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돈벌이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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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동물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돈벌이 : 한주현 변호사(법무법인(유한) 정진)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돈 버는 방법은 참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중에서도 요즘 종종 보이는 ‘동물보호’를 표방한 돈벌이 행태는 놀라움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이 돈벌이는 SNS에 올라온 강아지 임시보호자(이하 “임보”, “임보자”) 공고글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칭 ‘동물보호단체’라는 곳의 대표는 자신이 번식장에서 불쌍한 강아지를 구조했다며 이 강아지가 가족을 찾을 때까지 임보 해달라는 호소를 한다. 그러면 불쌍한 강아지를 도와주려는 임보자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단체 대표는 임보자에게 자신이 아니라 웬 동물병원에서 개를 데려가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개를 데려가려고 하면 수의사는 접종비 명목으로 돈을 내고 가라고 한다. 임보자는 사전 설명도 없었던 수납 요구에 이상한 마음이 들기는 하나 ‘좋은 일 한다는 데 몇만 원쯤이야..’하는 마음으로 돈을 내고 개를 데려온다.

개를 키우는 동안 드는 모든 비용은 임보자 몫이다. 보통 구조자와 임보자가 비용을 적당히 분담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도 임보자는 단체 대표가 좋은 입양처를 찾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개를 키운다. 당연히 이때의 입양은 무료 또는 소액의 책임비만을 전제로 한 입양이다. 하지만 실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단체 대표는 임보자에게 개 보호 비용을 모두 전가한 채로, 자신은 특정 사이트에 입양비 최소 100만원 이상의 홍보글을 열심히 올린다. 임보자를 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번식장에서 구조한 불쌍한 강아지라는 점을 강조한다. 돈을 받기는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는 좋은 일이고 공익적인 일이라면서.

만약 임보자가 임보 도중 입양을 원하면 어떻게 될까? 보통의 구조자라면 임보자의 입양 의사를 쌍수 들고 환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단체 대표는 자신이 구조한 강아지를 무료로 입양 보내는 동물보호가처럼 행세해놨기에 임보자에게 입양비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임보자의 입양 의사가 곤란하다. 그래서 임보자의 입양 의사는 무조건 거절한다. 임보자의 의지가 너무나 완강하면 갑자기 ‘임보 전 강아지가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은 비용을 전부 내야 한다’라면서 처음 임보자가 개를 데려온 동물병원 영수증을 제시한다. 금액은 당연히 100만원 이상이다.

정리해보자. 구조 경위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번식장에서 구조됐다는 개가 갑자기 등장한다. (개 경매장이나 펫샵 등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개들을 싼 값에 사온다는 제보가 다수 있다.) 보통의 동물판매업자라면 그 개가 팔릴 때까지 돌보는 비용이라도 지출하게 마련이지만 이 자칭 ‘동물보호단체’의 대표는 그 비용마저 임보자에게 전가하여 지출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개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여 돈을 번다. 그 과정에서 불쌍한 개에게 새로운 견생을 선물해주는 동물보호가라는 이미지를 얻는다. (구체적인 서술은 곤란하나 해당 단체 대표가 개를 이용해 보조금 부정 수급 등 여러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정황과 입양비를 탈세하는 정황 역시 다수 발견되고 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가 아닌가!’ 싶은 놀라움이 앞섰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동물을 앞세운 돈벌이는 유독 이런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이용해 동물보호비로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받은 후, 그렇게 버려진 동물을 다시 입양 보내는 것처럼 공익적 측면의 홍보를 앞세워 손님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는 펫샵 영업을 하는 ‘신종펫샵’들을 선두로, 동물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물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이용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동물은 현재 법상 물건이다. 그렇기에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살 수도, 팔 수도 있다. 하지만 당연히 동물은 일반 물건과는 다르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들이 일반 물건과는 다르게 취급되기를 바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동물을 일반 재화로 취급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하며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주워 온 고장 난 컴퓨터를 가난한 이웃에게 공짜로 줄 것처럼 하면서 생판 남에게 수리, 보관비용 다 부담하게 한 후에 몰래 몇백만 원에 팔아넘긴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인데, 심지어 주워 온 것이 생명이다. 법이 개입하지 않는 한 이런 사람들은 계속해서 기상천외한 돈벌이를 이어 나가며 활개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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