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벳(VET)쳐: 심장수술 전문 수의사라는 모험] 넬동물의료센터 엄태흠·배우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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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동안 선배님(동료 수의대생)들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지난해 데일리벳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인터뷰가 있었죠. 반려견 승모판폐쇄부전(MMVD) 환자를 대상으로 개심수술을 성공한 넬동물의료센터 엄태흠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엄태흠 원장을 필두로 한 넬동물심장팀은 2023년 MMVD 수술에 처음 성공한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국내 최초로 복합형 심실중격결손(VSD), 세계 최초로 감염성 심내막염(IE) 수술적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넬동물의료센터는 최근 2층으로의 확장 이전, 넬동물심장센터 개소, 수술실 양압환기시스템 도입 등 더 나은 환경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반려마루 봉사활동, 화재피해 봉사활동, 넬 캠페인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도 꾸준히 행사하고 있죠.

넬동물심장팀은 이제 약물적 관리만이 아닌, 수술적 치료라는 심장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보호자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기사에서는 이틀간 넬동물심장팀의 엄태흠, 배우람 원장의 일과를 함께해 보았습니다.

이른 아침 도착한 넬동물의료센터

07:40 동물병원 도착

동물병원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며 줄기세포 센터, 세미나실 등 다양한 공간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련된 모습으로 확장 이전한 넬동물의료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보호자들도 오지 않은 이른 아침, 동물병원에 도착해 인터뷰를 하러 왔다고 말씀드리고 로비에서 기다린다. 넬동물의료센터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소개영상이 티비에서 나오고 있다.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심장센터,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수술 준비로 분주하다. 넬동물심장팀은 IV 라인을 잡고 약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1번 수술방에서 마취를 유도하며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08:51 마취 유도

오늘 수술받는 환자는 4.9kg의 9년령 말티즈 별이(가명), ACVIM MMVD Stage C로 폐수종이 있는 환자이다. 저 작은 체구의 귀여운 강아지가 개심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전마취제를 투약하고 알팍살론(Alfaxalone)으로 마취유도를 한다.

*   *

특이하게 프로포폴이 아니라 알팍살론으로 마취를 유도하네요?

5kg도 안 되는 이렇게 작은 환자들 수술도 자주 하시나요?

오늘 있을 수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

삽관하고 C-line(중심정맥라인)을 잡으며 1번 수술방에서 준비를 마친 별이는 심폐우회술이 가능한 2번 수술방으로 이동한다.

여러 약물들의 지속정맥주입(CRI)과 인공환기(ventilator)를 시작하고 A-line(동맥라인)을 잡은 후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한다.

개심수술 현장

09:43 수술 시작

수술방에 들어서니 양압환기 시스템, 8단으로 쌓여 있는 펌프, 고급 마취 모니터링 등 다양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역시 CPB가 가장 눈길을 끈다.

수술은 먼저 개흉을 한 후 심장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동·정맥들을 cannulation한다. 이 과정에서 튜브를 통과하는 봉합사를 포셉으로 잡고 있는 듯한 신기한 기구가 사용된다. 장착된 삽입관(cannula)들은 일단 3-way를 닫아서 막아놓은 후 여는 것과 동시에 CPB와 연결한다. 이후 심정지약물(cardioplegia)과 얼린 식염수로 심장 정지, 심장 방혈, CPB 가동 후 체외순환을 시작한다. CPB 옆에는 열 교환기가 있어 이를 활용하여 체온을 조절한다.

심장을 열고 판막륜 성형술과 고어텍스를 이용한 건삭 재건술을 진행했다. 성공적으로 재건을 마친 후 심장을 닫고 심장에 혈류를 채우고자 잠시 CPB를 멈췄다.

이후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초음파를 심장에 직접 대 수술이 잘 됐는지, 판막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역류 없이 무사히 판막이 잘 작동하는 모습이 아름다울 정도다.

심장에 직접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 수술 결과를 확인했다

수술이 모두 끝나고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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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에 체온은 많이 떨어뜨리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수술 중에 사용하시는 신기한 기구가 많던데 직접 마련하신 건가요?

*   *

수술 종료 후에도 수술실에 남아 모니터링을 지속했다

15:13 술후 모니터링

수술이 끝났지만 별이는 수술실에 계속해서 남아 있다. 수술실에 있는 마취기(Dräger Perseus A500)가 원내에서 가장 좋은 기기라, 환자의 상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수술실에서 계속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이다.

직접 모니터링을 하던 엄태흠 원장은 이내 다른 선생님께 모니터링을 맡긴 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짬을 내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따로 있으셨나요?

심장수술전문 수의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작년 이맘때 데일리벳 인터뷰에 응해주셨는데요.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히려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경기도 반려마루나 화재 피해 현장의 봉사활동도 인상깊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소한 넬동물심장센터를 소개해주신다면

원장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개심수술이라는 낯선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통질문입니다. 심장수술전문 수의사가 되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요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학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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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처치실로 올라온 엄태흠 원장은 차트를 점검했다.

이동형 인공호흡기나 투석기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는 것도 그렇지만, 편안한 처치실의 공기, 엄태흠 원장과 다른 직원들과의 친근한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다시 수술실로 돌아와 모니터링을 계속하다 배우람 원장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장수술을 위한 체외순환을 맡고 있는 배우람 원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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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마취와 체외순환은 졸업 후 공부를 하신 건가요?

체외순환(CPB)은 공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원장님의 하루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   *

18:57 중환자실 이동

인터뷰를 마치고 수술방에서 모니터링이 이어졌다. 이후 환자가 충분히 안정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겼다. 중환자실에서도 모니터링을 하다 어느정도 안정화되어 다른 사람에게 맡긴 후 차트를 본다.

23:20 퇴근

모니터링을 계속 하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온 엄태흠 원장은 집에서 사복 차림으로 다시 나와 늦은 밤까지 모니터링과 차트 보기를 이어갔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담당자에게 모니터링 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을 인수인계한 후 퇴근했다.

*   *

평소에도 이렇게 늦게 퇴근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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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차림으로 밤 늦게까지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엄태흠 원장

이튿날 15:15 술후 모니터링

오늘은 4.11kg의 12년령 치와와 ‘까미(가명)’의 심장 수술이 있는 날, 수술을 마친 엄 원장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수술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19:25 학회 준비

까미가 마취에서 깨고 중환자실로 이동한 후 모니터링을 잠시 하던 엄 원장은 곧 있을 국내·해외학회를 준비한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긴 수술로 인해 헝클어진 머리로 괜찮다고 대답하는 엄 원장, 마지막 질문을 드리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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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때 하면 좋은 활동에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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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마치며…

선배님을 통해 넬동물의료센터의 개심수술 성공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험을 하는 수의사들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데일리벳에서 수술성공 기사로, 인터뷰 기사로 접하며 엄태흠 원장님을 알게 됐고 인터뷰를 준비했다.

아직 본과 3학년의 짧은 지식으론 개심수술을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살아있는 개의 심장, 판막을 보고 CPB 등 신기한 수술장비를 많이 보니 새삼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배움에 흥미와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특히 감명받았던 부분은 엄태흠, 배우람 원장님을 비롯한 심장수술팀의 열정과 가치관이었다. 진심으로 동물들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모두에게 낯선 심장수술이라는 이 길, 성공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인 어드벳(VET)쳐에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졸업이 점점 가까워지며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는 시기, 진로에 대한 고민도 좋지만 삶의 태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던 프로젝트가 되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도전하는 그런 자세, 그런 방향성을 지닌 수의사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할 것이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 프로젝트 ‘어드벳쳐’ 다른 기사 보러 가기

박성오 기자 1231billy@naver.com

[어드벳(VET)쳐: 심장수술 전문 수의사라는 모험] 넬동물의료센터 엄태흠·배우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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