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하동으로’ 최신식 교육농장에서 엿본 돼지수의사와 돼지 진료
예비청년 농장동물 수의사 임상교육 양돈 심화과정, 하동 한돈혁신센터에서 첫 교육
미래의 돼지수의사를 길러낼 마중물, 농장동물 임상교육 지원사업이 강원도 평창에서 경상남도 하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실습장소는 하동군 진교면에 위치한 한돈혁신센터 교육농장이다. 비교적 최근 지어진 현대화된 농장에서 양돈 산업의 실제를 접할 기회를 만들었다.

수의대생에 청년 수의사까지 교육 대상으로
하동 한돈혁신센터서 첫 교육..최신식 돼지농장 경험
실제 농장 돼지를 접하는 시간 늘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고 대한수의사회가 운영하는 ‘수의과대학생 농장동물교육 지원사업’은 올해 ‘예비청년 농장동물 수의사 임상교육 지원사업’으로 개편됐다.
개편된 지원사업은 교육 대상을 기존 수의대생에서 갓 졸업한 청년 수의사로까지 확대했다. 2022년 단발성으로 도입돼 호평을 받았던 ‘기초과정’도 정규 지원과목으로 되살렸다(본지 2022년 7월 25일자 ‘축산 농장과 친해지기’ 수의과대학생 농장동물 기초과정 첫 발 참고). 그러면서 예산 규모도 5.4억여 원으로 소폭 늘었다.
지원사업 교육의 심화과정은 축종별로 진행되어 왔다. 11박12일의 축우·말 과정은 매년 신청자가 몰려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3년 만에 재개됐던 양돈·양계 과정은 올해 별도로 분리됐다. 이번 주 평창에서는 양계 과정이, 하동에서는 양돈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심화 과정으로는 처음으로 평창을 벗어난 양돈 과정이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 돼지농장이 없다 보니 별도로 실험동물 돼지를 소수 들여와 채혈·보정 등 기본술기와 부검을 실습해야 했다. 연수원 인근의 실제 돼지농장을 섭외해 견학하기도 했지만, 비교적 오래된 농장인데다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반면 이번에 교육이 진행된 한돈혁신센터는 대한한돈협회가 직접 건립한 모돈 300두 규모의 최신식 일관사육 농장이다. 스마트 환경제어 시스템을 구축해 농장 내부 환경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ICT 인프라를 갖췄다. 청결, 분뇨 처리 등 농장 관리도 수준 이상이다.
교육동을 별도로 두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일선 돼지농장과 달리 1개 돈사에 임신·분만·자돈·육성·비육실을 모두 갖추어 소수의 돼지를 기르는 형태인데, 교육생들이 돼지농장의 운영 흐름을 배우기에 효율적이다.
교육은 서울대 박혁 교수와 한국돼지수의사회 엄길운 회장, 최지웅 원장이 맡았다. 구례군에 위치한 서울대 남부학술림 연수원에서 숙박과 이론 교육을 진행하고, 매일 오후마다 한돈혁신센터로 이동해 실습하는 방식이다.
7월 20일(월)부터 23일(목)까지 3박 4일의 교육을 별도로 진행하면서, 실제 돼지를 접할 수 있는 시간도 대폭 늘린 셈이다.
실습은 총 13명의 교육생을 2개조로 나누어 진행됐다. 엄길운·최지웅 원장이 각각 지도하며 돼지를 관찰하는 기본 방법부터 농장 경영과 사양관리, 수의사의 진료를 생생히 소개했다.



이번 교육생은 본과 1~4학년에 재학 중인 수의대생 12명과 청년 농장동물 수의사 1명으로 구성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양계 과정과 일시가 겹치면서 양돈·양계를 모두 참여하려 했던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한 쪽을 선택하며 참가자가 조금 줄었다.
교육에 참여한 수의대생들의 층위는 다양했다. 수의사의 여러 직역 중 하나를 체험하러 온 학생부터 진지하게 돼지수의사로의 진로를 탐색하는 학생까지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은 이번 교육을 통해 돼지를 처음 접하게 된 학생들이었다. 성비도 남학생 5명에 여학생 7명으로 균형을 이뤘다.
한 교육생(본2)은 “실습교육이 매우 만족스럽다. 돼지농장이 이렇게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을 줄 몰랐다”면서 “돼지 임상도 반려동물 환자를 수술하듯 ‘농장을 수술하는’ 형태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 후 돼지수의사 진로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 또다른 교육생(본4)은 “이전에도 학교 교수님을 통해 돼지농장 실습을 1개월 정도 해봤다”면서 “(돼지수의사가 되고 싶으면) 보통 양돈 관련 기업으로의 취직을 먼저 고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엄길운 회장은 돼지수의사의 역할이 개체·군 단위의 질병 치료는 물론 질병을 예방하는 시스템 설계와 국가재난형 질병 방역으로 확장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돼지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농장의 시스템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면서 “정상적인 돼지를 비교적 많이 다룰 수 있는 업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수의대도 자체 교육농장 필요
‘학생 자부담에 묶인 지원사업 구조 바꿔야’ 지적 여전
교육과정을 주관한 박혁 교수는 대한한돈협회의 협조에 감사를 전했다. 한돈혁신센터를 교육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돈혁신센터에서의 첫 교육인만큼 교육생들이 돼지에게 직접 침습적인 실습을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추후에는 실습 내용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수의과대학이 한돈혁신센터와 같은 교육형 돼지농장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소는 평창 연수원에 추가 목장을 건립했지만, 돼지와 가금은 아직 요원하다.
박혁 교수는 “일본은 이미 7개 수의과대학이 연합해서 돼지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수의대생들이 실제로 돼지를 키우는 경험을 갖출 수 있다”면서 “한국에도 평창 연수원이든 다른 방법으로든 수의대가 공유할 수 있는 농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자부담을 요구하는 현행 지원사업의 구조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매번 모집된 교육생이 20~40만원의 자부담 비용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국비 예산을 쓰는 방식인데, 단발성 교육을 운영하기도 빠듯한 데다 교육 인프라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양돈처럼 신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교육은 관련 기업의 후원까지 구하는 형편이다. 올해도 도드람양돈농협, 옵티팜, 코미팜, 한국엘랑코동물약품, 고려비엔피가 후원사로 나섰다. 한국돼지수의사회도 강사진은 물론 재정적 후원까지 더했다.
엄길운 회장은 “모든 대학이 각 축종의 농장동물 수의사를 잘 양성하기는 어렵다. 교원 숫자에서부터 한계가 있다”면서 거점 형태로 농장동물 수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