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유로 사람 약물 생산하는 기술 개발한 장구 서울대 교수

2019 대한수의학회 학술대상 수상

등록 : 2019.11.15 15:21:33   수정 : 2019.11.15 15:21:33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이번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취소됐지만 매년 우수한 실적을 거둔 수의학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학술대상은 예정대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대한수의학회 학술대상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장구 교수가 수상했습니다. 장구 교수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을 활용해 유전자도입 소를 만들어내고, 세포의 혈통을 밝히는 DNA 바코딩 기술을 연구하는 등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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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년 대한수의학회 가을대회에서 학술대상 수상자를 시상하고 특강이 진행됐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무산돼 아쉬울 것 같다

학술대회가 취소되면서 이미 선정됐던 학술대상, 젊은과학자상 등도 아예 무산될 뻔했는데 그래도 상을 주셔서 다행이다(웃음).

대한수의학회 학술대상은 최근 10년간 대한수의학회지 영문판(JVS) 3편을 포함한 SCI급 논문 20편 이상을 주저자 및 교신저자로 발표하고, 인용지수가 높은 연구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훌륭하신 선배 연구자 분들이 이미 수상하신 덕분에 저에게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Q. 학술대상을 수상하게 된 주요 연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08년 교수로 부임하자 마자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인간 유전자가 도입된 소를 만들어, 우유에서 인간의 단백질이 발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원하는 유전자를 소에게 주입한 ‘유전자도입 소’는 이전에도 개발된 바 있었다. 레트로바이러스를 감염시켜 특정 유전자서열을 숙주 세포에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길이가 긴 유전자서열을 삽입하기 어렵다. 인간의 단백질을 발현시키려면 유전자 서열도 길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바이러스로 하는 연구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트랜스포존이었다. 트랜스포존은 비(非)바이러성이며, 긴 유전자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트랜스포존이 적용된 체세포를 이용해 유전자 도입 복제 동물을 생산하려고 해도 어려운 점이 있다. 소에서 체세포 복제는 체외수정에 비해 착상율이 낮고 기형 발생도 잦다는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낮은 효율이 발생되는 이유 중 하나는 복제 대상이 되는 세포의 리프로그래밍 문제에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처럼 큰 실험목장을 갖춰 대량으로 이식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환경이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복제 배아 대신에 체외수정을 이용하고, 바이러스 대신 트랜스포존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외부 유전자 도입 소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장구 교수팀은 트랜스포존을 미세주입해 유전자를 변형시킨 체외수정란을 대리모에 착상시켜 유전자변형 소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Yum et al., 2016)

장구 교수팀은 트랜스포존을 미세주입해 유전자를 변형시킨 체외수정란을 대리모에 착상시켜 유전자변형 소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Yum et al., 2016)

Q. 트랜스포손을 활용해 기존 바이러스보다 긴 유전자서열을 삽입한 것인가?

일단 처음에는 잘 되는지부터 확인하기 위해 형광색을 발현하는 간단한 유전자부터 활용했다. 체외수정 단계에서 트랜스포존을 주입해 유전자변형을 시도했다.

색깔도 여러가지로 적용해보고, 지정한 위치에 삽입해 보고, 항생제를 주입했을 때만 스위치가 켜지듯 형광색을 나타내는 등 원하는 형질을 발현시키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소의 우유에 사람 인터류킨2 단백질이 나오는 소도 만들어냈다. 카제인(Casein) 유전자에 인터류킨2 유전자를 붙이는 방법으로, 5~10kbp 크기의 유전자를 삽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유도 유전자변형 소가 9마리다. NGS(Next-Generation Sequencing)을 활용한 유전자 분석결과를 더해 2016년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Q. 그 소들은 건강한가?

건강하다. 처음 태어난 유전자변형 소는 이미 7살이다. 죽을 때까지 키우면서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트랜스포존으로 유도한 유전자변형 소가 건강히 잘 자라는지, 송아지는 잘 낳는지, 그 송아지에게도 변형된 유전자형질이 잘 전달되는지 등을 5년간 모니터링하여 BMC GENOMICS에 추가 논문을 최근 (2018년)에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소끼리 자연교배시켜서 새끼 송아지가 태어났다. 이 송아지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니 아빠가 가진 변형 유전자가 남아 있었다. 세포 수준에서도 형광색을 발현했다.

이렇게 10년간 유전자변형 소를 연구해서 낸 실험 논문이 2편이다.

이 2편의 연구 논문을 위하여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이 기간동안 원하는 형질을 가진 소를 생산하기 위해 실험실 기초연구부터 현장 적용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아직도 이와 관련하여 중점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다른 연구들도 함께 진행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DNA 바코딩을 결합하여 세포의 운명을 추적하는 연구를 연세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하여 2019년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다양한 연구기관들과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된 트랜스포존 및 유전자 기술을 활용하는 공동 연구도 진행중이다.

트랜스포존으로 형광발현 유전자를 삽입한 유전자변형 소 (Yum et al., 2016)

트랜스포존으로 형광발현 유전자를 삽입한 유전자변형 소 (Yum et al., 2016)

Q. 첫 프로젝트였던 인간 단백질을 우유에 내보내는 건강한 소를 만드는데 이미 성공한 것인가

성공은 했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사람에게 필요한 물질을 우유에 생산한다 하더라도, 우유 속에 녹아 있는 해당 물질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 효율을 높여야 산업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되긴 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우유 속에 발현되는 양을 늘리는 등의 해법도 보인다. 이를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Q. 생명과학이면서도 연구성과의 실용성이 엿보이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염소 우유에서 생산한 사람 항응고제가 FDA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다. 토끼 우유에서 치료제를 생산하기도 한다.

소에서의 연구개발이 어렵긴 하지만,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우유 생산량 자체가 크기 때문에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Q. 실제 소를 다루는 연구이기 때문에 수의사들이 필요한 분야인 것 같다.

이런 연구는 수의사들이 특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실험실에서 트랜스포존만 다뤄서는 불가능하다. 직장검사, 인공수정 등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내는 분야 전반에 대한 지식과 술기가 뒷받침되어야 종합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사실 수의사들이나 수의대생들이 생명과학 연구를 어렵게 여기곤 하지만, 수의학적 지식과 술기를 연구에 접목시키면 잠재력 있는 바이오연구도 가능하다.

마우스는 수의사가 아니라도 연구하는 사람이 너무 많지만, 농장동물이라면 수의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수의사가 연구도 리딩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컴퓨터 공학자들이 의학 관련 연구를 하는 세상이 오고 있지만, 동물을 이해하는 임상의 눈을 가지면 보다 실용화될 수 있는 지점에 연구의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실습교육을 지도하는 장구 교수(오른쪽 맨앞)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실습교육을 지도하는 장구 교수(오른쪽 맨앞)

Q. 사실 미래 수의사들을 위한 수의학교육의 변화는 임상교육 강화에 맞춰져 있다. 개인적으로 수의사에게 임상역량이 연구역량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학생들조차 기초분야와 임상분야를 갈라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동물병원장을 꿈꾸는 학생은 기초과목에 소홀히 한다거나, 연구자를 지망하는 학생은 임상교육 시간이 늘어나는데 불만을 가지는 식이다.

수의대생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할 교육을 충실히 받고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도 다양한 바이오기업이 수의사를 채용하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지식이나 술기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안된다.

수의사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임상이니 기초니 하는 진로는 그 다음 문제다. 기초 연구자라고 해서 동물 채혈이나 중성화수술도 제대로 못한다면 전문가(수의사)라고 볼 수 없다.

학부때부터 ‘나중에 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수의사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수의사라면 기초과학전공자와 다른 역량을 보유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Q. 연구 측면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대동물 실습교육을 충실히 진행하면서, 임신 전 수정란 단계에서 다양한 형질을 예측하고 선택해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특히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받고 있는 소에서의 프리온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재 소에서 정상 프리온을 세포와 수정란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제거하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알아가고 있다.

나아가 착상하기 이전 단계의 수정란 단계에서 우유 생산량을 예측하거나, 유전병을 예견하거나, 성별을 정하는 등 활용가능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러한 연구과정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등 최신 생명과학 기술도 적극적으로 적용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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