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FIP 신약 만드는 동물병원장, 오홍근 ㈜휴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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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376, GS-441524. 암호 같은 이름의 이 물질들은 의약품이 아님에도 의약품처럼 고양이 환자의 치료에 쓰이고 있습니다. 주사제인데 사료첨가제로 등록된 중국산 제품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면서 불법 자가진료 문제도 양성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생명이 달린 FIP를 두고 무조건 ‘NO’만 외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신뢰성을 갖춘 의약품화가 시급한 가운데 와우동물병원과 비임상 CRO 기업 ㈜휴벳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오홍근 원장이 나섰습니다.

최근 GS-441524 시약 개발에 성공해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는 오홍근 원장(사진)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GS-441524(이하 GS)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2년부터 ㈜휴벳의 동물용 건강기능식품, 수의사 교육 사업을 위해 중국을 자주 오갔다. 그러던 중 2017년경 중국에서 처음 GS를 접했다.

답이 없었던 고양이전염성복막염을 치료할 수 있다니 관심이 갔다. 중국 현지에서 GS를 취급하는 대리점을 운영하던 중국인 수의사가 한국에다 팔아줄 수 없냐고 물었다.

하지만 의약품 허가도 받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한국에서 마치 약인 것처럼 팔 수는 없었다.

 

Q. 지금도 GS는 의약품이 아닌 사료첨가제다

주사제가 사료첨가제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18년에 중국 현지의 제조 공장을 가봤는데, 사료첨가제라 그럴 수 있다 치기에도 너무 열악했다.

검역본부에서도 중국에서 만든 GS를 의약품으로 허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제조과정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제조한다면 동물용의약품 허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해서 2019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Q. 휴벳이 국산화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GS는 음지에서 계속 확산됐다. 중국산이 암암리에 팔리면서 불법자가진료에 활용되거나 일부 동물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이 사육이 늘고 GS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FIP 치료시장도 커지고 있다. 장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에 의해 발병하다 보니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증상이 발현되면 이르면 수 주 안에도 사망하는 치명적 질병이다.

지역이나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GS 등을 활용한 FIP 치료비는 상당히 고가다.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물질을 쓰면서 비용도 비싸다 보니 결과가 좋든 나쁘든 분쟁소지가 있다. 아예 보호자가 주사에 나서는 불법 자가진료 문제도 있다. FIP가 수의사와 보호자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때문에 정식으로 허가 받은 의약품으로 만들어 수의사도 보호자도 문제없이 FIP를 치료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Q. 시제품 성공소식이 그래서 더 반갑다. 국내에서 합성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의약품 허가를 받으려면 96% 이상의 높은 순도로 제작되어야 한다. 가능한 업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합성된 물질을 의약품 형태로 제조하는 업체도 찾기 어려웠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제조사가 대부분 대용량의 산업동물용 제제를 만들다 보니 반려동물에서 쓰일 5ml 제형을 제조하기 쉬운 환경이 아니다.

다행히 EU-GMP까지 보유한 이글벳을 통해 시약 생산이 가능했다. 그렇게 ‘HV FELICOV’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GS 합성에 성공한 후 FIP 환자의 보호자분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하지만 보호자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보호자에게는 드리지 않을 계획이다. 그렇게 가져가서 직접 주사를 놓는다면 불법이고, 이는 중국에서 사료첨가제를 들여오는 현재와 다를 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그 환자가 치료받는 동물병원에게는 예비임상을 겸해 시약을 제공했다.

휴벳의 FIP 치료제 ‘HV FELICOV’ 시제품

Q. 동물병원에서의 시약 적용 결과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11월까지 20여개 동물병원에서 FIP 환자 80마리를 대상으로 HV FELICOV를 시범 적용했다. 그 결과 동물병원을 통해 시약을 투여한 환자의 95%가 3개월까지 생존했다.

FIP 증상이 발현된 초기 1주일이 핵심인 것 같다. 최대한 빨리 GS를 투약하면 생존에 도움이 된다.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경우는 투약시작이 상대적으로 늦었거나 합병증이 심한 환자였다.

 

Q. 휴벳이 만드는 HV FELICOV도 가격적인 측면에 관심이 높을 것 같다

GS를 제조해 약으로 만드는 비용이 아직 높은 것은 사실이다. 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검사와 입원, 통원치료비를 포함하면 비용부담이 더 커진다.

특히 FIP 증상이 발현된 초기에는 습식환자의 흉·복수 관리를 포함해 동물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반 고비를 넘기는 것이 중요한 만큼 치료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 시약을 공급해보니 FIP 치료는 돈이 많은 사람이 한다기 보다 환자와의 유대관계(HAB)가 돈독한 보호자가 하더라. 그렇기 때문에라도 단가를 가능한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GS 생산에 다수의 공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성분의 순도는 유지하면서 공정을 보다 간소화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이 간소화되어야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목표 공급단가를 언급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보호자가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면서 중국산보다 믿을 수 있는 약품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금도 FIP 환자가 예전보다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고양이 사육인구가 증가한 만큼 FIP에 걸렸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어 있는 환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약이 더 저렴해져야 치료받는 고양이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 휴벳이 GS를 의약품으로 만들어내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Q. 현재는 신뢰하기 어려운 중국산 물질을 동물병원에서 나서서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정식 의약품으로 출시된다면 동물병원도 적극 나설 수 있겠다

저도 익산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다. 약은 수의사들이 치료에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공급되어야 한다.

중국산은 약물을 희석시킨 채로 판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짧다. 휴벳의 HV FELICOV는 가루제형과 용매를 분리해서 활용기간을 늘렸다.

경구제제도 동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산보다 함량을 늘렸다. FIP 환자가 초기 고비를 넘긴 후에는 보호자가 경구제로 관리할 수 있는 옵션이 필요하다.

 

Q. 신약 허가는 언제쯤 이뤄질 전망인가

검역본부에 임상시험 승인요청서를 제출했다. 올 상반기 안에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승인허가 후에는 예비임상에 참여했던 동물병원들을 중심으로 주사제와 경구제의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독성시험을 포함해 인허가에 필요한 준비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중으로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Q. 마지막으로 동물병원 원장임에도 교육이나 비임상 CRO, 신약개발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

작은 의사(小)는 진료를 잘해서 지역을 돕고, 중간을 가는 의사(中)는 진료를 잘 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고, 큰 의사(大)는 자기 손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치료의 혜택이 닿게 만드는 의사라고 한다.

동물병원을 하면서도 국내외에서 외과 교육을 계속하는 것도, FIP 치료를 위한 신약 허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도전 속에 발전이 있어 왔다고 믿는다.

[인터뷰] FIP 신약 만드는 동물병원장, 오홍근 ㈜휴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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