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수의사의 설명의무란 무엇일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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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의 설명의무란 무엇일까(2)> 변호사 최재천

앞선 글(1부 보러가기)과 잠시 연결짓자면, 진료와 수술 및 수술 후 처치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수의사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의의무 위반 즉, 설명의무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수의사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이 부분 사실관계를 조금 살피자면 수의사측은 수술 전 보호자로부터 “동물에게 행해질 마취 및 진정 등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합병증과 후유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으며, 뜻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민, 형사상의 소송 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그러면 당사자가 이런 확인서에 서명을 한 것 만으로 어떠한 결과 책임도 면하게 되고 모든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일까. 확인서 한 장이면 충분할까. 이 형식이 설명의무를 대체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대구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일단 확인서상 환자의 서명이 진정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형식적으로 진정하게 성립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던 것.

그렇다면 반복하지만 그 형식만으로 설명의 내용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법원 판결을 인용한다.

“해당 서명이 부동문자가 기재돼 있는 서면에 불과하고, 수의사가 수술에 앞서 고령견인 반려견의 증상에 따른 적절한 수술 방법 및 그에 따른 합병증과 후유증의 발생 가능성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그저 형식적으로 서명을 받는 데 급급했고 그래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 법원이 보호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당연히 설명을 진행한 수의사 측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동물병원 같은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그 부분을 보호자가 자필로 필사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 내용이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   *   *   *

이제 이 판결에 대한 결론으로 가자.

처치와 진료와 수술 상의 주의의무에 대해서는 수의사 측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설사 형식적인 설명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의사측이 입증해야만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 법원은 어느정도의 손해배상금을 물렸을까. 법률적으로는 중요한 이야기인데,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법원은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만을 인정했다. 액수로는 200만원.

‘적극적 손해’나 ‘소극적 손해’에 따른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수술이나 처치상의 주의의무 위반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참고로 일본은 수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고야고등법원의 판례가 있다. “종양제거수술을 받은 반려동물의 보호자에게 ‘수의사가 혹이 악성인지 양성인지’와 ‘수술 후 재발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주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행위는 반려동물의 신체에 대한 침습을 전제로 한다. 당연히 보호자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동물권 차원, 헌법상 인정되는 보호자에 대한 인격권 차원에서 설명의무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소송에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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