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예산 지원 사라졌다’ 수의학교육인증원 운영 빨간 불

수의학교육·동물보건사 양성기관 인증업무 늘어나는데..인원 확충은 커녕 월급 걱정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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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수인원, 원장 박인철) 운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던 예산 1억원이 갑자기 사라지면서다. 대학으로부터 받는 인증평가비용 만으로는 자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예산 삭감이 치명타가 됐다.

수의학교육 인증이 수의사 국가시험 응시에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 예산 삭감 명분으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수인원은 대면회의를 줄이고 이사·위원들의 수당을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다. 박인철 원장은 “정말 막막하다. 기부금을 구하러 다녀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국비 예산 받아 인증평가 지원, 수의학교육 개선 연구 했는데..

尹정부 예산 삭감 기조에 유탄

2010년 창립한 수인원은 2014년 제주대 수의대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1주기 인증을 마쳤다. 곧장 2주기 인증을 시작해 20일 제주대까지 6개 대학이 2주기를 완료했다.

지난해까지 수인원은 매년 농식품부로부터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평가인증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사업, 인증기준 개선작업과 함께 수인원 운영을 뒷받침했다. 이중 일부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권고 수의학교육 개선 연구에 쓰였다.

개별 대학의 인증평가 비용도 일부 지원했다. 피평가대학이 납부하는 대금(2300만원)만으로는 부족해서다.

수인원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됐다. 덕분에 지원받은 4천만원의 예산은 3주기 인증을 위한 정량평가지표 개발, 수인원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등 재도약을 위한 연구사업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듬해 지원예산이 삭감되면서 암초를 만났다.

이날 이사회에 따르면 농식품부가 마련한 예산안에는 기존처럼 수인원 지원 예산이 포함됐지만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다. 윤석열 정부의 비영리단체 지원 예산 삭감 기조의 유탄을 맞은 셈이다.

기재부는 수의학교육 인증이 의대나 치의대 등과 달리 국가시험 응시자격에 의무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별도 예산을 지원했다는 점도 거론됐다.

박인철 원장은 “농식품부가 수의학교육 연구사업을 별도로 마련한다고 하지만 기존 예산의 절반에 그친다. 그마저도 연구용역이 나와봐야 안다”고 말했다.

연구용역 형태로 수인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예산규모가 준 것도 문제지만 인증평가 지원 등의 용처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박인철 원장

인증-국가시험 응시자격 연계 입법 서둘러야

인증평가비 인상도 거론

이번 사태로 수인원의 열악한 재정자립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인철 원장과 직원 한 명이 수의학교육 인증,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인증, 평가인력 워크숍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데 원장 급여도 월 200만원 수준에 그친다. 그마저도 이번 예산 삭감으로 불투명해진 셈이다.

박인철 원장은 “두 명이서 동물보건사 관련 업무까지 하는 건 정말 빠듯하다. 인력을 더 늘려야 할 판에 오히려 예산이 삭감됐다”며 “인증원을 이어가기 위해 봉사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원장직을 맡았지만, 직원과 서로 ‘한 명이라도 아프면 큰 일 난다’고 얘기하며 버티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정자립도를 개선하기 위해 인증-국시 응시자격 연계 법 개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학교육 인증의 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예산 지원과 인증평가비용 현실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수인원을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하면서도 낮은 재정자립도를 개선과제로 지목한 바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피평가대학이 납부하는 인증평가비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박인철 원장은 “인증-응시자격 연계 입법이 올해는 꼭 이뤄져야 한다. 새 국회가 출범하면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인증평가비가 인증원이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는 현실화하여 재정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이 상태로 내년까지 가면 정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인증 평가는 결국 수의대를 위한 일이고, 수의사 양성에도 기여하며, 정부와 사회가 그 혜택을 본다”며 수의계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갑자기 예산 지원 사라졌다’ 수의학교육인증원 운영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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