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등록] 내장형 칩과 종양 발생 그리고 안티칩 운동 ― 유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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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형 마이크로 칩과 종양 발생 그리고 안티칩 운동

방배한강동물병원 유 경 근

 오바마케어법과 안티칩 운동

2010년 3월 23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법안 하나에 최종 서명했다. ‘환자 보호 및 건강보험료 적정 부담법’(PPACA·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일명 오바마케어법이다.

오바마케어법은 의료보험 개혁법으로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을 새로 가입시키고, 가입자들을 보험사의 횡포에서 보호하며,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지출 증가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비싼 재앙’이라며 연방정부를 부분 셧다운시키기까지했고 지금까지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논란 가운데 그 법안에 있는 작은 한 내용 때문에 일부 단체가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명 ‘안티칩’운동이다. 초기 오바메케어법에는 무선전자파 송수신장치인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방식의 칩을 생체 내에 삽입하여 의료정보를 이용하는데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단체들은 이것이 일종의 요한계시록 제13장 16~18절에 나오는 적그리스도의 표식인 666이라며 적극 반대하였다.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그 내용은 폐기되어 현재 최종 통과된 오바마케어법안에는 그 법안이 들어 있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정치적, 종교적 목적으로 오바마케어법을 악마의 법으로 규정하고 안티칩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을 포함한 우리나라 기독교 교계에서는 이런 안티칩 운동을 일종의 종말론자들이 만든 이단종파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배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단종파의 안티칩 운동을 동물 내장형 칩에 끌어대는 황당함

얼마 전 내장형 마이크로칩에 관한 방송에서 한 약사가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로칩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이단 종말론자들에게나 먹힐 안티칩 운동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매우 비상식적이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동물의 마이크로칩과 안티칩 운동은 직접적 관련 조차 없다.

굳이 그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안티칩 운동론자들이 종교적인 이야기만 할 경우 대중적 호응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마이크로칩의 생체 삽입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로 동물에서의 칩 삽입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즉, 동물 실험에서 RFID 방식 마이크로칩이 종양이 발생시켰다는 근거를 통해 사람에게도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 정말 좋게 해석해서 그런 의도로 이야기했다고 이해하고 그럼 과연 RFID 방식의 내장형 마이크로칩은 반려동물에서 심각한 종양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해당 논문들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내장형 칩이 반려동물에서 종양을 발생시킨다?

실제 마우스(mouse)와 랫드(rat, 이하 쥐) 실험에서는 유리, 플라스틱 등 뿐만 아니라 금, 스텐리스, 플래티넘 등 비반응성 물질을 피내 삽입했을 경우도 이물 유래 종양으로 Fibrosarcoma(섬유육종), Spindle-cell Sarcoma(방추세포육종), Anaplastic Sarcoma(퇴행성육종) 등이 발생된 보고가 다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물 유래 종양 발생 가능성은 기간, 동물의 종류(특히 특정 Strain) 그리고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쥐는 다른 종에 비해 이물 유래 종양 발생에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쥐 실험에서 종양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람이나 다른 종에서도 종양이 발생할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물 유래 종양 발생은 이물이 삽입된 기간, 이물의 성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물의 표면적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의 크기는 2mm × 12mm 로 쥐에게는 제법 큰 크기일 수 있지만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게는 매우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실제 종별 이물 유래 종양 발생이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많은 실험동물에서 내장형 칩 관련 종양이 보고되었지만 이 연구들 대부분이 실제 마이크로칩 단독에 의한 것인지 결정짓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이 종양들이 발암성 연구나 발암물질과 관련된 실험을 한 쥐들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 사용된 마이크로칩은 현재 반려동물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칩과는 다른 종류이기도 하다.

또 중요한 사실 하나는 여러 연구에서 heterozygous p53+/-, 4279 CBA/J 등과 같은 어떤 특정 Strain에서 주로 칩 유래 종양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동일한 칩을 삽입한 Tg, AC같은 다른 Strain에서는 2,000마리 이상 그리고 삽입 후 4년 이상 조사했지만 종양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발암성 연구나 발암물질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지 않은 140마리의 B6C3F Strain에서도 동일한 칩을 삽입했지만 24개월간 동안 종양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결과는 지속적으로 발표 되었다.

개에서도 실험이 있었다. 우선 9마리의 개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고 6년 동안 평가했는데 초기에 잠시 이물반응이 있었으나 3개월 이내에 가라앉았고 이후 섬유화 되고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또한 고양이에 칩을 삽입 후 21일째 제거하여 검사하였는데 염증은 없었으며 비글 15마리에 90개의 마이크로칩을 삽입 후 16주후 확인하였는데 90개중 87개가 비염증성, 섬유화만 되었을 뿐이다.

2004년, 처음으로 11살 된 수컷 믹스견에서 마이크로칩과 관련 있어 보이는 종양이 보고되었다. 이 개의 보호자는 칩 삽입 후 18개월 쯤 작은 종괴를 확인하였는데 크기가 점점 커지자 시술 후 3년쯤 되었을 때 제거하였고 재발은 없었다. 그런데 이 케이스는 1996년 발생한 케이스와 유사했는데 그 경우는 개가 트럭에서 자갈길로 떨어져 유리조각이 몸속으로 들어간 후 10년 뒤에 종양이 유발된 케이스였다. 이 경우도 제거 후 재발은 없었다.

두 번째 보고는 2006년에 9살 된 수컷 프렌치 불독에서 있었는데 이 경우는 앞 케이스와 달리 종양이 마이크로칩에 근처에서 발생했지만 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종양이 마이크로칩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결론짓지 못했다.

사실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부위는 여러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위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양이에서도 위 케이스와 비슷하게 칩을 포함하지 않고 칩 근처에서 종양이 발생했으며 이 또한 백신에 의한 것인지 칩에 의한 것인지 결론짓지 못했다.

2011년, 고양이에서 종양이 발생했는데 이 경우는 예방접종을 한 병력이 없었기 때문에 칩 유래 종양으로 결론지었다. 이 케이스도 절제 후 재발은 하지 않았다.

2009년 쥐의 in vivo 실험과 고양이 세포로 한 in vitro 실험에서 칩 표면을 구성하는 Bioglass보다는 제조과정에서 기술적 이유로 첨가된 바셀린 성분이 육아종성 반응을 유발시킨다는 걸 확인했고 칩의 이동을 막기 위해 쓰인 Polypropylene cap이 조직 자극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칩의 표면물질이 섬유화나 조직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 모든 실험을 능가하는 대규모 조사는 앞선 기고문에서 언급한 영국 BSAVA(영국소동물수의사회)에서 실시한 마이크로칩 부작용 연구 프로젝트이다. 이 실험은 13년간 370만 두 이상을 조사하였는데 그 중 단 2건만 종양이 발생되었다.

반려동물에서 내장형 칩의 안전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

위 여러 조사 및 실험의 결과,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반려동물에 삽입했을 때 종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발생 비율은 매우 미미하고 발생 후 제거된다면 재발이 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칩을 삽입할 경우 유기동물 발생비율이 현저하게 감소할 수 있음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 수가 있다. 마이크로칩 삽입은 예상되는 리스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비교조차 안 될 만큼 큰 경우에 해당되어 더 이상 과학적이든 사회적이든 논란이 될 이유가 없는 내용이다.

무능 아니면 사기

나름 과학을 한다는 전문가들은 무언가를 주장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과학적 증거나 실험 결과 등을 가지고 논증을 펼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종교단체가 언급한 말도 안 되는 근거를 가지고 내장형 칩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만약 모르고 했다면 스스로 전문가는 고사하고 일반인의 상식에도 못 미치는 무능함을 보인 것이며, 알고 했다면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를 우롱한 사기에 준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약사는 약에 대한 전문가이고 동물 약도 큰 범주 내에서 약에 속하니 약사가 동물 약을 취급할 수 있다는 논리는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고 사람은 큰 범주 내에 동물이니 사람에 대한 진료는 수의사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전문가로서의 기본적 양심과 예의 그리고 책임감을 갖추는 것이 약사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동물등록] 내장형 칩과 종양 발생 그리고 안티칩 운동 ― 유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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