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동물병원 별로라고 들었어요” 강사모에 보호자 사칭 댓글 단 경쟁 동물병원
원장 가족이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댓글 달아..고소됐지만 불기소 처분

동물병원 간 경쟁이 점차 심해지는 가운데, 강사모, 고다, 아반강고 등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동물병원의 후기를 공유하는 보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좋은 동물병원을 선택하고 싶어 하는 보호자들의 니즈가 크다 보니 지역 기반의 반려동물 커뮤니티의 글, 댓글이 보호자들의 병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현재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 회원은 198만명, 고다(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카페 회원은 74만명, 아반강고(아픈 반려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힐링카페) 카페 회원은 28.5만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활용한 동물병원 홍보도 점점 늘고 있다. 동물병원 의료진이나 스텝이 반려동물 보호자로서 커뮤니티에 동물병원을 은근 슬쩍 추천하는 글,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다. 같은 동물병원 관계자 2명 중 한 명이 병원을 추천해달라고 글을 올리고, 다른 관계자가 댓글로 자신들의 동물병원을 추천하기도 한다.
동물병원의 셀프홍보를 넘어 타 동물병원을 교묘하게 비판하는 일도 벌어진다.
비판을 받은 동물병원은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만, 수의사법상 유인행위 적용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의 형사처벌도 쉽지 않다.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 보니 민사소송을 하기도 어렵다.
지난 2019년 현직 수의사가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보호자를 사칭하며 특정 동물병원을 반복적으로 비방하다 형사 처벌된 사례가 있지만, 드문 케이스다.
수의사회의 징계나 수의사법상 유인행위 구체화 등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선 거리 9km 떨어진 동물병원 가족이 다른 동물병원 의혹 제기 댓글 남겨
병원 특정됐고, 피의자도 증거 제출 못했지만 무혐의 처분
인천연수경찰서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ㄱ동물병원 원장의 배우자 A씨와 원장의 여동생 B씨가 강사모 카페에 ㄴ동물병원에서 수술 중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 댓글과 병원이 별로라는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ㄱ동물병원과 ㄴ동물병원은 직선 거리로 9km 떨어진 동물병원이며, 두 곳 모두 슬개골탈구 수술 등 외과 수술이 강점으로 여겨지는 동물병원이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9월 3일 강사모 ‘슬개골수술’에 대한 문의 글에 댓글로 ‘OO은(는) 최근에 문제가 많다고 들었어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OO은(는) ㄴ동물병원의 초성이다. 반려동물 보호자 커뮤니티에서는 동물병원 이름을 초성으로 언급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추천하거나 비추천하는 일이 많다. 병원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지역별 게시판이 존재하고 특정 지역에 동물병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초성만으로도 동물병원이 쉽게 특정된다.
B씨의 댓글을 본 글 작성자가 ‘그래요? 혹시 무슨 문제에요?’라고 묻자 B씨는 ‘마취하다가 이슈가 있어서…지인분 강아지인데…너무 충격이 크시더라구요’라고 댓글을 게시했다.
A씨 또한 같은 게시글에 ‘저도 인천에 외과동물병원 찾고 있는데 OO은/는 별로라고 들었어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한 ㄴ동물병원은 닉네임 검색을 통해 A씨와 B씨가 각각 ㄱ동물병원 원장의 배우자와 여동생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ㄴ동물병원은 당시 마취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으며, 댓글 작성 시기에 수술을 문의한 보호자가 진료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이를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 변호사 자문을 거쳐 A씨와 B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하지만, 인천연수경찰서는 그해 11월 말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역시 올해 2월 20일에 이번 사건을 불기소했다.
불송치 사유와 불기소 사유는 동일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에 따르면, 경찰은 강사모 카페 게시글 본문에 ㄴ동물병원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B씨 댓글을 통해 고소인 병원(ㄴ동물병원)이 특정됐다고 판단했다(특정성 인정). 또한, ‘댓글이 고소인 병원에서 강아지 마취 사고가 발생하여 문제(사망)가 있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고도 전했다. 무엇보다 B씨가 ‘누군가에게 들은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이에 대한 자료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경찰은 ‘마취하다 이슈가 있다. 충격이 크다’라는 일회성 댓글이 꼭 강아지가 사망했다고 해석할 수도 없고,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ㄴ동물병원에 대한 비방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의 댓글(OO은/는 별로라고 들었어요) 역시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사실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범죄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A씨와 B씨가 같은 일시에 카페에 댓글을 게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A씨와 B씨의 공모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A씨와 B씨의 댓글이 허위사실의 유포와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기에 업무방해 혐의 또한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모두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혐의없음-증거불충분).
이번 사건에 대해 ㄴ동물병원 원장은 “동물병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병원 홍보, 마케팅 활동도 많아지고 있다”며 “자신의 동물병원을 홍보하는 것 자체는 이해하지만, 교묘하게 타 동물병원을 비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동물병원과 보호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ㄴ동물병원 원장은 “(카페에서) 검증되지 않은 글, 댓글로 인해 보호자들이 허위 비방정보를 퍼뜨리는 동물병원으로 유인된다면 그것도 보호자들에게 손해고 반려동물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다른 동물병원이 아닌, 소비자가 이런 식의 허위 댓글을 달아도 처벌이 안 된다면, 동물병원은 일방적으로 계속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동물병원 홍보·마케팅이 늘어나는 트렌드 속에 법망을 피해 가는 행동에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댓글을 빨리 발견하고, 댓글 작성자를 특정하여 대응했음에도 피해를 봤는데, 만약 커뮤니티 글/댓글을 파악하지 못하면, 동물병원은 이유를 알지도 못 한 채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ㄴ동물병원 원장은 “이번 사건을 인지한 후 ㄱ동물병원 원장으로부터 ‘지역 동물병원과 함께 성장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내용의 인사 편지를 받고 더욱 당혹스러웠다”며 현재까지도 ㄱ동물병원 측의 연락이나 사과가 없다는 점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ㄱ동물병원 원장은 “악의적인 의도 없는 개인의 의견 하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를 주었다면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ㄱ동물병원 역시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ㄱ동물병원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을 당해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ㄱ동물병원장은 “이번 사건이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공적인 목적으로 공유되는 것은 동의하지만 기사를 활용한 2차적인 비방이 있을 경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