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과 전공 수의사에서 뼈 모형 만드는 벤처사업가로, 조청운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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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의학, 특히 수의정형외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환자의 뼈구조를 재현하여 맞춤형 수술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 3D 프린터 덕분에 가능해졌고, 영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수의정형외과 분야에 3D 프린터 기술 활용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수의외과학을 전공하다 의료기기벤처기업 사업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조청운 커스터메디 대표(사진)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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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외과를 전공하다가 3D 프린터를 활용한 의료기기사업에 나서다니 놀랍다

2014년 전북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방역수의사 복무를 마친 뒤 충남대 수의대 수의외과학 교실에 입학했다.

학부시절부터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했다. 외과 대학원에 진학할 때부터 3D 프린터에 관심이 있었다. 석사 2년차부터 이해범 교수님의 지도 하에 3D 프린터를 활용해 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 모델을 설계하고 실제 제작은 외부에 의뢰하는 방식이었지만, 국내 수의업계에서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초 석사과정을 졸업하자 마자 의료기기벤처기업 ‘커스터메디’를 설립하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Q.
갑자기 뛰어 든 벤처사업이 어렵지는 않나

석사졸업논문을 마친 작년 12월부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창업하고 제품을 준비하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다. 매달 100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대전세종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직원 1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가 7천여만원의 지원금과 사무공간, 코칭 인력을 지원해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 청년창업사관학교 중간평가를 마쳤는데 결과가 좋으면 추가 자금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Q. 3D
프린터를 어떻게 수의정형외과에 적용하는 것인지 소개해 주신다면

환자의 CT 영상을 바탕으로 실제와 동일한 뼈 모형을 만든다. 여기에 더해 수술에 필요한 가이드 기구를 만드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가령 일선 동물병원이 뼈 기형 환자의 CT 영상과 관련 데이터를 의뢰해주시면 절골술을 실시할 위치와 각도, 플레이트 배치까지 계산해 가이드를 제작한다. 환자의 뼈 모형과 가이드 모두 3D 프린터로 만든다.

각 환자 영상에 맞춤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절골 교정의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가이드를 뼈에 고정시키는 위치와 플레이트가 간섭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가이드 핀이 박히는 지점과 플레이트 고정 지점이 일치하도록 미리 설계해 뼈에 추가적인 손상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물론 수술계획에 대한 최종 판단은 주치의의 몫이다. 하지만 제가 수의외과 전공자이기도 하고 북미 AOVET 등 관련 교육과정을 수료한 만큼, 학술 근거에 기반해 수술계획을 자문하고 그에 따라 가이드를 만들어드릴 수 있다. 주치의의 요청에 따라 수술디자인을 변경하고 그에 맞게 가이드를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커스터메디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실제 환자의 뼈 모형 및 수술 가이드
커스터메디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실제 환자의 뼈 모형 및 수술 가이드

Q. 아무래도 환자에게 맞춘 가이드가 있으면 수술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심한 슬개골 탈구에서 보이는 대퇴골 원위부 기형이나, 십자인대 단열 치료를 위한 절골 교정술, 전완골 기형 등의 치료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한 가이드가 유용할 것이다

시제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이드를 실제 수술에 적용한 경우 수의사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가이드 없이 곧장 수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차위험을 줄이고, 수술의 전체적인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감소시켜 준다.


Q.
다만 절골교정술 같은 고난이도 수술은 대학이나 일부 동물병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플란트 시술도 처음에는 흔하지 않았지만 오스템과 같은 기업과 치과의사들이 교육을 진행하면서 널리 보급된 것처럼, 어렵다고 생각하는 절골교정술도 쉽게 접근할 수단을 제공한다면 더 확산될 것이라 예상한다

커스터메디도 시제품과 동영상 자료를 제공하면서 일선 수의사분들이 정형외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3D 프린터를 활용한 가이드 제작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물병원의 수술용 가이드 시장은 최대 5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후에는 골절정복 등 정형외과 교육에 필요한 Dry-lab용 재료도 제작이 가능하다.


Q.
정식 서비스는 언제 시작되나

수의용 환자맞춤형 수술기구(Veterinary Patient-specific Surgical Guide, VPSG) 제품은 이달 검역본부로부터 동물용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시제품을 공급하고, 수술 가이드 제작 의뢰를 받을 계획이다.

환자 CT 영상으로 뼈모델과 가이드를 제작하면, 실제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해볼 수 있는 리허설 세트를 제공한다. 뼈 모델은 보호자 교육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시제품에도 뼈 기형, 중증 슬개골 탈구 등 절골교정술이 지시되는 주요 케이스를 실제 환자 모델로 제작해 연습해 볼 수 있는 세트가 포함될 예정이다.

[인터뷰] 외과 전공 수의사에서 뼈 모형 만드는 벤처사업가로, 조청운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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