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獸)타트:편입은 처음이라] 충북대 수의대 박지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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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 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獣)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그 7번째 주인공은 ‘편입 1년차’를 보낸 충북대 수의대 박지수 학생(사진)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수의대생들이 이탈함에 따라 편입 TO가 늘어났고, 그러면서 수의대 편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대학교 박지수입니다. 3월부터 본과 2학년이 됐어요. 현재 데일리벳 10기 충북대학교 학생기자단으로 활동 중이고요, 충북대학교 vv:ave 부학생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입학했던 시기 즈음에 임시보호하기 시작한 ‘치즈’라는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Q. 수의대로 편입한 계기가 있었나요?

이전 전공은 생명과학과였는데요, 당시 1년 반 동안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동물실험을 많이 접했어요. 그 후 대전 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센터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생물분야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계획한 대로 실험이 성공하였을 때 얻는 쾌감도 매우 컸습니다.

저는 실험실에서 종양 마우스의 뇌를 cryostat으로 section 하는 일을 많이 했었습니다. 당시 책으로만 종양을 공부했을 때보다, 뇌실이 커져가는 종양 진행 단계를 직접 눈으로 보며 종양에도 흥미를 갖게 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실험실에서 마우스 60마리를 해부했던 날인데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만난 길고양이를 예뻐하는 제 모습에서 괴리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생명과학을 공부할수록 예방, 진단, 치료 등 수의학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그래서 수의대 편입을 결심했습니다.

 

Q. 편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편입은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으로 나누어집니다. 일반편입은 대학교 2학년 재학 이후 가능하고, 학사편입은 졸업 후에 가능합니다.

수의대 편입은 각 학교별로 전형이 너무나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높은 학점과 높은 토익 점수가 필요합니다.

제가 재학 중인 충북대학교의 경우, 토익은 980이상, 학점은 GPA 95~96 이상이여야 1차 서류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합격 컷이 더 높아져서 토익 990, GPA 97 수준이 합격하는 다른 학교도 많은 것 같아요.

그 후, ‘미리 가보는 수의학교실’이란 책을 기준으로 1교시 시험을 보고, ‘생명과학시사’로 최신 이슈에 대한 키워드를 2교시 시험으로 봅니다.

2교시는 생명과학, 수의학, 의학, 약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이슈가 되는 키워드들이 많이 나오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 후 교수님들과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Q. 편입의 꿈을 이룬 소감은?

합격 발표가 나는 날 너무 떨렸어요. 발표 시간이 30분이나 지나서야 덜덜 떨면서 확인했던 기억이 나요. 합격하자마자 부모님과 엉엉 같이 울었죠.

합격하고 몇 달 동안은 내내 꿈만 같았어요. 스크럽복이랑 가운, 수의학 교재들 구매하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입학하자마자 3월에는 유한양행 직원분의 도움으로 고양이수의사회 컨퍼런스도 다녀왔습니다. ‘수의대생이 된 것 같다’고 실감했죠.

Q. 10개 수의과대학 중 충북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저는 생명과학, 화학, 수의학 이렇게 3가지 과목을 주로 준비했어요. 전형상 전북대, 강원대, 제주대, 경상대, 충북대, 충남대 정도가 가장 잘 맞았습니다. 서류상 1차는 거의 다 합격했고, 시험날짜가 겹쳐서 못간 학교도 있었네요.

충북대를 지망한 이유는 3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편입생들을 위해 ‘미리 가보는 수의학교실’ 이라는 교재를 출간한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 책 덕분에 여러 학교 면접, 수의대 생활에서도 기본 지식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국가고시 합격률인데요, 충북대학교는 거의 매년 국가시험 전원 합격을 자랑하고 있어요. 입학해서 충실히 학교 생활을 한다면 국가시험 합격은 걱정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선배님들도 100퍼센트 전원 합격이더라고요!

마지막으로는, 위치적으로 서울과 대전 모두 가깝다는 점입니다. 세종캠퍼스와 청주캠퍼스 두 곳 모두 저의 본가와 가까워서 제게는 지리적으로 장점이 있는 학교였어요.

실제로, 학기중에도 대외활동을 하러 서울에 자주 다녀올 수 있고, 부모님께서 평일에 저녁 먹으러 놀러 오시기도 합니다.

 

Q.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동기들과 함께 1학기 종강 후 놀러갔던 가평 빠지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수의생화학 재시험 기간과 여행일정이 겹쳐서, 한 명이라도 재시험에 걸리게 되면 여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모두 통과하여 무사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당일에 예상치 못하게 비가 많이 왔는데, 다 같이 비 맞으면서 다함께 놀아서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다니는 대학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동기들과 선배들이 편입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게끔 학기 초반부터 너무나 많이 챙겨줬어요. 다 함께 힘든 해부학 실습과 쉴 틈 없는 시험기간들을 보내고 나니, 금방 친해질 수 있던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1년뒤, 10년 뒤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나요

아직 본과 1학년을 갓 마친 상태라 정확한 진로 계획은 없습니다. 나이 많은 편입생이라 미리 진로를 정하고 공부해야 하나, 대학원을 미리 알아봐야 하나 싶은 걱정도 있지만, 일단은 아직 다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제 선택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학부생일 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경험해보고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습니다.

그래서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으로 지원하여 활동 해보고, 김선아 교수님의 세종충북대 행동학아카데미 수업을 수강하기도 했었고요.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경북, 부산컨퍼런스에서 강연도 들어보고,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최근에는 중국어 구몬도 시작했습니다(웃음).

1년 뒤에는 데일리벳 기자단과 비대위부위원장 역할 모두 잘 마무리한 상태였으면 좋겠고, 바쁘다고 동기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0년 뒤에는 제가 존경하는 김용현 수의사님께 ‘이제는 좀 괜찮은 수의사가 되어가는구나’라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1년차가 0년차에게’ 수의대 편입을 준비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항상 제가 편입에 떨어졌을 때, 스스로에게 위로하던 말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수의대를 합격하는 것보다 어떤 수의사가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라는 말입니다. 제가 아는 한 수의사 선생님께서도 수의사임에도 수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하시곤 하거든요.

각자에게 ‘수의사’의 가치는 다른 것이니, 그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저는 수의대 편입 준비생, 수의대생, 수의사 모두 같은 흐름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니,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시고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짜 열심히 공부하세요. 살면서 내가 목표한 바를 위해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공부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홍성난 기자 hong4988@naver.com

[수(獸)타트:편입은 처음이라] 충북대 수의대 박지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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