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장동물 임상현장 곳곳을 누비다..예비 수의사들의 특별한 2주
제주대 수의대 ‘산업동물임상실습’ 과정에 전국 수의대생 33명 모여..산업동물 분야 다양한 진로 탐색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학장 주홍구)이 정효훈 교수를 중심으로 미래 산업동물 수의인재 양성을 위한 ‘산업동물임상실습’ 과정을 운영했다.
2026학년도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총 10일간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을 비롯해 성이시돌목장, 챌린저팜, 끈적양봉원 등 제주 지역의 다양한 산업동물 임상현장에서 진행됐다.
‘산업동물임상실습’ 과정은 전국 수의과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운영되는 현장 중심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제주대학교 18명, 강원대학교 11명, 경상국립대학교 2명, 충남대학교 2명까지 총 33명의 수의대생이 참여했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은 학생들이 다양한 산업동물의 특성과 실제 산업 현장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산업동물 수의사에게 요구되는 ‘1일 차 역량(Day One Competencies)’을 배양하고, 향후 진로를 구체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매년 본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이번 과정에서는 소, 말, 돼지, 가금, 꿀벌 등 다양한 축종을 대상으로 이론과 실습을 아우르는 교육이 진행됐다. 제주대학교 교수진뿐 아니라 PIC Korea, HIPRA 등 산업계 전문가들도 강사진으로 참여해 산업동물의 임상과 보건관리, 질병 예방, 축산 현장의 최신 기술과 수의사의 역할을 소개했다.

강의실을 벗어나 제주 곳곳의 산업동물 현장으로
산업동물 수의사에게는 임상 지식과 술기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와 농장 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데 중점을 뒀다.
참가 학생들은 소 산업의 주요 현장인 성이시돌목장, 말 산업의 전문 육성목장인 챌린저팜, 그리고 제주 지역 대표 양봉장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일반적인 교과과정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산업동물 임상현장을 체험했다.
첫 현장실습은 성이시돌목장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고정봉, 김기승 원장의 지도 아래 소 임상에서 필수적인 기본 술기를 익혔다. 학생들은 직접 소의 경정맥을 촉진해 위치를 확인한 뒤 채혈을 실시했으며, 초음파를 활용한 임신진단과 신생 송아지 사양관리도 경험했다. 처음 접하는 대동물 임상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실습 조건 속에서도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실습에 참여하며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쌓았다.

말 산업 현장으로는 지역 최대 경주마 생산육성목장인 챌린저팜을 찾았다.
챌린저팜은 일반 관광 목장이 아닌 우수 혈통의 말을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경주마 육성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목장이다. 학생들은 이광림 대표의 안내를 받아 경주마 육성을 위한 시설과 관리 시스템을 살펴보고, 목장 안에서 직접 말과 교감하며 말의 행동과 관리 특성을 체험했다. 평소 울타리 밖에서 관찰하는 데 그쳤던 학생들에게는 말의 생활환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개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됐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꿀벌 임상’도 경험
상대적으로 수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접하기 어려운 꿀벌 임상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학생들은 제주 지역 대표 양봉장인 끈적양봉원을 찾아 봉군의 상태와 사육환경을 살펴보고 꿀벌의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에서 수의사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을 배웠다. 꿀벌에 대한 이론 교육이나 실제 양봉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학생들의 관심도 높았다.
학생들은 건강하게 관리되고 있는 봉군과 양봉 시설을 직접 관찰하고 현장에서 생산된 꿀을 시식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꿀벌 임상의 중요성과 양봉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산업동물 수의사’의 길은 하나가 아니다
흔히 ‘산업동물 수의사’라고 하면 농장동물을 직접 진료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산업동물 수의사는 임상 현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에 소속되어 축산 산업 전반의 기술을 이끄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실습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소속 수의사들과의 만남도 마련됐다.
세계적인 종돈 기업 ‘PIC KOREA’의 전수동 수의사와 다국적 백신 기업 ‘히프라(HIPRA)’ 기술지원팀 변정재 수의사가 멘토로 나섰다.
종돈 기업 PIC는 우수한 돼지를 육성하기 위해 육종을 개량하고 사양관리를 하는 곳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저항성 돼지를 생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학생들은 전수동 수의사를 통해 PIC의 돼지 육종 과정과 그 안에서 수의사가 수행하는 실무를 알아봤다.
히프라 변정재 수의사와의 세션에서는 산업동물 질병의 진단과 예방, 백신 개발 기술 전반을 배웠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지원 업무와 백신 솔루션의 적용 과정을 체계적으로 접했다.

제주대학교의 인프라를 활용한 임상실습
제주대학교가 갖춘 산업동물 임상교육 인프라를 활용한 실습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이주명 교수의 지도로 소의 국소마취법을 학습했다. 이론 교육을 통해 소의 해부학적 구조와 척추측마취, 침윤마취, 경막외마취의 원리와 적용 방법을 익힌 뒤, 직접 해부학적 지표를 촉진해 마취 부위를 확인하고 각 마취법을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말 임상교육은 제주대학교 부설 말전문동물병원에서 진행됐다. 전문 진료장비와 수술시설을 갖춘 말전문동물병원에서 실제 진료 환경과 처치 과정을 접하며 말 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임상 경험이 풍부한 진료진의 지도 아래 말 거세술과 낭치 제거술 실습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말을 안전하게 보정하는 방법부터 마주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식까지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를 배웠다. 거세술 참관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수술법의 원리와 술기적 차이, 각각의 장단점을 지도 수의사의 설명과 함께 비교·분석했다. 단순히 수술 장면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술식이 어떤 상황에서 선택될 수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말 임상에 대한 전문적 시야를 넓혔다.

배운 것을 스스로 탐구하다…대학의 경계를 넘은 공동학습
이번 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제주대학교뿐 아니라 강원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충남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2주 동안 함께 생활하고 실습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 간 학술·인적 교류도 이뤄졌다.
9일간의 이론교육과 현장실습을 마친 학생들은 마지막 10일 차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탐구한 내용을 발표했다.
참가 학생들은 소속 대학과 관계없이 7개 조로 나뉘어 고창증, 제4위 변위(LDA·RDA), 제4위 염전(RTA), 산증, 유방염, 유열(Milk fever), 외상성 위복막염(TRP) 등 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질병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각 조는 질병의 원인과 병태생리, 임상증상, 진단, 치료 및 예방법을 다각도로 분석해 발표했다. 서로 다른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학습 기회가 됐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본과 2학년 김수형 학생은 “수의학적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또한, 타 대학 수의대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데 이번 수업이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 본과 3학년 최서희 학생은 “평소에 소동물 임상 중심으로 진로를 생각했지만, 이번 실습에서 다양한 산업동물을 경험하면서 산업동물 임상의 매력을 새롭게 느꼈다”며 “교과서만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현장 감각을 익히고 임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어 동기와 후배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제현 기자 Choijehyeon0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