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침내 도입된 직선제, 회원갈등 시한폭탄 되지 않으려면

등록 : 2018.02.28 12:58:38   수정 : 2018.02.28 12:58:38 데일리벳 관리자

우여곡절 끝에 대한수의사장 직선제 도입이 확정됐다. 내 손으로 직접 대표자를 뽑을 권리는 회원의 기본권이다. 회 창립 70주년만에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당초 대의원들의 의견이 회원 설문조사에 비해 직선제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94%의 압도적 찬성률을 보였다. ‘회원의 의사를 대표한다’는 당위성을 대의원들이 겸허히 받아들인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대한수의사회 직선제 호는 이제 막 닻을 올렸을 뿐이다. 회원 모두가 함께 치르는 직선제는 회원참여를 높일 계기가 되지만 그만큼 갈등의 소지도 깊다. 특히 선거과정상 벌어진 문제들은 회 울타리를 넘어 법정다툼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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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협회는 지난해 치른 첫 직선제의 홍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투표로 규정됐던 선거방법이 선거 직전 문자투표로 변경됐지만, 1천여명의 회원이 휴대폰번호 오류로 문자를 받지 못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선거 직후 일부 회원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올해 2월 관할법원이 선거무효 판결을 내렸다. 김철수 치협회장이 항소를 포기하고 물러나면서 현재 치협회장은 공석이다. 4월 재선거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재선거 당선자의 임기문제를 두고 새로운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선거 관련 갈등이 수의사회라고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직선제 도입 논의과정에서 지적된 몇몇 문제도 불씨로 남아있다.

겸직금지 범위 문제가 대표적이다. 특히 당선된 대한수의사회장이 동물병원장 명의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의견차가 극명하다. 병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면 임상수의사의 출마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입장과 대수회장 동물병원에 문제가 발생하면 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겸직금지 의견차로 직선제 도입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집행부는 ‘회장의 복무는 별도 규정으로 정한다’는 식으로 문제를 뒤로 미뤘다. 하지만 당장 올해,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회원정보관리도 시급하다. 회원 개개인별 2017, 2018, 2019년 회비납부기록을 중앙회에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다(선거권 자격기준 중 최근 회비 3년 납부 관련). 이제까지는 각 지부가 회원별 납부기록을 관리하고 중앙회에는 ‘OO지부 OOO명분 회비 얼마’로 모아서 건네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회비기록, 회원 연락처 등 회원정보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치과의사협회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 향후 진행될 정보 현행화 작업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출마자 자격기준 중 대표적으로 문제될 부분은 ‘최근 10년간의 회비납부기록’이다. ‘회비를 내지 않은 자가 대수회장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과 대한수의사회 중앙회의 회원기록 보관 연한이 최대 10년이라는 현실론을 섞은 기준이지만, 당장 모든 지부에 회원 개개인의 10년간 회비 납부기록이 완벽한지는 의문이다. 논의 과정에서 한 지부장은 ‘본인의 임기가 아니었던 시점의 회비 납부여부까지 책임지긴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제부터는 2017년을 시점으로 매년 회원 개인별로 납부기록이 쌓일 테니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문제긴 하지만, 당장은 출마자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직선제를 준비할 인력 문제다. 상설 선관위가 구성되면 이들을 중심으로 준비작업이 진행되겠지만, 다들 생업이 있는 수의사들이다. 실무는 별도의 사무인력이 담당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직선제 도입과정의 실무는 중앙회 사무처의 모 수의사가 전담했다. 1명이긴 하지만 중앙회 정책담당인력이 5명 수준이니 20%나 투입된 셈이다.

‘대수회장이 상근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회무가 많아졌다’는 지적은 사무처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가뜩이나 업무량이 포화된 기존 사무처 인력에 직선제 준비라는 격무가 추가되면, 다른 회무는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직선제를 제대로 치르려면 사무처 조직의 확대, 그에 따른 재원 투입이 불가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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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선제를 치르기까지 남은 시간은 2년이 채 안된다. 자칫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회무동력이 상실되면 안 하니만 못한 직선제가 될 뿐이다.

첫 직선제가 수의사회 발전의 전환점이 될지, 회원갈등의 시한폭탄이 될지는 앞으로의 준비과정에 달렸다. 직선제는 ‘잘’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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