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양돈농가 축산차량 통제, 못 지킬 농가가 절반 넘는다

미이행 농가 지원 배제 방침에 한돈협회 규탄 집회..당국 ‘차량-돼지 접촉 방지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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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경기·강원 북부지역 양돈농가 축산차량 출입통제 정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통제 대상 농가의 절반 이상이 구조상 출입제한이나 내부울타리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들 농가들을 정책자금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농가의 불만이 폭발했다.

당국은 ‘ASF 바이러스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차량과 농장 내 돼지의 접촉을 방지하는 것이 초점’이라며 6월까지 시설 정비를 유도하고 방역의지가 미흡한 농가들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장별 축산차량 출입통제 유형 조사결과
농장별 축산차량 출입통제 유형 조사결과

정부는 5월 1일부터 ASF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양돈농장 내 축산차량 출입통제에 나서고 있다. ASF 양성 멧돼지가 발견된 지점 인근의 14개 시군 395개 농가가 대상이다.

양돈농장에는 사료 공급, 돼지 출하, 분뇨 반출 등의 목적으로 축산차량이 출입하는데, 이를 원칙적으로 농장 밖에서 실시하라는 것이다.

ASF 멧돼지 발생지역이 점차 확산되고 웅덩이나 차량을 포함한 환경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도입된 조치다.

당국은 이를 위해 대상 농가를 완전통제, 부분통제, 지자체 신고 후 진입 등 3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실제로도 이들 작업을 농장 밖 차량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농가가 ‘완전통제’로 분류된다.

완전통제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농장 내부에 울타리를 설치해 차량출입동선과 돼지 이동동선을 분리해야 한다. 내부 울타리를 설치할 공간이 있는 농가는 ‘부분통제’로 분류된다.

이마저도 구조상 불가능한 농장이 ‘지자체 신고 후 진입’ 유형이다. 사전에 출입차량을 신고해야 하며, 이 차량도 축산시설·거점소독시설·농장 등 3중 소독을 거쳐야 출입할 수 있다.

문제는 통제대상 농가의 절반 이상이 ‘지자체 신고 후 진입’ 유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당국의 조사 결과 ‘지자체 신고 후 진입’ 유형에 해당하는 농가는 211개소로, 휴·폐업 중인 농가 21개소를 제외하면 56.4%를 차지한다. 완전통제 유형의 농가는 29개소(7.2%)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자체 신고 후 진입’하는 농가들이 추후 각종 정책자금 지원대상에서 배제될 방침이 알려지면서 농가들의 불만이 커졌다. 따르고 싶어도 못 따를 규제를 만들어 놓고, 이를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배제한다면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절반 이상이 따르지 못할 정책을 강행하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지적하면서 “(출입차량 통제 이행여부를) 직접적인 정책자금 지원 배제요인으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지원대상 선정 기준에 추가하기만 하면 다른 농장과의 경쟁에서 밀려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울타리 등의 설치를 축사시설 현대화자금 사업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 정책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지원 형태인) 축사시설 현대화자금은 농가별로 설정된 한도가 있다. 이 한도가 꽉 찬 농가들은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면서 “정말 차량출입제한시설이 시급하다면 별도의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한돈협회가 11일 청와대 인근에서 연 규탄 집회에서도 축산차량 출입통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5월 1일부터 시작될 출입제한 정책을 열흘 전에 발표한데다 농가별로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보니 현장에서 따르기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당국 ‘외부차량-돼지 분리에 초점’

시설 설치 가능한데도 따르지 않는 농가는 지원 배제

방역당국은 외부차량과 농장 내 돼지의 접촉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6월까지 시설 확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차량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농장 내부에서 차량과 돼지의 동선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같은 동선 분리는 오리농가의 AI방역에서도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부울타리 설치기준을 있긴 하지만, 그에 못 미치더라도 차량-돼지를 분리하려는 농가의 방역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지원 배제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자체 신고 후 진입’ 유형 농가라고 해서 무조건 정책자금지원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시설확충 유도기간이 끝나면 이들 농가가 내부울타리조차 설치가 불가능한지 여부를 현장조사하고, 구획을 분리할 수 있음에도 방역의지가 부족한 농가에 대해서는 지원을 배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접경지역 양돈농가 축산차량 통제, 못 지킬 농가가 절반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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