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국가 중 `표준수가제` 실시 국가 없다

수가제 도입 요구 전 보험사 자체 노력 필요

등록 : 2018.03.09 07:11:29   수정 : 2018.03.08 19:40:43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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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완화 방안 중 하나로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가 거론된다. 반려동물 보험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동물 보호자들의 부담이 어느 저도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 미만이며, 반려동물 보험 상품의 손해율 역시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해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그렇다면, 정말 동물진료비 준수가제가 도입되어야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반려동물 보험이 잘 자리 잡은 일본의 경우에도 동물진료비 수가제가 도입되어 있지 않지만, 보험사들의 투자와 노력으로 반려보험 활성화를 이끌어 냈다. 결국 투자와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부터 도입해달라는 것은 ‘손 안 대고 코 풀기’라는 지적이다.

최근 공개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연구 보고서’에서도 “일부 이해관계자들이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수가제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제안을 하고 있으나, 선행 정책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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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험활성화를 위해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를 도입하자?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지난해 8월 30일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들이 진료비를 추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보험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이것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 현실”이라며 표준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 해 국정감사에서도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표준수가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보험활성화를 위해 동물진료 표준수가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언론보도와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 표준수가제가 반려동물 보험활성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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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보험 가입률… 원인은 동물등록제 미정착, 모럴해저드 등 

2018년 3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롯데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3곳이다.

2007년 말부터 LIG, AIG, 메리츠화재 등 여러 회사가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출시했었으나 판매 부진과 손해율 상승으로 상품이 사라지고, 삼성화재만 상품을 없애지 않고 유지해왔다. 여기에 2013년 롯데손해보험, 2017년 현대해상이 다시 뛰어들었다.

현재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취급 중인 3개 회사의 손해율은 꽤 크다. 2016년 4월 기획재정부 배포자료에 따르면 롯데마이펫 보험의 2014년, 2015년 손해율은 각각 194.9%와 241.7%였다.

2017년 1월부터 8월말까지 3개사의 판매건수의 총합도 3천건이 채 되지 않을 정도다.

매년 갱신하는 반려동물 보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 수가 3천마리 이하라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12월 검역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견 수는 662만 마리, 반려묘 수는 232만 마리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험들의 손해율이 높은 이유로는 ▲반려동물 가입률이 0.06%수준으로 매우 낮은 것 ▲ 동물등록제 미정착으로 인한 개체식별의 어려움 ▲일부 소비자 및 수의사의 모럴해저드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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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되어 있는 영국, 미국, 일본 모두 ‘표준수가제 없어’

영국의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23%, 미국은 10%이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가입률이 5%에 이른다. 또한 일본의 반려동물 보험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 미국, 일본 모두 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도입되어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가 도입되어 있는 국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정도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도 동물진료비 수가제를 시행했었으나 EU가 자유경쟁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폐지시켰으며, 독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도 폐지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표준수가제 도입 요구하기 전에 보험회사의 자체 노력이 먼저

그렇다면, 해당 국가들은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 시킬 수 있었을까. 연구용역 보고서에 소개된 일본 자료를 바탕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일본의 반려동물 보험의 가입대상은 개, 고양이, 새, 소 등이나 개와 고양이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험 계약 건수는 2013년 84만 건에서 2014년 95만 건으로 13.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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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려동물 보험상품의 평균 보험료는 연간 개 35,005엔(약 35만 4천원), 고양이 27,538엔(약 27만 9천원)이다. 시장규모는 약 230억엔(약 233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일본은 단종보험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반려동물 보험만 판매하는 보험사가 별도로 있다. 그리고 이런 반려동물 보험 전문 회사가 반려동물 보험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단종보험사는 애니콤 손해보험사로 현재 일본 내 펫보험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현재 애니콤이 유지하고 있는 반려동물 보험 계약 건수는 65만 5702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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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직원 중 수의사 100명…다수의 손해사정사가 모럴해저드 예방

일본 최초 펫보험전문 보험사로 건립된 애니콤은 2006년 첫 상품을 만들어 제공했다. 2017년 9월 매출액은 300억엔 수준이고, 전체 600여명의 직원 중 수의사 직원이 100명이나 된다.

전체 직원의 2/3은 손해사정사인데,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모럴 해저드를 최대한 통제한다.

일본 역시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가 없지만, 보험사에서 수의사 직원을 다수 보유하며 현실성 있는 상품개발 및 동물병원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수백명의 손해사정사를 통해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때문에 반려동물 보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애니콤은 특히, 동물건강보험증을 발급해주는 상품도 취급하는데, 동물건강보험증을 제시하면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제휴된 반려동물 동반 가능 호텔 및 숙소 등에서 우대 및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반려동물 보험 시장이 활성화되어있음에도, 애니콤 측은 “여전히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질병예방, 동물보호 의식제고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표준수가제가 먼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반려동물 보험 관계자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험회사들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는가?

일본도 반려동물 보험 시장 안정까지 10년 소요..수의사의 모럴해저드는 철저히 부각시켜 재발 방지

일본에서도 반려동물 보험이 처음부터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일본 역시 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 10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이는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의식변화, 보험사들의 광고/홍보 활동, 수의사들의 협조와 같은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몇 년 존속하다가 없어진 반려동물 보험상품도 많지만, 애니콤처럼 5년 이상 꾸준히 서비스하는 상품들이 생기면서 수의사들의 신뢰가 형성된 측면도 있다.

2016년에는 수의사가 질병이 있기 때문에 보험가입이 안 되는 동물을 보험에 부정 가입시키고 부당한 진료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적발되었는데, 이 사례가 매스컴에서 크게 다루어졌다. 이런 본보기가 동물병원의 자율적 정화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동물진료 표준수가제가 동물보험 활성화의 선행 정책은 아니다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한 연구진들은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가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험 운용을 어렵게 하는 소비자·수의사들의 모럴해저드, 동물병원간 비용편차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험사 내에 손해사정인의 비율을 높여서 과다청구, 부당청구 등과 같은 보험사기의 통제에 특별히 노력하고, 정부 역시 관리감독을 엄격히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수가제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험활성화를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노력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타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하여 보험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는 보험사들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가입률이 높은 국가 대부분이 수가제나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으며, 손해사정사 인력을 강화하는 방법 등과 같이 수가제 이외에도 통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수가제가 동물보험 활성화의 필수적인 선행 정책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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