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미래 60년 전망①] 유전자 조절 연구와 수의사의 역할:한호재

등록 : 2018.11.23 01:18:09   수정 : 2018.11.23 01:21:35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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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유전체에 원하는 변이를 도입하는 유전자 조절기술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치료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서 연구자들은 사람의 질병과 유사한 생체 혹은 세포 모델에서 유전자 편집의 유효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전자 질환에 관련된 쥐, 돼지, 영장류 등의 포유동물 모델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전자 조절 치료법의 유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전자 질환 모델동물을 확립하고 유전자 치료법의 효율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수의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유전자 조절 치료법 개발 동향과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 해당 분야에서 수의사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유전자 조절과 질병 치료 

1. 유전자 조절기술 기반 치료란 무엇인가? 

유전자 조절기술은 사람의 3만~3만 5천여 개의 유전자 변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발하여 유전자 교정 및 새로운 기능 변화를 유도하는 데 목적을둔다. 따라서 결핍 혹은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DNA, small RNA, 단백질 조절복합체 등을 활용하여 교정하고, 이를 통하여 단일 유전자 질환을 비롯한 암, 퇴행성신경질환, 관절질환, 심혈관질환 등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 조절 기술을 적용했을 때 일어나는 면역 반응 혹은 종양 유발 등은 유전자 조절 기술의 임상적용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2. 유전자 조절기술 방법과 이를 이용한 질병 치료 현황 

1) 유전자 조절 기술 방법 

①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기술 

운반체를 이용해서 유전자를 세포 및 핵 내로 전달하는 기술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때 운반체는 보통 바이러스 운반체와 비바이러스 운반체로 나뉜다. 플라스미드, 리포좀 등의 비바이러스 운반체는 바이러스 운반체에 비해서 구조가 단순하지만 낮은 전달 효율을 가지기 때문에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전달이 선호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그림 1).

그림 1 임상에서 사용되는 유전자 운반체 현황(www.abedia.com/wiley/)

그림 1 임상에서 사용되는 유전자 운반체 현황(www.abedia.com/wiley/)

바이러스는 자신이 가진 유전자를 다른 숙주로 운반한 후 숙주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유전자 복제 및 증식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지는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병원성을 제거한 바이러스를 유전자 치료의 운반체로 이용한다. 유전자 전달 효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바이러스 전달체가 가지는 병원성에 의한 잠재적 위험성, 유전자 크기에 따른 벡터 내 유전자 삽입 제한은 이 기술의 한계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유전자 운반체에 사용되는 바이러스로는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AAV),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레트로 바이러스 (Retrovirus)등이 있다. 현재는 암, 심혈관 질환 및 유전질환 등에 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조절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1]. 

② CRISPR-Cas9 

ZFN, TALEN을 이용한 기존 유전자가위들은 각 표적 부위마다 새로운 제한효소를 설계하고 구축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차세대 유전자 가위인 CRISPR-Cas9은 표적 DNA에 상보적인 가이드 RNA 분자와 Cas9 효소의 복합체 형성을 통하여 간편하게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유전자 기능을 신속히 발견하고, 표적 범위의 확대, 세포 및 동물의 새로운 질환 모델 개발이 용이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CRISPR을 인간 배아에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 복합체 형태로 주입하면 돌연변이 유전자를 원천 교정할 수 있다. 하지만 Cas9 단백질이 인지하는 PAM(Protospacer-adjacent motif) 배열이 표적 DNA 배열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배열에 제한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다[2].

그림 2 CRISPR/Cas9 시스템의 DNA 특이성 향상을 위한 전략 (A: Cas9이 PAM 서열을 가진 DNA에 결합함, B-H는 Cas9이나 guide RNA의 DNA에 대한 특이 성 향상을 위한 전략. B: sgRNA을 변형시킴으로써 특이성 향상, C: 비특이적인 결합을 줄이기 위 한 HFCas9 혹은 eCas9의 개발, D-F: Cpf1, Cas9 nickase, Fokl nuclease의 효소 개발로 인하여 RNA-Cas9의 결합 향상, G-H: Cas9과 다른 생체물질을 결합시켜 Cas9에 대한 생체저항성을 감 소, CRISPR-based technologies for the manipulation of eukaryotic genomes, Liu et al., Cell. 2016)

그림 2 CRISPR/Cas9 시스템의 DNA 특이성 향상을 위한 전략(A: Cas9이 PAM 서열을 가진 DNA에 결합함, B-H는 Cas9이나 guide RNA의 DNA에 대한 특이성 향상을 위한 전략. B: sgRNA을 변형시킴으로써 특이성 향상, C: 비특이적인 결합을 줄이기 위한 HFCas9 혹은 eCas9의 개발, D-F: Cpf1, Cas9 nickase, Fokl nuclease의 효소 개발로 인하여 RNA-Cas9의 결합 향상, G-H: Cas9과 다른 생체물질을 결합시켜 Cas9에 대한 생체저항성을 감소, CRISPR-based technologies for the manipulation of eukaryotic genomes, Liu et al., Cell. 2016)

현재 Cas9의 표적 범위의 확대를 위하여 Cas9 효소 자체가 PAM 특이성을 나타내도록 하거나, DNA의 특이성을 조절하여 Cas9이 보다 표적 부위에 잘 결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보완을 통하여 CRISPR-Cas9을 이용한 유전자조절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있다(그림 2).

이렇게 유전자 조절을 한 DNA를 앞서 서술한 바이러스 벡터, 플라스미드, 혹은 리포좀을 통해 운반하여 다양한 유전자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③ 후성유전학적 조절(Epigenetic regulation) 

후성유전학적 조절은 DNA 서열 변화 없이 유전체 및 히스톤의 메틸화, 아세틸화와 miRNA 전사 조절 등을 통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성유적학적 요법(Epigenetic therapy)은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통하여 암, 심장병, 당뇨병 및 정신질환 등을 치료하는 치료전략이다. 예를 들어, 암의 경우 종양 조직이 메틸화 반응을 통하여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On/Off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숙주의 면역 반응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조절하는 기술은 다양한 질병의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3, 4].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의한 유전자 조절은 세포분열과정 뿐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따라 유전자가 같더라도 개개인마다 단백질 발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질환에 따라 변화된 후 성메커니즘을 관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자 및 질환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암 유전자의 서열을 분석하면 돌연변이의 표적화를 통하여 강력한 초기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종종 내성이 유발되어 치료효과가 감소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환자에 따라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교정하는 것이 후성 유전학적 조절 기술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인 관련 연구를 통하여 향후 다양한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림 3).

그림 3 돌연변이로 인한 후성 유전체 변화 및 후성유전학 요법의 발전(Nita Ahuja et al., Annu Rev Med. 2016)

그림 3 돌연변이로 인한 후성 유전체 변화 및 후성유전학 요법의 발전(Nita Ahuja et al., Annu Rev Med. 2016)

2) 유전자 조절 기술 기반 치료제 현황 

① 항암 치료제 

유전자 교정을 위한 주요 운반체로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p53과 같은 세포 사멸이나 암 억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전달하여 암을 치료한다. 실제로 p53 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 유전자 치료제인 Gendicine은 혈액이나 암에 직접 주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덜 침습적인 치료법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목이나 머리에 생긴 종양을 치료할수 있다[5]. 이외에도 현재 난소암, 전립선암, 폐암, 유방암, 뇌종양 등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단계를 거치고 있다.

Azacytidine, decitabine 등의 후성유전학 치료제도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DNA 메틸화-탈메틸화 및 히스톤 아세틸화/탈아세틸화를 방해하는 여러 약제로 혈장 약물동태학 및 약동학 평가에서 피부림프종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②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

주로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FGF-1 유전자 발현 플라스미드나 관련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로 운반하는 등의 치료제가 사용 및 임상단계를 거치고 있다[6]. 근육, 혈관, 심내막 등에 주입하여 사용한다. 

③ 유전질환 치료제

낭포성섬유증,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 레버씨선천성흑암시와 같은 안질환, ADA 결핍장애 등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가 연구되고 있으며 각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에 직접 투여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④ 줄기세포 치료제

줄기세포는 일반적인 세포와 다른 생리학적 특징을 갖고 있어서 다양한 질환의 세포치료제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가 폐종양 부위를 추적하는 능력이 뛰어난 점을 이용하여 항암 유전자를 도입한 줄기세포 폐암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전임상단계에 있다.

뿐만 아니라 치매질환의 치료 목적으로도 줄기세포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줄기세포의 뛰어난 주변분비작용 및 손상 세포 대체효과를 통하여 신경세포 재생치료효과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 또한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하여 영양소 센서 교정을 통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7, 8]. 이밖에 크론병, 당뇨병성족부궤양, 아토피,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겨냥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림 4 유전자 치료제 개발 현황(난치병 환자의 마지막 희망 유전자 치료 시대 성큼, 매일경제, 2018. 3. 4)

그림 4 유전자 치료제 개발 현황(난치병 환자의 마지막 희망 유전자 치료 시대 성큼, 매일경제, 2018. 3. 4)

3. 유전자 조절 기반 치료제 시장 동향 

미국과 유럽에서 2012년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 유전자 치료제 글리베라(Glybera)와 2015년 악성 흑색종 유전자 치료제 임리직(Imlygic)에 대한 판매가 허가되면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다양한 유전질환과 암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판매가 승인되어 상용화되고 있다. 실제로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12년 46.6백만 달러에서 2017년 794.3백만 달러로, 약 17배가량 성장하였으며, 2025년에는 13,000백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전자 치료제 관련 임상 승인 현황이 2010년 80여 건에서 2017년 130건 정도로 증가하였고,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그림 4).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병 환자들이 평생 특정 효소를 투여해야 하는 등의 질병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수차례의 치료만으로 암 투병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년 내에 심혈관 질환과 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한 유전자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제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소수의 유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시장성이 좋지 않아 많은 기업에서 투자에 소극적인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치료제가 일부 환자의 유일한 희망인 만큼 비용을 줄이고 치료제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9]. 

4. 유전자 조절 기술 개발의 전망 

고비용의 유전자 조절 기술 기반 치료제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하여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융합기술을 도입한 신개념 유전자 치료제 관련 연구가 대두되고 있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바이러스 벡터에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단백질의 발현이나 결합 등을 조절하는 약물 개발에 성공하는 등 안전성이 높은 유전자 치료법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융합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법은 기존의 치료 전략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II. 유전자 조절 기술과 수의학과의 연관성 

1. 동물 유전체 조절 기술 개발과 현황 

1) 동물 유전체 연구 

동물 유전체 연구는 생물의 다양성 유지와 우수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동물의 생존권과 복지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수의학의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동물 유전체 분석을 통해 산업동물의 종자 개량과 악성 질병 및 소모성 만성 질병원에 대한 저항성을 지닌 산업동물 개발은 축산업 분야에 큰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내 동물유전체육종사업단이 신동물생명산업과 육성과 핵심기술개발을 위해 연구를 진행했었다(그림 5).

동물 유전체 해독과 유전적 기능 제어제 발굴 연구는 육종 개량과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으며 고유 동물 유전자원 DNA 은행 구축을 통한 재래동물 유전체 보존과 멸종 동물 복원에 활용 될 수 있다.

미생물의 유전체 연구는 생명의 기원, 생물의 다양성, 진화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미생물 유전체의 분석은 동물의 감염성 질환을 연구하는 수의학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림 5 농진청 동물유전체육종사업단의 비전 및 목표(농진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동물유전체육종사업단 소 개)

그림 5 농진청 동물유전체육종사업단의 비전 및 목표(농진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동물유전체육종사업단 소
개)

미생물의 유전체의 크기는 고등생물에 비해 1/100~1/100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 밀도가 아주 높다. 따라서 작은 유전체를 가지고도 많은 유전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데에 장점이 있다. 초기의 미생물 유전체 연구는 주로 감염성 미생물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현재는 비만, 정신질환 등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과 소, 돼지,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미생물 등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10].

특히 특정 미생물의 유전체 염기서열의 완전 해독 및 특정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체를 없애는 치료법 및 백신 개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의 경우 사람과 미생물의 생물 정보를 통합적으로 구축하는 군집연구가 진행 중인데, 20만 개의 환경 시료에 존재하는 미생물 총의 특성과 역할을 밝혀내는데 목적이 있다. 미생물의 유전자 범위가 매우 방대하여 새로운 미생물 종의 유전체를 해독할 때마다 약 1/4 정도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는 새로운 유전자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미생물 유전체 연구가 필요하다.

2) 질환 모델 동물의 선택

질환 모델 동물을 만드는 것부터 새롭게 개발한 치료법이 임상시험을 통과하기까지 유전자조절 치료법 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질환 모델 동물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운 점, 사람 유전자를 변형시킬 때의 윤리적 문제, 다양한 질환 모델을 손쉽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등으로 인해서 동물이 유전자조절 치료법 연구에 많이 활용된다[11~13].

가장 많이 쓰이는 질환 모델 동물은 마우스로, 유전자를 삭제하거나 삽입하여 암, 혈우병,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백인에서 가장 흔한 치명적인 유전 질환인 낭포성섬유증에 대한 질환 모델 마우스의 생식세포에 장 특이적 프로모터에 정상CFTR 유전자(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gene)를 도입함으로써 이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마우스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유전자 조절 치료법의 모델이나 효능평가의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대형 동물을 질환의 모델로서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대형 동물은 신체와 기관의 크기가 설치류 모델보다는 사람의 것과 더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의 망막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유전병들이 개들에서 많이 관찰되는 것, 고양이와 개의 두뇌가 신경 퇴행성 질환에 더 정확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대형 동물을 활용한 질환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동물 모델은 개별 환자로서의 치료와 평가가 용이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적 분석이 가능하며 수명이 길어 장기간 추적 연구도 가능하다. 하지만 높은 사육비용, 긴 재생산주기, 막대한 양의 실험 시약비용 등의 단점이 있기 때문에 설치류 및 소동물을 이용한 연구가 선행된 후에 대형동물모델을 활용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질환 동물 모델이 다양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어 왔다. 한 예로써 인슐린 결핍성 개 모델에서 포도당 인산화 효소와 인슐린 유전자 조절제의 근육주사를 통하여 당뇨병을 치료한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해당 연구 성과를 토대로 대형 동물에서도 유전자 치료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되어 유럽 의약품청에서 해당 유전자 치료임상 실험을 허가했으며,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 중이다. 좌심실 압력이 사람과 가장 비슷한 특징을 가진 돼지는 심혈관 질환 연구에서 선호되는 동물모델로서 심장의 압력과 박동을 손쉽게 조절하여 심근 경색을 쉽게 발생시킬 수 있다. 현재 돼지에서 심근세포의 재생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전달하여 재생 과정의 주변분비 자극을 통한 유의미한 심근 재생을 일으킬 수 있음을 전임상 단계에서 확인하였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다.

이렇듯 동물 모델은 유전자 치료법 연구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최근 유전자 조절 기술이 난치성 질환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받는 만큼 유전자 조절 기술의 안전성 확보와 적절한 질환 동물 모델의 선택은 보다 효율적이고 발전된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3) 유전자 보존기술을 이용한 희귀동물 보전 

유전자 보존기술은 현존하는 멸종위기 종의 유전자를 보존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토양 등에서 채취한 고생물의 유전자를 복원하여 그들의 생활사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연구 초기에는 짧은 미토콘드리아 DNA 단편에 의존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멸종위기 동물이나 고생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으며, 유전정보를 재현해 내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는 단일염기다형성 분석, 전장유전체서열 분석 등을 포함하는 대용량 고효율 서열분석법(high-throughput sequencing, HTS)을 이용하여 동물의 유전체 복구가 보다 용이해졌으며 멸종위기종 혹은 고대 동물과 가장 계통상으로 근접한 현존하는 동물을 찾을 수 있다[14]. 아직까지 동물복원 성공사례가 없지만, 현존하는 동물의 난자에 고대 동물의 유전체를 주입하여 착상시킴으로써 고생물의 복제를 가능케 하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그림 6). 

그림 6 종 보존 연구대상인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새끼 매머드(http:// iberianature.com/ wildworld/ guides/ wildlife-of-russia/baby-mammoth/)

그림 6 종 보존 연구대상인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새끼 매머드(http://iberianature.com/ wildworld/ guides/wildlife-of-russia/baby-mammoth/)

4) 바이오 장기 생산용 동물의 연구 

최근 CRISPR/Cas9을 활용한 바이오 장기 생산용 형질전환 동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종 장기를 이식할 때 나타나는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Galactosyl transferase 녹아웃 돼지가 2002년 개발되면서 돼지의 장기가 이식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으나, 아직 이종이식관련 가이드라인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동물의 생산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사람과 많은 질병을 공유하는 동물들로부터 장기를 제공받는 것은 아직 임상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2015년 CRISPR/Cas9을 이용하여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 옮기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돼지 유전자 내 Porcine endogenous retrovirus(PERV)를 모두 불활성화하는 연구가 성공하였으며 더 나아가 여러 염색체에 분포되어 있는 이종장기이식의 장애물로 알려져 있는 62개의 유전자들을 한꺼번에 편집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돼지 장기를 이용한 이종장기이식 분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15]. 또한 형질전환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 이식하였을 때 원숭이가 최장 945일 생존하였으며, 돼지 무세포 각막기질을 사람에 이식하여 시력을 회복시키기도 하는 등 성공사례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그림 7).

그림 7 장기이식용 돼지 개발 현황(면역거부 없는 이식용 장기 돼지서 키운다. 조선일보. 2015. 11. 19)

그림 7 장기이식용 돼지 개발 현황(면역거부 없는 이식용 장기 돼지서 키운다. 조선일보. 2015. 11. 19)

2. 유전자 조절 치료법 개발에서 수의사의 역할

유전자 조절 치료법의 질병 범위가 낭성 섬유증 및 듀센 근이영양증과 같은 단일 유전자 질환을 비롯하여 암, 심혈관 질환과 같은 보다 복잡한 질병까지 확장되면서 임상 시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설치류 모델에 집중되어 있던 기존연구와 달리, 최근 연구는 개, 고양이, 토끼, 소 등 다양한 대형동물을 질환 모델 동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생리학적 기전 및 질병의 발병기전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또한 사람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면서 질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람 유전자와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비교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질병 모델로서 동물을 선택할 때, 해당 동물이 사람에서 나타나는 질병 관련 유전적 메커니즘, 신진대사를 보여주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어떤 동물 모델이 특정 유형의 유전자 전달연구에 더 적절한지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과 설치류, 개, 고양이, 영장류, 토끼 등은 약 30억 염기쌍 정도의 동일한 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 특이 형질과 기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유전자가 관여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 질환을 공유하는 동물을 선택해야 하고 이들의 공통적인 생리학적 기전을 자세히 알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수의사는 다양한 동물들의 생리학적 특이성 및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사람의 치료법이 수의학에 많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의사는 동물 복제 기술이나 유전자 보존기술을 통하여 종자 개량, 멸종된 동물의 복원과 다양성 보존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특히 피부와 같이 간단하게 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조직 시료를 이용하여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 중 하나인 핵치환 기술은 희귀동물 복제와 멸종동물 복원을 위한 핵심기술로 여겨지고 있지만 동물 복제에 따른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바이오 장기이식 연구에서도 동물에 적합한 면역 억제 프로토콜을 만들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동물의 생리학적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수의사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이외에도 수의사는 미생물, 어류, 조류, 포유류 등의 다양한 동물의 유전체 조절 기술 개발, 백신 개발, 다양한 질환 모델 생성, 종 보존, 유용 유전자 발굴 등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반려·산업 동물의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사람의 질병 치료제 개발, 다양한 산업의 발전, 지적재산권 획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의사의 입지와 역할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IV. 글을 마치며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제의 기술적 진보를 이루면서 FDA 승인을 받는 치료제들이 증가하고 있다. 유전자 조절 기술은 희귀·난치·퇴행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기술로, 이에 관한 연구 및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환자들에게 분명 희망적인 소식일 것이다. 이와 함께 효과적이면서 경제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수의사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다 많은 유능한 국내 수의사들이 차세대 바이오 개발 연구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바이오 치료제 개발과 동물 및 인류 보건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참고문헌

1. 이혜미: 유전자 치료(gene therapy) 방법 및 연구 동향. BRIC VIEW, T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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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Zhang WW, Li L, Li D, Liu J, Li X, Li W, Xu X, Zhang MJ, Chandler LA, Lin H, Hu A, Xu W, Lam DM: The first approved gene therapy product for cancer ad-p53(gendicine): 12 years in the clinic. Hum Gene Ther. 29(2):160-179. 2018.

6. Marotta P, Cianflone E, Aquila I, Vicinanza C, Scalise M, Marino F, Mancuso T, Torella M, Indolfi C, Torella D: Combining cell and gene therapy to advance cardiac regeneration. Expert Opinion Biol Ther. 18(4):409-423. 2018.

7. Lee HJ, Ryu JM, Jung YH, Oh SY, Lee SJ, Han HJ: Novel pathway for hypoxiainduced proliferation and migration in human mesenchymal stem cells: involvement of HIF‐1α, FASN, and mTORC1. Stem Cells. 33(7):2182-2195. 2015.

8. Choi GE, Lee SJ, Lee HJ, Ko SH, Chae CW, Han HJ: Membrane-associated effects of glucocorticoid on BACE1 upregulation and Aβ generation: involvement of lipid raft-mediated CREB activation. J Neurosci. 37(35):8459-8476. 2017.

9. 매일경제: 난치병 환자의 마지막 희망 유전자 치료 시대 ‘성큼’.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143328.

10. 박수정, 조성범: 미생물 유전체 연구와 동향. 질병관리본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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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김현일: 바이오장기 생산용 형질전환 동물의 연구 및 산업동향. BRIC VIEW, T21. 2016.

*이 글은 대한수의학회 60년사 제3장 ‘수의학 미래 60년을 전망하다’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흥식 대한수의학회 60년사 편집위원장님의 도움으로, 60년사 제3장에 담긴 글 10개를 데일리벳에 게재합니다.

수의학회 창립 60주년은 미래 수의학 60년을 준비하는 시작점이라는 견지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에 주목이 되는 주제를 중진 학자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고, 이 주제와 수의학과 수의사는 어떻게 관련되며, 이들의 국내·외 현황과 전망은 어떠하며 그리고 이 분야에서 수의학과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과연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알아보는 글을 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집필자는 원로 학자나 신진 학자보다 당해 분야의 중견 학자와 벤처 기업 CEO가 현실을 직시하며 당해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합한 저자를 추천받아 원고를 청탁하고 이들의 글을 게재하기로 수의학회 60년사 편집위원회에서 결정하였습니다. 

1. 유전자 조절 연구와 수의사의 역할 _ 서울대 교수 한호재

2. 수의학 분야에서의 분자진단의 현황과 전망 _ ㈜메디안디노스틱 대표 오진식

3. 수의임상에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의 전망 _ 전북대 교수 김남수

4. 국내 동물복지 현황, 전망 및 수의사의 역할 _ 건국대 교수 한진수

5. 국가방역체계의 현황과 전망 및 수의학의 역할 _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장 정석찬

6.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과 수의사 _ ㈜마미닥터 수석연구원 이미진

7. 동물용의약품 시장 전망 및 신약개발 현황 _ 바이엘 코리아㈜ 동물의약사업부 대표 정현진

8.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 발생 전망과 수의학의 역할 _ 서울대 교수 채준석

9. 줄기세포치료의 현황과 전망 및 수의학에서의 대응방안 _ 서울대 교수 강경선

10. 동물 복제의 역사와 인류역사에서의 의의 _ 충남대 교수 김민규

대한수의학회 60년, 수의학 미래 60년을 전망하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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