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獸)타트:승마는 처음이라] 동물과 함께 운동하는 제주도의 낭만

제주대 수의대 윤소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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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獣)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수타트 프로젝트 10번째 주인공은 제주대 수의대에 재학 중인 윤소은 학생입니다.

제주도라 하면 말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제주도에서 말과 유대감을 느끼며 승마의 낭만을 즐기고 있는 ‘승마 1년차’ 윤소은 학생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대 수의대 본과 2학년 윤소은입니다. 승마를 시작한 지는 1년여가 됐습니다.

 

Q. 승마를 접한 계기가 있나요

2022년에 제주대로 편입하면서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취미를 하나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요, 주변에서 승마를 추천해 주더라고요.

마침 학교에 승마장도 있고, 마사회에서 힐링승마라는 과목으로 강습비도 일부 지원받을수 있었어요. 그렇게 작년 3월부터 교내 승마아카데미에서 승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Q. 승마를 배우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낙마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주로 한라마를 탔는데 더러브렛에 비해 작은 크기의 말인데도 불구하고 말 위에 타고 있으면 아파트 3층 높이는 되는 것 같았죠.

‘떨어지면 적어도 갈비뼈 하나는 나가겠구나’하는 생각에 몸도 더 경직되고 자세도 흐트러지더라고요.

이런 두려움은 두 눈으로 직접 낙마하는 걸 본 후에 많이 사라졌어요. 제 강습 타임보다 30분 정도 일찍 가서 다른 분들 말타는 걸 구경하곤 하는데, 언젠가 말이 갑자기 흥분하면서 기승자를 떨어트린 적이 있어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는데 막상 떨어지신 분은 일어나서 모래를 털고 그냥 가시더라고요. ‘사람 뼈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구나’ 안심이 됐죠.

지금은 ‘낙마하지 말자라’는 생각보다는 ‘낙마해도 안 아프게 떨어지자’라는 마음으로 타고 있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승마 강습 단계는 평보-속보-구보 순으로 올라가요. 보통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말과 실랑이를 벌이는데, 저도 평보에서 속보로 넘어갈 때 말에게 크게 당했죠.

강사님이 계속 속보를 하라고 지시하셨는데 제가 아무리 신호를 줘도 말은 평보로만 가더라고요. 그러다 아예 멈춰서 꼼짝도 하지 않았죠.

강사님이 오면 말이 가는 척하다가, 강사님이 안보이면 다시 멈췄어요. 강습시간이 1시간이 였는데 40분은 그렇게 계속 실랑이를 했던 것 같아요.

말이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라, 줄만 잡고 있어도 초보인지 아닌지 구분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엔 말과의 기싸움에서 진 것 같아 억울했어요.

그래도 지나고 생각해보면 말 나름의 레벨테스트가 아니였을까 싶어요. 물론 단순히 초보자의 당황스러운 반응을 즐겼던 것일 수도 있지만요.

당시에는 당황했지만, 말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하고..이제는 재밌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Q. 승마의 장점이 있다면

크게 ‘다양성’과 ‘유대감 형성’이 장점인 것 같아요.

마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는 스포츠라 지루하다고 여길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승마를 해보니 목장마다 환경도 다르고 자연으로 외승도 나가요. 그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또 말마다 성격도 다르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기승했을 때의 느낌도 달라요. 매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저는 원래 동물을 좋아해서, 탐조나 스쿠버다이빙처럼 동물을 관찰하는 취미가 많았어요. 이와 달리 승마는 동물과 함께 하는 운동이라는 매력이 있어요. 직접 접촉하면서 소통하다 보면 유대감이 생기죠.

말의 기분을 알기 위해 숨소리, 귀의 움직임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그 과정에서 유대감이 생기고 체온을 나누면서 감정이 전달되는 기분이 들어요.

특히 승마가 끝나고 하마하기 전에 말에게 잘했다고 쓰다듬어 주는데, 그럴 때마다 말도 수고했다는 듯이 더운 숨을 크게 내뱉습니다. 말과 ‘함께’ 운동했다는게 느껴져서 승마할 때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웃음).

 

Q. 학업과 승마를 병행하기에 어려움은 없나요

학업과 병행하는 어려움보단 학생이라 느끼는 어려움이 있어요.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거든요.

장비도 업그레이드 하고싶고 강습도 더 받고 싶은데 다 누릴 수 없는 걸 알기에 항상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요.

아쉬운 게 없진 않지만, 반대로 학생이라 오는 기회들도 있기 때문에 감사하고 있습니다(웃음).

 

Q. 앞으로도 승마를 계속 배우고 싶나요

승마를 시작하면서 구체적인 목표는 정하지 않았어요. 꾸준히 승마를 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주변에서 승마를 배우다가 권태기처럼 ‘말태기’가 와서 승마를 쉬고 있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꾸준히 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올해는 외승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말 타고 제주도의 풍경을 즐기는 것, 너무 낭만 있잖아요!

 

Q. 마지막으로 승마를 배우고 싶거나, 승마동아리에 들어오고 싶은 학우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고민하는 사람에겐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제주도에 온 김에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꽤 많더라고요. 하지만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소요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거 같아요.

승마를 경험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일 수 있지만 취미를 하나 배우는 거라 생각하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어요. 제주도의 장점, 그리고 제주대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승마동아리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거든요.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만약 승마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면 여유를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말이 빨리 가지 않아도, 내가 배우는 속도가 느려도 여유를 가지고 서로 속도를 맞춰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 좋겠어요.

강해인 기자 tirano06@naver.com

[수(獸)타트:승마는 처음이라] 동물과 함께 운동하는 제주도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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