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과대학 임상실습교육을 실험동물법으로 규제한다?

예산확보 없는 규제, 마비로 이어질 것..실습견 활용 정당성에 대해선 교수진서도 시각차

등록 : 2018.09.10 10:26:07   수정 : 2018.09.10 09:47:0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수의과대학 임상과목 실습교육에 실험동물법을 적용하려는 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수준의 수의과대학 교육예산으로는 자칫 임상실습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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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대학에 실험동물법 적용해야` 법 개정안 국회 심의 눈앞

수의과대학 임상실습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4월이다. 한겨례신문이 한 수의과대학의 실습견 관리에 대한 내부고발을 보도하면서 부터다.

해당 대학이 임상실습교육에 정식 실험동물 생산업체의 비글이 아닌 시장에서 구입한 개들을 사용했고, 그 마저도 관리가 열악했다는 것이다.

현행 실험동물법은 동물실험을 할 때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동물실험시설은 등록된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실험동물을 공급받아야 하며, 실험동물 사용관리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고 동물실험 실태를 보고해야 한다는 등이다.

다만 실험동물법 자체가 식품·의약품·화장품 등의 개발이나 품질관리를 위한 동물실험에만 적용된다. 수의과대학 임상실습교육은 실험동물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백혜련 의원은 지난 4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실습도 실험동물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8월 28일 국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9개 수의과대학(익명, 가~자) 임상과목의 1학기당 실습예산

이번 조사에 응답한 9개 수의과대학(익명, 가~자) 임상과목의 1학기당 실습예산


교수당 1학기 실습예산 평균 177만원..비글 1마리 사면 끝

이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당장 수의과대학 본과 3, 4학년 임상실습에 쓰이는 실습견들은 모두 정식 실험동물공급자가 공급하는 비글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수의과대학 임상실습이 파행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본지 조사 결과다.

본지는 실험동물법 개정안이 발의된 직후인 지난 4월말 전국 수의과대학 임상과목 교수 54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9개 대학에서 임상과목 교수 14명이 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교수 1인에게 학기당 주어지는 임상실습 예산은 평균 177만원에 그쳤다. 최저액인 20만원부터 최고액 400만원까지 대학·과목별로 편차도 컸다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비글을 구입하는데 마리당 최소 100~150만원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2마리를 채 마련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은 곳에서도 제대로 구비할 수 있는 실습견은 4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사료 구입을 포함한 실습견의 사양관리나 실습에 필요한 기자재 조달에도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내과나 영상의학과 등 비침습적인 실습을 교육하는 과목에서는 실습견을 여러 학기에 걸쳐 활용하면서 비용소모를 줄이고 있다.

수술 실습에는 카데바를 활용하거나, 일부 장기조직 샘플을 가지고 술기만 적용해보는 식의 간이교육으로 대체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예산증액 없이 수의과대학에 실험동물법을 무작정 적용한다면, 예비수의사를 위한 임상교육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의과대학의 A교수는 “예산과 동떨어진 실습견 관리를 의무화한다면, 결국 실습을 극도로 줄이거나 하지 않고 동영상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동물보호도 중요하지만, 동물의 건강을 지켜야 할 수의사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동물복지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업체가 개발한 수의과대학 임상실습용 모형도 있지만..

미국 업체가 개발한 수의과대학 임상실습용 모형도 있지만..


살아있는 개를 임상실습에 활용해도 되나

이번 조사결과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점은 임상과목 교수진 사이에서도 실습견 활용문제에 대한 시각이 다양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수의과대학의 B교수는 “구시대적이며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임상실습견 활용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수의과대학에서는 일반인을 뛰어 넘는 수준의 높은 동물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습성이 높은 외과실습은 카데바로 대체하고, 상대적으로 비침습적인 내과·영상의학과 실습도 모형 등을 활용해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학사과정 후반부 로테이션 과정을 통해 대학부속병원에서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받는 프로세스가 정립되면, 학생들의 임상역량 육성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견해다.

반면 다른 수의과대학의 C교수는 “살아있는 개 대신 모형을 사용한다면 교수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다”면서도 “학생에게는 살아 있는 교육을 해주려면 실습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단한 채혈실습만 해도 모형과 실제 개에서의 경험이 천지차이인 데다가, 결국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의 술기 연마에 누군가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교수도 “동물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보호자들도 대학병원에서 학부생이나 초임수의사가 진료에 참여하면 ‘본인의 동물을 실험견 취급한다’며 극도로 경계한다”며 “실습견 활용을 무조건 규제할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예산확충·통합형 운영 필요..`실습견 관리도 교육 일환 돼야`

이번 조사에 응답한 교수진은 모두 임상실습 교육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예산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상하는 실습 형태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보통 50여명으로 구성되는 한 학년에게 적절한 실습 기회를 제공하려면 1천만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다른 수의과대학의 D교수는 “수의학 실습용 모형이 있지만 돈이 없어 못 사는 실정”이라며 “정상적인 수의학 교육을 위해 투자가 절실하지만, 국립대 안에서 일개 단과대에 불과한 수의과대학이 유치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예산을 늘리는 것과 함께 실습운영 체계를 보다 효율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가령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각 과목별로 분리된 실습체계와 예산을 일원화하여 실습견을 공동으로 활용한다면, 제한된 예산 안에서도 학생들의 실습교육기회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습견을 활용한 교육의 윤리적인 측면을 지나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C교수는 “수의사가 되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실습견이 그저 ‘재료’에 그친다는 인식을 심어줄까 두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생명에 대한 동정심이 수의대 학년이 높아질수록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습견을 활용한다면 생명을 돌보고 관리하는 태도까지 함께 교육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충남대 수의대 동물복지 동아리 'VEVO' 학생들이 실습견 산책봉사를 실시하는 모습

충남대 수의대 동물복지 동아리 ‘VEVO’ 학생들이 실습견 산책봉사를 실시하는 모습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신중 검토` 우려

실험동물법을 소관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한정애·백혜련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식품·의약품·화장품 관련 동물실험을 규율하는 ‘실험동물법’보다 동물실험의 일반원칙을 담은 ‘동물보호법’에서 다루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의과대학 외에도 동물을 실습에 활용하는 학교 전부가 실험동물법에 적용을 받게 되면, 이를 관리할 식약처의 인력 여건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식약처, 교육부 등 관계부처들도 동물보호법에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개정안 조치에 따른 인력이나 예산지원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정애,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실험동물법 개정안은 8월 28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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