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불법 처방전 잡아낼 기반 마련

내년 2월부터 시행..수의사가 직접 사용한 내역도 eVET에 기록해야 `전자차트 연동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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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처방제의 처방전 발급이 전자처방전으로 일원화되면서, 직접진료 없이 허위 처방전을 발급하는 불법 사례를 잡아낼 핵심기반이 마련됐다.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를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자처방전 의무화 조항은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2월경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으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직접 사용한 반려동물병원도 eVET에 사용내역을 기록해야 한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같은 전자차트 연동기능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효되는 6개월 이후에는 수기처방전이 사라질 전망이다.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효되는 6개월 이후에는 수기처방전이 사라질 전망이다.

`숨어 있는 불법 처방전 잡아내려면 수기처방 없애야`

수의사처방제는 항생제, 호르몬제 등 주요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처럼,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동물용의약품은 수의사의 직접 진료 후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되도록 규정한 제도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는 달리 농가의 자가진료와 약품 오남용을 막는데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일선 현장에서는 농가가 수의사 진료 없이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용의약품도매상 등 판매업소는 처방제 도입 전처럼 약품을 판매·배송하고, 결탁한 수의사를 통해 처방대상 약물의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태가 현장에 만연해 있다는 것. 이른바 ‘처방전 전문 수의사’들이 직접 진료없는 요식행위로 처방전 서류만 만드는 식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이 같은 허위 처방전 의심사례 1,736건을 적발했다. 10분 안에 시도 경계를 넘나들며 물리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거리에 위치한 농장들의 처방전을 발급한 사례들이다.

이마저도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에 기록된 전자처방전을 분석한 결과다. 업소별로 보관하는 수기처방전을 일일이 뒤져 허위처방 사례를 단속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은 eVET을 통해 발급(전자처방전)하도록 의무화했다.

출장 진료나 전산 장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전자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할 경우, 해당 사유가 사라진 후 3일 이내에 eVET에 등록하도록 했다.

이처럼 모든 처방전이 eVET에 기록되면 직접 진료 없는 허위 처방전 발급 의심사례를 수월하게 잡아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축종별로 다르지만, 농장을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하루 10건 이상의 처방을 내릴 경우 과다처방으로 의심하는 식이다.

대한수의사회는 5일 각 지부로 발송한 공문을 통해 “처방전 부정발급이나 과다발급은 동물병원 개설자격(샵병원 여부)과 함께 검토해 사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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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직접 사용한 내역도 eVET에 입력해야..종합백신, 피모벤단 등 처방대상 있다

마약류 사용내역 입력하는 NIMS와 마찬가지..반려동물병원 EMR 연동 관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수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투약하는 경우에는 처방전을 발급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는 이런 경우 진료부에 사용내역을 기록하는 것으로 갈음했지만, 이번 수의사법 개정안은 직접 사용한 경우에도 처방대상 약품의 명칭, 용법, 용량 등을 eVET에 입력하도록 했다.

전자처방전만 의무화한 채, ‘수의사가 직접 사용하면 진료부 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을 유지하면 ‘처방전 전문 수의사’와 결탁업소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사용은 모두 eVET에 전산 기록되게 만들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로 인해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제껏 대동물 임상 위주로 사용됐던 eVET을 반려동물병원에서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견용 5종 종합백신(DHPPL), 고양이 종합백신, 피모벤단 제제, 엔로플록사신 제제 등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으로 등록된 항생제 일부 등 반려동물 진료에 사용하는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자처방전 의무화 개정이 발효되면, 이들 약품의 사용내역도 eVET에 입력되어야 한다. 지난해 의무화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과 비슷한 형태다.

농장동물에 비해 하루 진료건수가 많은 반려동물의 특성 상, 일선 임상수의사가 일일이 eVET에 입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NIMS와 마찬가지로 기존 동물병원 전자차트(EMR)와의 연동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수의사회와 국내 메이저 동물 전자차트 업계가 수의사법 개정 준비과정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차트 프로그램에 연동하는데 필요한 eVET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도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차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NIMS 관련 경험도 있고, (eVET과의) 연동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크게 어렵지는 않다”며 “관련 규정이 시행되는 6개월 후까지 전자차트 연동을 차질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많은 일선 동물병원이 진료실 컴퓨터의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돌아가면서 사용하는데 반해, eVET은 처방을 내린 수의사 개인의 범용 공인인증서를 요구한다”며 전자차트와 eVET의 연동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인인증서 관련 불편함이 없도록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기존 전자차트와 연동기능이 일부 구축되어 있으며, 사용자 불편이 없도록 의견을 수렴해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불법 처방전 잡아낼 기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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