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 원장이라면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어제까지 멀쩡히 출근하던 직원이 오늘 아침 몸살 기운이 있다며 반차를 쓰겠다고 하고, 다음 주에는 컨디션이 안 좋다며 또 조퇴를 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아예 연락이 끊긴 채 나오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일 뿐, 원장 입장에서는 매번 같은 무력감을 느낀다.
실제로 필자에게도 이런 사유로 전화를 걸어오는 원장들이 간혹 있다. 병가를 인정해야 하는지, 결근이 반복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통보 없이 그만둔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강제할 수는 없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 화에서는 가벼운 조퇴부터 무단퇴사까지, 직원의 근무 이탈 상황에서 원장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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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서 없는 병가와 조퇴,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근로기준법에는 병가에 대한 일반 규정이 없다. 즉 병가를 유급으로 줄지, 무급으로 처리할지, 며칠까지 허용할지는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다만 취업규칙 작성 의무는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있어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동물병원은 애초에 취업규칙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병원이라면 근로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넣거나 별도의 내부 인사관리 규정을 마련해 두는 방식으로 기준을 갖춰야 한다. 아무 규정이 없는 병원이라면 병가는 법정 권리가 아니라 병원이 재량으로 부여하는 것에 가깝다.
문제는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병가 요청이 반복될 때다. 진단서를 요구할 수 있는지 묻는 원장이 많은데, 결론적으로 사업주는 병가나 결근의 정당한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진단서 등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요구하려면 사전에 사규나 안내를 통해 그 기준을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아무 기준 없이 특정 직원에게만 갑자기 진단서를 요구하면 그 자체로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연 며칠까지는 진단서 없이 병가를 인정하고, 그 이상 반복되거나 하루 이상 이어지는 경우에는 진단서를 요구한다는 식의 기준을 미리 정해 공지해 두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기준이 있으면 병가를 남용하는 직원과 실제로 아픈 직원을 구분할 근거가 생기고, 규정을 근거로 대응할 수 있어 원장의 재량 남용 시비도 줄어든다.
□ 반복되는 결근은 언제부터 징계 사유가 될까
하루 이틀의 병가나 조퇴는 문제 삼기 어렵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만 몇 번부터 무단결근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중요한 것은 횟수 자체가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다.
사전 연락 없이 결근하거나,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조퇴하는 경우라면 무단결근에 해당할 여지가 커진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구두로 넘어가지 말고 결근이나 조퇴가 있었던 날짜와 사유, 원장이 취한 조치를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기록이 쌓이면 이후 서면 경고나 징계 절차로 넘어갈 때 근거가 된다.
반대로 아무 기록 없이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다가 뒤늦게 징계에 나서면 ‘갑자기 왜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는 반박에 부딪히기 쉽다.
며칠을 결근해야 해고할 수 있느냐고 묻는 원장이 많은데, 법에 정해진 기준 일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할 수 있다고만 정할 뿐, 무단결근이 며칠 이상이면 자동으로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식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일부 취업규칙에는 무단결근이 며칠 이상 계속되면 자진퇴사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두기도 하지만, 이런 조항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해고나 퇴직 처리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은 결근 일수뿐 아니라 결근의 이유, 반복성, 사전 경고와 개선 기회를 부여했는지, 해당 직원의 그간 근무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정당성을 판단한다.
따라서 결근 일수를 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기록과 절차다. 며칠간 무단결근이 이어지면 우선 서면으로 출근을 요구하고 그 사실을 통지한 뒤, 그럼에도 응답이 없거나 개선되지 않을 때 단계적으로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하다. 첫 결근에 곧바로 해고를 통보하면 오히려 절차 위반으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을 위험이 커진다.
□ 통보 없이 그만두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가장 답답한 경우는 어느 날 연락이 끊긴 채 출근하지 않는 상황이다. 근로자는 법적으로 사직의 자유가 있고, 사용자가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그만두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묻는 원장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인수인계 불이행과 병원의 구체적인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 단순히 불편했다는 정도로는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실무적으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다.
다만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퇴사 시 최소 통보 기간과 인수인계 의무를 명시해 두면, 이를 지키지 않은 직원에게 향후 재고용이나 경력증명서 발급 등에서 병원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이 분명해진다.
법적 강제력이 강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근무 중 서로가 지켜야 할 기준이 있었다는 점을 남겨 두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 원장이 사전에 준비해 둘 수 있는 것들
병가와 조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취업규칙이 있는 병원이라면 그 안에, 10인 미만이라 취업규칙이 없는 병원이라면 근로계약서나 별도 내부 규정에 연간 무진단서 병가 허용 일수, 진단서 제출 기준, 반복 시 절차 등을 미리 정해 두면 상황이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있다.
결근이나 조퇴가 발생할 때마다 날짜와 사유, 대응 내용을 간단히 기록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 기록이 나중에 징계나 대응의 근거가 된다.
퇴사 시 통보 기간과 인수인계 의무는 근로계약서에 명시해 두는 것이 좋다. 법적 강제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최소한의 기준을 사전에 고지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후 대응의 근거가 된다.
갑작스러운 결원에 대비해 업무 매뉴얼을 평소에 정리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정 직원 한 명에게 업무가 몰려 있으면 그 직원이 갑자기 자리를 비울 때 병원 운영에 미치는 타격이 그만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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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근무 이탈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병가를 쓸 권리도, 그만둘 자유도 근로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원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미리 세워 두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감정이 아니라 규정과 기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 차이가 결국 병원이 흔들리느냐 아니냐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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