CPB)은 공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람에서의 체외순환이나 수술 같은 것들을 알기 위해 인의쪽으로 접근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병원을 돌아다니며 자문도 구하고, 도움도 많이 받고, 원서도 많이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사실 이 체외순환이라고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접근하기 쉽고 문제가 없으면 잘 돌아가는데, 돌발상황에서 그때그때 검사결과에 따라 어떻게 처치하는지에 대한 것들은 경험이 필요하죠. 인의에서 2인 1조가 한 팀으로 체외순환을 돌리는데요, 마찬가지로 저희도 보조자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의 하루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자마자 외과 라운딩을 합니다. 이후 오전진료를 보고 점심부터는 수술을 합니다. 수술이 없으면 개인적인 공부를 하거나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진료를 봅니다. 보통 8시 출근 6시 퇴근하면 저녁 먹고 헬스하고 자는데,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으면 퇴근이 늦어지죠.
사람처럼 마취, 수술, 중환자실 관리 이렇게 다 나눠져 있으면 ICU로 보내면 되는데, 현재로서는 인력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충분치 않아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붙어서 밤까지 보다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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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 중환자실 이동
인터뷰를 마치고 수술방에서 모니터링이 이어졌다. 이후 환자가 충분히 안정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겼다. 중환자실에서도 모니터링을 하다 어느정도 안정화되어 다른 사람에게 맡긴 후 차트를 본다.
23:20 퇴근
모니터링을 계속 하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온 엄태흠 원장은 집에서 사복 차림으로 다시 나와 늦은 밤까지 모니터링과 차트 보기를 이어갔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담당자에게 모니터링 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을 인수인계한 후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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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이렇게 늦게 퇴근하시나요?
매일 이러지는 않습니다. 심장수술이 있는 날에는 모니터링을 하고 가다 보니 항상 이렇게 늦게 퇴근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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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15:15 술후 모니터링
오늘은 4.11kg의 12년령 치와와 ‘까미(가명)’의 심장 수술이 있는 날, 수술을 마친 엄 원장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수술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19:25 학회 준비
까미가 마취에서 깨고 중환자실로 이동한 후 모니터링을 잠시 하던 엄 원장은 곧 있을 국내·해외학회를 준비한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긴 수술로 인해 헝클어진 머리로 괜찮다고 대답하는 엄 원장, 마지막 질문을 드리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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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때 하면 좋은 활동에 뭐가 있을까요?
저는 임상실습을 많이 했어요. 임상에 뜻이 있다면 동물병원 실습을 많이 가보세요. 아무 책임도 없이 모든 걸 볼 수 있는 학부생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에요.
예를 들어 살아있는 개의 심장 내부를 본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 실습생은 시기가 맞으면 심장수술도 참관할 수 있죠. 다만, 실습을 할 때에는 지식을 쌓는 것 보다는, 내가 평생 하게 될 일을 체험하러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실습을 나간 병원에서 롤모델을 정해서 그 사람의 일과를 출근부터 퇴근까지 따라다니며 지켜봤던 것이 저의 진로를 정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실습 외에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찾는 게 제일 중요해요. 결국 좋아하는 걸 찾아서 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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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마치며…
선배님을 통해 넬동물의료센터의 개심수술 성공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험을 하는 수의사들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데일리벳에서 수술성공 기사로, 인터뷰 기사로 접하며 엄태흠 원장님을 알게 됐고 인터뷰를 준비했다.
아직 본과 3학년의 짧은 지식으론 개심수술을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살아있는 개의 심장, 판막을 보고 CPB 등 신기한 수술장비를 많이 보니 새삼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배움에 흥미와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특히 감명받았던 부분은 엄태흠, 배우람 원장님을 비롯한 심장수술팀의 열정과 가치관이었다. 진심으로 동물들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모두에게 낯선 심장수술이라는 이 길, 성공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인 어드벳(VET)쳐에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졸업이 점점 가까워지며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는 시기, 진로에 대한 고민도 좋지만 삶의 태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던 프로젝트가 되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도전하는 그런 자세, 그런 방향성을 지닌 수의사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할 것이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 프로젝트 ‘어드벳쳐’ 다른 기사 보러 가기
박성오 기자 1231bil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