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대상 반려견 수 재조사 실시···필요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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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동물등록제 등록률 10.5%로 저조… 올해 말까지 계도기간 연장

정부-지자체, 등록률이 실제보다 낮게 책정된다 ‘한 목소리’

우리나라에 반려견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기준으로 잡고 있는 '등록대상동물(3개월령 이상의 반려견)=400만 마리'도 2012년 검역본부가 실시한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에서 얻은 추정치다.

당시 한국사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표본조사 결과 16%의 가구에서 평균 1.38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에 그대로 대입해 계산한 반려견 숫자가 439만7천275마리였다. 이 추정치에 3개월령 미만의 반려견 수를 대략 제외시켜 등록대상동물을 약 400만마리로 추산한 것이다.

올해부터 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되고 6월말까지 처벌 없는 계도기간이 진행됐다. 하지만 6월 말까지 전국 동물등록 실적은 400만마리 중 42만마리(등록률이 10.5%)에 그쳤다. 이에 농식품부는 계도기간 만료를 3일 앞둔 지난 6월 27일, 계도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했다.

농식품부는 동시에 "등록대상동물을 재조사하여 등록률의 정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동물등록을 담당하는 일선 지자체로부터 등록대상동물 숫자가 실제보다 높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과다추정된 등록대상동물 수 때문에 등록률이 실제보다 낮게 산정된다는 것이다.

즉, 실제 우리나라의 등록대상 반려견 수는 400만 마리보다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130903동물등록제서울시 4월 표본조사 실시..가구당 사육비율 10%, 경기도는 6.6%

서울특별시가 가장 먼저 재조사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봄, 등록률이 한자리 수에 머문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이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계속되자, 등록대상 반려견 수를 재조사할 필요성을 느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2년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시내 4가구 당 1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키워 총131만 마리가 있다고 하는데, 이 결과가 맞다면 서울시내 어딜 가도 개가 엄청 많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며 “2012년 조사는 서울시내 4백여가구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모집단이 너무 적어 과하게 측정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각 구청을 통해 등록대상동물 개체수 표본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거주환경을 감안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으로 구분해서 표본을 선정한 후 사육비율을 산출했다.

재조사 결과 서울시 내 10가구 당 한 집에서 평균 1.2마리의 반려견을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주택과 일반주택에 따라 사육비율 상 편차가 있고, 이를 전체 가구수에 어떤 계산법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추정치가 달라진다”면서 “그 중 최대한 높은 수치인 50만2천여마리를 서울시 전체 등록대상동물 마릿수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반려견 개체수 추정치가 131만마리에서 50만마리로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추정치를 적용하면 10% 미만이었던 동물등록제 등록률도 약 40%로 크게 증가한다.

경기도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기도 전 시군을 같은 방법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사육비율이 평균 6.6%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내 반려견 개체수 추정치가 100만여마리에서 30만여마리로 크게 감소했다.

전문적인 통계 방식이 아닌 단순 방문조사..표본조사결과 신뢰성 의문

1~2명뿐인 시·군·구 인력에 몇 천세대 방문조사··· ‘비현실적’ 

농식품부는 7월 초 전국 각 시·도에 등록대상동물 재조사할 것을 명시한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가 사용한 방법처럼, 시·군·구 내 최대 단지 아파트(공동주택)와 최대 통단위(일반주택)를 각각 1지역 씩 표본조사하여 사육비율을 산출한 뒤, 이를 전체 세대수에 반영하여 새로운 추정치를 계산하라는 내용이었다.

표본조사는 시·군·구 담당공무원이 직접 방문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 시·군 동물등록 담당자 A씨는 “재조사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통계조사 전문가에게 맡겨야할 일을 시·군 담당자에게 떠넘기면 어떡하냐”면서 “관내 최대 아파트 단지만 해도 3천세대에 육박하는데, 많아야 시·군에 1, 2명인 동물등록 담당공무원에게 일일이 방문조사하라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결국 인력부족으로 표본조사지역을 선정한 뒤, 다시 거기에서 일부분 만을 조사할 수 밖에 없다” 며 “하지만 표본조사지역 내에서 일부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것에는 아무런 기준도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얻은 결과를 신뢰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군의 담당자 B씨는 “의미있는 규모의 방문조사가 어차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보니, 농림사업정보시스템 상 개사육 통계와 주변 시군 조사결과 등을 참고하여 수치를 임의로 만들어낸 시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먼저 자체조사를 실시한 서울시가 예산부족 등을 고려해 이런 표본조사 방법을 택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중앙정부기관인 농식품부가 전국 단위로 조사를 하면서 단순히 서울시의 방법을 그대로 따른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130903동물등록제2표본조사 한계점 많아..한 지역의 사육비율을 다른 지역에 적용할 수 없어

서울시 관계자 "정확한 반려견 개체수 얻기 위해, 인구주책총조사에 반려동물 항목 추가 건의"

한 도농복합시군의 동물등록 담당자 C씨는 “공동주택과 일반주택 합쳐서 1천여가구 가까이 표본조사를 해보니 사육비율이 3~4%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농촌에서 키우는 개의 상당수가 식용이라고 답한 것을 볼 때, (2012년 조사결과인) 17%의 사육비율을 모든 가구수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표본조사가 가지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같은 가구수라 해도 해당 지역의 경제수준, 주거환경 등에 따라 사육비율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추정치는 추정치일 뿐, 어떤 구의 결과도 그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보다 정확한 반려견 개체수를 얻기 위한 근본대책으로, 5년마다 시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반려동물 항목을 추가하는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등록제는 유기동물 발생 방지와 주인 반환 위한 것..이를 기준으로 성패 판단해야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지자체 동물등록제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부정확한 추정치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측정된 등록률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등록제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반려견 보호자들이 동물등록제의 목적이나 장점을 생각하기 보다 ‘남들도 안하는 것 같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올해 동물등록제 의무화 이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했던 모 시군의 담당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2012년 사육비율 추정치(17%)를 바탕으로 등록률을 계산해보면 30%도 안된다”면서 “답답한 마음에 관내 동물병원 원장들에게 내원하는 반려견이 이미 동물등록을 한 경우가 얼마나 되냐고 물어봤더니 평균적으로 70%가 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주인을 찾아주고 유기행위를 방지하자는 것이 동물등록제의 근본 목적이다.

모 시군 담당자는 “부정확한 등록률 추정치를 가지고 비난하기보다는 유기동물 발생률이 감소했는지, 등록제를 통해 유기동물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사례가 증가하는지 등을 기준 삼아 장기적인 안목으로 동물등록제의 성패를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등록대상 반려견 수 재조사 실시···필요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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