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 관련,KBS 보도의 여러 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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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25일 <애완동물 자가 진료 금지…“의료비 부담 우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비싼 동물병원비 때문에 반려동물 직접 주사를 놓거나, 투약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내년부터 이런 자가 진료 행위가 금지돼 의료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현재, 수의사법 시행령에 있는 자가진료 조항(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이라면 수술, 주사 등 어떠한 행위의 진료행위를 하더라도 합법)때문에 동물학대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제한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 중이다.

올해 5월 SBS TV 동물농장 강아지공장 편에서 번식장 주인이 무자격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했지만 ‘자가진료 조항’ 때문에 처벌받지 않은 것이 ‘자가진료 조항 때문에 발생하는 동물학대’의 대표적인 예다.

KBS는 “비용 부담 때문에 직접 투약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지만, 내년부턴 이런 자가진료가 모두 금지된다. 당연히 의료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보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하나씩 짚어보자.

통상적인 의약품 경구 투약 행위는 가능함에도 ‘자가진료가 모두 금지된다’고 잘못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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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 내용

KBS는 보도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투약행위도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틀린 내용이다.

수의사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될 때 함께 공개된 ‘규제영향분석서’에 반려동물에 대한 통상적인 투약행위는 허용된다고 언급되어 있으며,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국회토론회에서도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총괄과장이 직접 “비수의사의 외과적 수술을 금지하고, 구충제 등 통상적인 의약품의 경구투약이나 도포는 허용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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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법 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 내용. 이 분석서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즉, 반려동물 자가진료가 제한되더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통상적인 투약행위는 그대로 허용된다. 이런 내용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음에도, KBS는 잘못된 보도를 해 논란을 키웠다.

이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KBS 측이 취재 과정에서 이미 공개된 자료 하나 검색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면서 “직접 투약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지만, 내년부턴 이런 자가 진료가 모두 금지됩니다”라고 잘못 보도했다. 정정보도가 필요한 부분이다.

자가접종 문제점 전혀 언급 하지 않아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제한은 자가진료를 통해 동물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즉, 동물학대 행위를 막는 최소한의 조치인 것이다.

백신은 면역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할 경우 반려동물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부작용 발생 시 응급약물 투여, 기도 확보 등 응급 처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살릴 수 있지만, 집에서 자가접종을 했을 때 부작용이 발생하면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이미 이런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됐다. 

관련보도

백신 자가접종 후 강아지 죽어‥보호자 ˝접종 후회‥약국서 백신 판매 막아야˝(기사보기)

˝강아지 자가접종 불안해서 집에서 못하겠어요˝(기사보기)

강아지 자가접종하다가 바늘이 몸속에 박혔다(기사보기)

강아지 자가접종 부작용 사례…접종하다 환축추아탈구 발병(기사보기)

강아지 자가접종 후 생긴 염증성 삼출물(기사보기)

강아지 자가접종 후 과민반응,피하 염증 발생(기사보기)

하지만 KBS 측은 이러한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자가진료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실제 약국에서 구입한 백신을 자가접종 한 뒤, 부작용이 발생해 자신의 반려견을 잃을 뻔한 보호자가 약사에게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을 때 백신을 판매한 약사가 “자가진료 부작용은 주인 책임”이라고 한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약국에서 구입한 백신 접종 후 쇼크…약사는 `보호자 책임이다`(기사보기)

즉, 단순히 자가진료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지적 뿐, 그에 대한 위험성과 그 책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오순민 방역총괄과장의 코멘트 중 ‘동물 학대를 예방하고…’가 전부였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KBS는 동물병원비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의 코멘트 하나 넣지 않았다. 공정성이 부족했다.

반려동물의 자가진료 금지에 대해 다루면서, 자가진료에 대한 위험성이나 수의사의 의견을 전혀 소개하지 않은 뉴스가 보도됐다. 과연 공영방송으로써 자격이 있을까?

수의사협회 반대에도 정부가 ‘동물병원 수가제’ 폐지…수의사도 억울하다

KBS 측은 보도 마지막 부분에서 “동물병원은 의료 수가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수가가 정해지지 않은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동물병원 수가가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언급하면, 수의사가 이에 대한 비난을 전부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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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보도 댓글 중 일부

동물병원 의료수가는 원래 존재했다.

그런데 정부가 자율 경쟁을 통해 진료비는 낮추고 진료의 질을 올리겠다는 취지에서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를 폐지시켰다. 당시 수의사협회는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되면 문제점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소용없었다.

의료수가제가 폐지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르다고 지적하지만, 수의사도 억울하다.

진료비를 똑같이 맞추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물론, 수의사가 다른 병원의 진료비가 얼마인지 알아보는 것조차 문제가 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1월, 부산시수의사회에서 반려동물 백신 접종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가, 담합행위로서 적발돼 약 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동물병원들이 자유롭게 예방접종비와 사업내용을 결정함으로써 당해 시장에서의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의 후생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결국 동물병원끼리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고 싶어도, 담합으로 여겨져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가격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가격 현황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담합행위로 간주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총괄과 관계자는 “평균적인 진료비를 조사해 단순히 알려주든 그 방법과 상관없이 생산자가 조직적으로 가격정보에 접근하는 행위는 담합의 여지가 있다. 또한 그 정보를 소비자와 공유한다고 해서 담합적 측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KBS 보도에 대해 “그간 자가진료 제한에 따른 진료 허용범위 등에 대하여 의료법사례, 해외사례, 변호사 유권해석 등 법률적 검토를 한 결과, 외과적 수술은 자가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동물보호자가 약국에서 구입하는 약을 먹이거나 연고 등을 바르는 것은 통상적인 행위로 인정되어 현행처럼 허용된다. 자가진료 제한으로 동물보호자가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통상적인 투약 등 행위는 가능하므로 동물보호자의 불편함 및 진료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물병원 진료비용의 적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주요 질병의 진료비용 범위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17 상반기)하는 등 제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의 뉴스보도에 틀린 부분이 분명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동물 보호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됐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 관련,KBS 보도의 여러 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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