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찬의 Good Vet Happy Vet①] 좋은 수의사

등록 : 2018.11.13 10:39:53   수정 : 2018.11.16 11:33:58 데일리벳 관리자

‘나는 좋은 수의사인가?’ 이것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여기에는 선행되어야 하는 질문이 있다. 과연 ‘좋은 수의사’는 어떤 수의사일까?

쉽게 생각해보자. 내가 환자이자 보호자인 입장에서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였을까. 항상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우리 동네 가정의학과 의사, 성공적인 수술로 어머니를 완치시킨 대학병원 교수, 또 당장 치료가 필요한 충치는 없으니 6개월 뒤에 검진받으러 오라고 했던 치과의사도 좋은 의사인 것 같다.

잠시 생각해봐도 좋은 의사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적어도 세 가지 요소는 알겠다. ‘친절함’, ‘뛰어난 실력’, ‘적절한 진료-과잉진료하지 않음’은 내가 느끼는 좋은 의사의 요소이다. 그리고 이는 필시 ‘좋은 수의사’의 요소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똑똑한 수의사’가 되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다. 물론 뛰어난 학문적 지식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뛰어난 연구·업무 성과를 내기도 하며 경제적 이익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수의사’가 되기 위한 하나의 요소일 뿐,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만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인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수의계의 뉴스를 장식했던 직업윤리와 관련된 많은 사건 사고들이 증명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직업윤리’라는 단어는 어느새 수의계의 화두로 떠올랐고, 임상수의사 연수교육에는 직업윤리교육이 필수가 되었다.

편집자 주) 지난해 방영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탐욕의 동물병원' 중 한장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수의사의 수의사법 위반 행위가 지적됐다.

편집자 주) 지난해 방영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탐욕의 동물병원’ 중 한장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수의사의 수의사법 위반 행위가 지적됐다.

앞서 언급한 수의계의 사건 사고들을 나누어 보면 법을 어긴 경우가 있고, 위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라는 경우가 있으며, 여기에 더해서 ‘더구나 수의사가 저러면 쓰나’라는 경우도 있다.

애초에 법을 어기는 문제는 직업윤리가 아닌 ‘준법정신’의 문제이다. 수의사회나 학계에서 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수의사들을 불러 모아놓고 준법정신까지 교육해야 할 정도로 우리가 무지한 집단은 아니라 생각한다. 법은 ‘최소한의 윤리’이고, 범법행위는 처벌의 대상이다.

‘좋은 수의사’의 의미에는 넓은 범위의 많은 요소가 포함되어 있겠으나, 앞으로 ‘Good Vet‘이라는 주제로 주로 다룰 이야기들은 ‘그래도 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라는 윤리의 영역, 그중에서도 ‘더구나 수의사가 저러면 쓰나’라고 했던 ‘수의 윤리(Veterinary Ethics)’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의사들은 많은 딜레마의 상황을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본인의 도덕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런 윤리적 딜레마의 상황과 판단 과정은 크게 ‘마지노선’과 ‘방향성’의 두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마지노선’은 ‘의무의 윤리’이며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문제이다. 우리가 뉴스로 접하게 되는 직업윤리의 문제들은 대개 이 마지노선을 넘어선, ‘의무의 윤리’를 지키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러나 간혹 어떠한 상황이 마지노선에 놓여있음을, 즉 자신의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하지 못하여 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의 ‘윤리적 감수성’이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황을 윤리의 영역으로 끌어와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고하게 하는 능력을 ‘윤리적 감수성’이라고 한다. 이는 윤리적 사고를 시작하게끔 하는 시발점이기 때문에, 윤리적 감수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모든 윤리교육이 기본적으로 의도하는 목표이다.

필자의 생명윤리학 지도교수님도 “이 과정은 여러분의 윤리적 감수성을 키우고, 당연한 것 같은 질문에 더 단단한 대답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수의 윤리의 목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때로는 마지노선과 관계없이 어떠한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있다. 이때 자신의 판단이 도덕적으로 ‘최선’이게끔 만드는 것, 이것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며 ‘덕의 윤리’이다.

언뜻 ‘덕의 윤리’는 ‘의무의 윤리’보다 모호하며 덜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덕의 윤리’의 영역 역시 우리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상대방도 나의 판단과 생각을 느낀다. 최선이 아닌 선택이 누적되면 그 개인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직군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쉽게 말해 ‘이 사기꾼 집단!’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후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전문직군은 책임감 있는 역할 수행을 통한 사회적 신뢰 하에 전문직의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넓게 보면, 수의사로서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덕의 윤리’의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윤리에는 정답이 없다. 그 때문에 특정한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좋은 수의사가 그저 착한 수의사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물욕을 버리라고 요구하지도 않으며 성인군자처럼 사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윤리’라는 단어가 가지는 선입견 때문인지,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콧방귀부터 뀌기도 한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치열하게 고민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고, 한 번쯤 곱씹어보길 바란다. 정답이 없는데 오답이 있겠는가. 다만, 지금까지의 당신의 도덕적 가치관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도 당신의 몫이다. 애초에 완벽한 사람이 있겠는가? 

직업군 내에서 직업윤리는 분명 중요한 문제이지만, 한 귀퉁이가 제자리일 법한 직업윤리가 그 직군의 중심 이슈인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연일 윤리문제가 불거지는 지금, 직업윤리는 어쩌면 우리가 당면한 정말 시급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필자가 몸담은 고려대학교에는 ‘좋은 의사 연구소’가 있다.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의사’란 무엇인지를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우리도 ‘좋은 수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자신의 의식을 해부할 시퍼런 도덕성의 메스를 자신에게로 향해야 한다.

‘나는 좋은 수의사인가?’

이 질문에는 자신만이 대답할 수 있다. 

* 이 글과 관련하여 멘토가 되어주시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이기창 교수님,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최병인 교수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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