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22] KASMINE 동물심혈관신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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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과목을 특화한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22번째 주인공은 ‘KASMINE 동물심혈관신장센터’이준석, 안현수 원장입니다. (인터뷰는 이준석 원장님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일본동물선진의료연구소(JASMINE)과 공식 업무협약을 맺은 2차 연계진료기관으로서 심장, 심혈관, 신장질환 진료만 수행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입니다.

국내 최초의 승모판폐쇄부전 교정 개심수술을 목표로 달리는 ‘KASMINE’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공통질문이다. 수의사가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많이 길렀다. 당시에는 이유도 모르고 떠나 보낸 아이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동물 치료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됐던 것 같다.

수의과대학에 들어오면서는 처음부터 임상수의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Q. 국내에서 수의내과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일본 니혼대로 유학을 떠났다고 들었다.

유학 전 2009년 니혼대를 방문했을 당시 심장수술을 보고 ‘신세계’라는 느낌을 받았다.

슬래터 외과 책에 실려 있던 심장수술은 사진만 멋있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그 불가능했던 치료법이 현실화되고, 재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심장수술은 그 어떠한 분야보다 더 신선하고, 흥미로웠으며, 멋있었다.

그렇게 우에치 마사미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박사과정 4년차에 지도교수께서 학교를 나와 2차진료를 겸하는 연구기관 자스민(일본동물선진의료연구소, JASMINE) 연구소를 세우셨다. 저도 학위과정을 병행하면서 자스민에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자스민은 개의 승모판폐쇄부전증을 수술적으로 교정하는 개심수술에서 94%에 달하는 전세계 최고의 성공률을 보유한 곳이다. (수술 후 정상생활에 복귀하는 것이 성공 기준 – 편집자주)

자스민과 학교를 오가던 박사 마지막 연차를 포함해 2년여간 자스민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일본 수의사 면허자가 아니다 보니 직접 집도할 수는 없었지만, 600건이 넘는 개심수술에 바이패스(심폐우회술) 및 마취를 직접 담당했다.

Q. 2016년에 한국에 오면서 심장·신장질환 전문 동물병원을 차리겠다고 마음 먹은 것인가?

원래는 개원 생각이 없었다. 주변에도 ‘내가 돈 벌 사람은 아냐’라고 농담을 던질 만큼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는 편이다. 아직도 좀 그렇다. 경영이 적성에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에 순환기 진료를 제대로 하는 병원이 적다’는 생각이 들면서 국내의 표준이 되는 동물병원, 국제 사회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병원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취지에 공감해준 안현수 원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심장 및 신장질환과 그에 따른 합병증에 이르기까지 내·외과를 모두 아우르며 국제 표준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전문병원을 만들고자 했다.

심막부분절제를 동반한 심장종양제거수술이 인터뷰 당일 응급으로 진행됐다
심막부분절제를 동반한 심장종양제거수술이 인터뷰 당일 응급으로 진행됐다

Q. 일반적인 동물병원을 개원할 수도 있었을텐데 심장·신장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형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나라는 소형견 비중이 극도로 높고, 승모판폐쇄부전을 앓는 반려견도 그만큼 많다. 이들 환자를 내과적으로만 관리하면 장기생존에 한계가 있다.

자스민에서처럼 개심수술로 승모판폐쇄부전을 외과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개심수술을 성공하려면 최신 설비는 물론 숙련된 의료진을 구성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그 기반을 심장·신장 질환에 집중하는 동물병원에서 마련하고자 했다.

개심수술을 포함해서 환자를 진료하고, 그 데이터를 모아 논문을 발표하고, 그 결과를 다시 임상에 적용하는 것이 자스민에서의 생활이었다. 그런 생활을 여기서도 이어가고 싶다.

저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임상적으로도 열정이 있는 수의사들과 함께 KASMINE을 꾸려 나가며 토론하고, 해외 선두 그룹에서 학술발표하는 모습을 꿈꾼다.

Q. 동물병원 이름이 ‘KASMINE동물심혈관신장센터’다. 이름처럼 심장, 신장질환 환자만 진료하나

그렇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한 후 지금껏 온 환자의 7, 80%는 심장 문제가 주증인 환자였다. 평균 연령이 12살 가량인데다가 대부분 중환자라 진료가 쉽지는 않다.

직접적인 심장병, 신장병의 치료 외에도 이들 환자에서 병발한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노령환자에서 자궁축농증이 발견됐는데 심장병도 너무 심한 환자라 일선 동물병원에서 마취가 어려울 경우 본원에 의뢰하여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진료는 100% 예약제로 진행된다. 아직 동물병원 진료진이 많지 않긴 하지만, 초진환자가 오면 되도록 병원 스텝 전체가 함께 참여하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개심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향후 목표다. 심장사상충이나 심장 종양, 동맥관개존증 등에 대한 중재적 시술이나 개흉수술은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Q. KASMINE이라는 이름부터 자스민과 유사하다. 함께 진행하는 업무가 있나

한국에서 자스민과 공식적으로 업무협약을 맺은 곳은 KASMINE이 유일하다. 이를 통해 승모판폐쇄부전 교정수술을 받고자 하는 한국의 반려견을 자스민에게 연결해주고 있다.

수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환자의 심장질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한편, 수술 전후의 내과적 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올해에만 5마리의 환자가 KASMINE을 통해 자스민에서 수술을 받았다. 내년초에도 1마리가 예정되어 있다.

Q. 국내에서는 아직 판막을 직접 교정하는 개심수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일단 KASMINE으로 환자가 오면 자스민과 진료내용을 공유하면서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 일본으로 개가 건너가려면 검역에만 7개월여가 소요되기 때문에, 관련 절차를 대행해주면서 그 와중에 심장수술에 최적화된 플랜에 따라 내과적인 처치를 진행한다.

일본으로 건너가면 수술 전후의 기간을 포함해 2~3주간 체류하게 된다. 체류와 진료 진행에도 편의를 봐주고 있다.

자스민에서는 폐동맥협착이나 심실중격결손 등 다양한 개심수술이 시도되고 있지만, 94%의 성공률을 보이는 승모판폐쇄부전 교정수술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고어텍스 소재의 봉합사와 패치를 활용해 판막륜을 조여주고, 필요한 경우 힘줄끈(건삭)을 재건하는 수술이다.

역류 자체를 아예 없앨 순 없지만, 역류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심장크기도 줄고 심박출량도 개선되면서 미국수의내과학회 가이드라인 상 B1 또는 B2 단계로 상태를 호전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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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유럽수의내과학회에서 승모판폐쇄부전 개에서 피모벤단 과용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도 흥미로웠다

국내에도 많은 동물병원이 심장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KASMINE이 내과 쪽에 리퍼환자를 많이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웃음).

그럼에도 일각에선 이해하기 힘든 처방이 나오기도 한다.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거나, 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도 약물을 과용하는 문제다.

이런 잘못된 관례나 경향을 바로잡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대한수의사회지에 꾸준히 기고하고, 최근 피모벤단의 과다 처방 위험성을 후향적으로 연구해 유럽수의내과학회에서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다.

KASMINE에 오는 심장 환자를 보면 피모벤단을 과용하거나, 너무 일찍 투약하기 시작한 경우가 종종 있다. ‘환자 상태를 좋게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이들의 약물용량을 줄여 나가면, 환자 상태도 개선되고 보호자의 만족도도 높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처럼 약물을 과다 사용한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비교해 심근 부작용이나 생존기간을 분석한 것이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보단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전반적인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KASMINE은 이익을 학술연구와 교육활동에만 사용하는 것을 주요 정관으로 하고 있다. 올해도 유럽과 미국 수의내과학회에 참가했다. 개인적으로는 6년 연속 국제 주요 학술대회에서 연구성과를 발표해 왔다. 앞으로 수의사가 늘어나도 병원 경영이 허락하는 한해서 관련 활동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인 개심수술 도입도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이미 바이패스를 제외하면 설비 측면은 대부분 갖췄다. 하지만, 설비보다 더 중요한 현안은 숙련된 의료진 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개심수술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일선 동물병원과 함께 협력할 부분은 많다. 지금도 중증 환자의 마취 등에서 조금씩 의뢰를 주시고 있다.

심장환자의 상태를 명확히 진단해 근거 중심으로 치료하면,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고 병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22] KASMINE 동물심혈관신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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