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미니인터뷰] 세계동물보건기구 OIE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가다

`ASF 방역 위해 대국민 교육과 차단방역 절실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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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수의계의 대표적인 국제기구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고, 5개의 지역 사무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일본 도쿄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아태지역본부)입니다. 데일리벳에서 OIE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찾아 히로후미 쿠지타 본부장과 ASF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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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소동물수의사회 2019년도 컨퍼런스(FASAVA 2019)에 참석했다.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OIE 본부에 방문해본 적이 있던 터라, 도쿄에 가는 김에 OIE 아태본부를 구경해보고 싶었다.

참고 기사 : 나의 세계동물보건기구 OIE 방문기(클릭)

몇 주 전에 미리 OIE 아태지역본부장인 히로후미 쿠지타 수의사(Hirofumi Kugita, OIE Regional Representative for Asia and the Pacific)에게 연락을 해 만날 약속을 잡고 대한수의사회 윤성근 수의사와 함께 28일(토) 오전 사무실을 찾았다.

이미 국제 학술대회, 대한수의학회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었던 쿠지타 본부장은 중국 출장에서 27일(금)에 돌아와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나와 우리를 반겨줬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사무실에 나와 준 쿠지타 본부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OIE 아태지역본부는 동경대학교 내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하철 남보쿠선 토다이메역(Todai mae, N12) 1번 출구로 나가 왼쪽으로 꺾어 조금만 걸어가면, 큰 문(위 사진 참고, 정문은 아니다)이 나오는데 이 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빠르게 OIE 아태본부로 갈 수 있다.

동경대 식품과학빌딩
동경대 식품과학빌딩

여전히 농대 소속인 동경대 수의학과

건물 한 층에 작은 규모로 자리 잡은 OIE 아태지역본부

OIE 아태지역본부는 식품과학빌딩(Food Science Building) 5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OIE 파리 본부를 방문했을 때 생각보다 작은 건물에 국제기구 본부가 있어서 놀랐었는데, 이번에도 ‘국제기구의 지역본부가 건물 한 층만 사용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식품과학빌딩 바로 앞에는 동경대학교 동물의료센터가 있었는데, 농학생명과학연구과 부속 시설이었다. 동경대에 수의대 단과대가 없이 농학생명과학연구과에 속해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쿠지타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는 총 17개의 수의대가 있는데 수의과대학 단과대로 존재하는 곳도 있고 농대 소속인 곳도 있다고 한다. 이어 본인의 모교인 동경대 역시 수의대 단과대 독립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농대 소속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10개 수의대 전체가 수의대 단과대로 독립됐지만, 오히려 일본에 농대 소속 수의학과가 남아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동경대학교 동물의료센터
동경대학교 동물의료센터

동경대 동물의료센터는 1880년 설립됐으며 현재 4층 건물(전체면적 3천 제곱미터) 규모로 운영 중이다. 연평균 1만 5천 마리의 동물환자가 의뢰되며 CT와 MRI 장비도 갖추고 있다. 매년 10~15명의 수의사가 레지던트 및 진료수의사로 합류한다.

참고로 일본 수의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6년제이며, 동경대의 경우 한 학년 학생 수는 30명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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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5층으로 올라가자 한쪽에 OIE 아태지역본부 사무소가 나타났다.

입구에 붙어 있는 ‘전 세계 동물들의 더 나은 건강과 복지, 그리고 공중보건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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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OIE 아태지역본부는 도쿄에 본부가 있고, 태국에 서브 본부(sub-Regional Representation)가 있다. 도쿄 본부에는 쿠지타 본부장을 포함해 총 7명의 수의사가 일하고 있었는데, 수의사들의 국적은 중국, 부탄, 영국, 호주 등 다양했다.

몇 달 전까지는 한국 수의사도 근무했으나, 최근 FAO로 자리를 옮겼다. 7명의 수의사 외에 3명의 일반 사무직원까지 총 10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여기에 인턴십을 하고 있는 포르투갈 수의사가 1명 더 있었다.

태국 서브 본부에는 총 8명이 근무한다고 한다. 관련 정보는 OIE 홈페이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OIE 아태지역본부는 1971년 처음 생겼으며, 쿠지타 본부장은 2013년 4월 1일부터 본부를 이끌고 있다. 동경대 수의대를 졸업한 쿠지타 본부장은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뒤 OIE 아태지역본부장이 됐다.

일본의 돼지열병(CSF) 발생 현황을 설명중인 히로후미 쿠지타 본부장
일본의 돼지열병(CSF) 발생 현황을 설명중인 히로후미 쿠지타 본부장

히로후미 쿠지타 본부장에게 간단하게 OIE 아태지역본부 설명을 들은 뒤, 아시아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ASF 발생 상황에 우려를 표한 쿠지타 본부장은 “ASF 방역은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계속 사람들을 교육하고 차단방역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IE 아태지역본부는 홈페이지(클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섹션을 별도로 마련하고 관련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다. 7월 30~31일에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응 제2차 국제 전문가 회의 발표 자료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OIE와 UN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4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상설전문가 그룹(GFTADs Standing Group of Experts on ASF)을 발족한 바 있다.

OIE 아태지역본부 홈페이지
OIE 아태지역본부 홈페이지


제2차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전문가 회의 모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응하기 위한 제2차 아시아 국제 전문가 회의 모습

아래는 히로후미 쿠지타 본부장과의 짧은 인터뷰다.

Q.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서 발병한 이후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퍼지는 추세인데 어떻게 정보를 파악하나.

A. 관련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OIE 회원국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 뒤 24시간 이내에 OIE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 아태지역본부 회원국 중에 11개국 및 홍콩에서 ASF가 발생했으며, 최근 동티모르에서도 ASF가 터졌다.

24시간 이내에 보고해야 하지만, 발생 보고가 늦는 나라도 있다.

Q. 북한에서도 ASF가 발생했는데, 북한의 상황은 어떠한가.

A. 북한은 지난 5월 30일 OIE에 ASF 발생을 보고했다. 북한에서도 ASF 발생이 공식화된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후속 보고(follow-up report)가 없어 현재 상황은 정확히 알 수 없다.

Q.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ASF 방역은 어떻게 해야 할까.

A. 결국 사람에 의한 전파를 잘 막아야 한다.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서 발생했을 때도 동물 사이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진 게 아니라 사람에 의해 전파된 것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가축전염병의 위험성과 전파 가능성을 알리고, 주의사항을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햄, 소시지 등 불법축산물을 가져오면 안 되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여행자, 농장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져오는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일본에서 ASF가 발생한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농장에서 차단방역을 철저히 하고 조기 신고를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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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나라도 6월 1일부터 불법축산물 반입 시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로 과태료 부과 기준을 강화했으나, 9월 3일 중국 상해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행객의 축산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되는 등 지속적으로 축산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8월 중국에서 ASF가 공식 확인된 이후 국내로 들어오던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은 20건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만 16건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불법 해외축산물 대상 과태료가 강화된 6월 이후 9월 중순까지 한국(4), 중국(6), 우즈벡(3), 캄보디아(2), 태국(1), 몽골(1), 필리핀(1) 등 18건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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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에서도 벌써 9차 발생이 확인됐고, 북한으로부터의 전파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좋은 방역 모델이 있을까.

A. ASF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벨기에, 프랑스 케이스도 한 번 참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벨기에에서 올해 초에 ASF가 발생했는데 크게 퍼지지 않았다. 아는 것처럼, ASF는 아프리카 조지아에서 발생하여 유럽으로 건너갔는데 어떤 유럽 국가는 바이러스가 확산됐고 어떤 나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결국, 사람에 의한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프랑스 경계 지역의 한 숲에서 ASF가 발생했다. 그러자 벨기에 정부에서 발생지역 숲에 약 2m 정도 높이의 펜스를 둘러버렸다. 사람이 아예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발생지역에서 일정 지역까지 경계를 설정하고, 그 경계지역 안에 있는 모든 돼지농장의 돼지를 살처분하고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했다. 현재 해당 경계지역 안에는 돼지농장이 없다.

사람에 의한 기계적 전파를 막기 위해 강력한 차단방역을 실시한 것이다.

오는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3차 ASF 대응 아시아 국제 전문가 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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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지타 본부장과 대화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쿠지타 본부장이 자료를 하나 보여줬다.

일본의 한 학술대회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수의사 진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는 내용이었다. 약 2주 전에 열렸던 이 심포지엄에는 100여명의 일본 수의대생이 참석했다고 한다.

심포지엄에서는 각각 FAO, OIE, WHO에서 일하는 일본 수의사 3명과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미국 예일대학교, UC 데이비스 등 해외 대학교에서 일하는 수의사 3명, 그리고 일본 농림수산성, 외무성 등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수의사 4명이 강사로 나섰다.

이들은 <세계를 리드하는 커리어 버스>를 주제로 후배 수의사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의대생과 젊은 수의사들을 위한 진로 관련 세미나가 열리는데, 국제기구와 외국대학에 초점을 둔 세미나가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OIE 아태지역본부 사무실을 떠났다.

*다시 한번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히로후미 쿠지타 본부장에게 감사드립니다.

[탐방기&미니인터뷰] 세계동물보건기구 OIE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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