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청구 동물의료소송 기각…승폐소 가른 `진료기록감정`

법원,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수의사 잘못으로 볼 수 없다 판단

등록 : 2019.12.31 07:05:10   수정 : 2019.12.31 09:26:25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2천여만원 대의 동물의료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보호자는 수의사의 잘못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 판결을 받았다. 판단의 주요 근거는 ‘진료기록감정’이었다. 동물의료소송에서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 수의계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Seoul Western District Court

원고 “전십자인대 수술 후 방치해 염증 발생시켰다” 주장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따르면, 보호자 A씨(원고)가 기르는 푸들 반려견은 2016년 4월 B동물병원에서 좌측 고관절 탈구 및 양쪽 무릎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다.

A씨는 5개월 뒤 B동물병원을 다시 찾았다. 반려견이 수술을 받은 다리를 절었기 때문이다. B동물병원 원장 C씨는 촉진(cranial draw movement test)을 통해 전십자인대 단열로 진단하고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며 수술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날에는 수술 방법과 그로 인한 후유증에 대한 문자메시지를 A씨에게 전송했다.

이튿날, C원장은 수술 전 마취상태에서 방사선 촬영을 통해 전십자인대 단열을 재차 확인한 후 ‘낭외 재건술’ 방식으로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4일 뒤에는 전십자인대 단열 치료와 재활 동영상 링크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그러나, A씨의 반려견은 수술 후 약 3개월이 지난 12월 초까지 관절의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C원장은 재수술의 필요성을 고지했다. 그 사이 4차례에 걸쳐 수술 부위에 대한 방사선 촬영과 밴디지 처지가 진행됐다.

A씨는 B동물병원에서 재수술을 하지 않고 이듬해 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과 2차 진료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을 다시 받았다. 또한, 3월경 또 다른 동물병원에서 관절고정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반려견이 관절고정 수술을 받고도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하는 영구장애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원고 측은 C원장이 주의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작용 방치 등을 저질렀다며, 반려견의 치료비 합계 1천여만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천만원 등 총 2천여만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단순 촉진만으로 진단했기 때문에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동영상을 보냈을 뿐 수술 과정, 내용, 후유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술 후 3개월 동안 반려견을 진료하면서, 염증을 진단하지 못했고, 염증 발생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있었는데도 검사 시행 없이 방치했다고도 덧붙였다.

법원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C원장의 잘못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가 진단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술 과정에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도 없고, 나아가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반려견에게 염증이 발생하였는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술 이후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가 주장한 C원장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판단의 근거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였다. 

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장의 진료기록감정 결과 ▲ 증상이 심한 경우 촉진(cranial draw movement test)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 대면상담, 문자전송, 영상 공유 등을 볼 때 수술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보기 힘들다 ▲ 반려견의 나이(12년 8개월)를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술 시간이 짧은 낭외 고정술 적용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 노령의 과체중임을 고려할 때 자연적으로 관절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합병증 및 후유증에 관한 추가 검사와 진료가 필요한지는 집도의의 경험과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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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감정, 동물의료소송에서 더 중요해” 

진료기록감정은 의료소송 시 진행되는 의료감정 중 하나다. 다른 수의사가 진료부를 검토함으로써 피고의 진료가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다. 의료소송에서 의료행위는 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수의사가 봤을 때도 진료가 적절했는지 판단해 보는 것이다.

일반 의료소송의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같은 기관에서 수탁 감정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물의료소송의 경우 수탁 감정을 받아주는 공식 기관이 없으므로 다른 수의사에게 감정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정하는 수의사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맡았던 김민주 변호사(서울시수의사회 자문 변호사)는 “동물의료소송 감정의 경우 다른 수의사에게 의견을 묻게 된다. 이때 감정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 번 만들어진 판결은 판례로 남아 다른 수의사들의 진단과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물의료소송에서 감정이 중요한 만큼, 개인의 의견으로 의료감정을 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으로 다른 수의사가 패소할 수 있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많은 수의사들이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 때문에 진료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개인 수의사가 동물의료소송의 감정을 수행했고 피고 수의사가 의료소송 1심에서 패소하는 사건도 있었다.

따라서, 동물의료소송의 감정을 부탁받았을 때는 개인의 의견을 전달하기보다, 협회나 대학동물병원, 전공자 등을 통한 감정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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