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생 수만큼 교수 숫자, 실습시간, 동물 환자, 부검례 충분히 확보해야”
수의학 교육 국제 인증 관심, 유럽으로..피에르 르쾨 EAEVE/ESEVT 인증위원장 초청 온라인 설명회
유럽수의학교육협의회(EAEVE)와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수인원, 원장 김대중)이 6월 29일(월) EAEVE 인증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국내 수의학교육 인증이 2주기를 마친 가운데 국제 인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수의사회 교육위원회(AVMA CoE)로부터 재인증까지 성공한 서울대 수의대에 이어 충북대 등 일부 대학은 EAEVE 인증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AEVE가 운영하는 인증 프로그램 ESEVT(European System of Evaluation of Veterinary Training)의 최고책임자인 피에르 르쾨(Pierre Lekeux) 인증위원장이 연자로 나섰다.

유럽 밖에서도 15개 대학이 EAEVE 회원
아시아도 속속..일본은 5개 대학이 인증
르쾨 위원장은 “수의학 교육은 전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수의사들도 보다 활발히 전세계를 넘나들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수의학교육 인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 인증을 통해 각지의 수의과대학이 교육 노하우와 시스템을 공유하는 한편 동물질병 대응이나 가축방역, 동물복지, 식품위생 등 수의학 각 분야에 대한 글로벌 프레임을 조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1988년 파리에서 출범한 EAEVE는 1990년부터 인증 프로그램(ESEVT)을 운영해왔다. 34개국 100개 이상의 수의과대학이 인증을 받은 유럽이 중심이긴 하지만, 비유럽권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르쾨 위원장은 “유럽 밖의 10개국의 15개 대학이 EAEVE 인증을 받았다. 전세계적으로 회원 대학(EAEVE 인증 대학)을 늘리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도 EAEVE 인증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낙농학원대학, 홋카이도·오비히로 연합, 야마구치·가고시마 연합까지 5개 대학이 인증을 받은 일본이 대표적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요르단, UAE, 우즈베키스탄도 각각 1개의 EAEVE 회원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10개 영역 55개 인증기준 제시
환자·부검례, 교육에 충분한 동물 자원 확보 강조
본 방문에는 일선 수의사, 수의대생도 평가자로
EAEVE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0개 영역에 걸친 55개 인증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해당 수의과대학이 가진 교육의 현 주소와 목표, 구체적인 실현 전략부터 ▲재정 ▲커리큘럼 ▲시설·장비 ▲동물 유래 교육 자원 ▲학습 자원 ▲입학·진학·복지 ▲학생 평가 ▲교수·지원 인력 ▲연구·계속교육·대학원까지 수의과대학 교육 전반을 평가한다.
커리큘럼은 이론, 실습, 모든 학생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핵심임상교육(로테이션), 학생별로 다른 선택실무교육으로 나뉜다. 임상교육은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을 별도로 평가한다. 소통, 팀 협력 등 전문직업성도 다룬다.
교육을 위해 충분한 동물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생 규모에 따라 기준치 이상의 반려동물, 반추류, 돼지, 말, 토끼·설치류·조류 등의 특수동물 환자와 부검례를 요구한다. 절대적 수치는 물론 학생수에 대비한 상대점수로도 세분화되어 있다. 이에 미달할 경우 주요 미흡사항(major deficiency)으로 분류된다.
로테이션은 도입했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진료하는 경험을 쌓기 어렵고, 농장동물이나 특수동물과의 접점은 더 부족한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르쾨 위원장이 제시한 사례에서는 반추류 및 돼지의 부검례가 학생수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주요 미흡사항(major deficiency)에 해당된다.
르쾨 위원장은 EAEVE 인증 평가에서 탈락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이 같은 동물 자원 확보 문제를 거론했다. “유럽의 어떤 대학은 한 학년 규모가 300명에 달하기도 한다. 그만큼 확보해야 할 주요 축종의 임상 증례, 부검 숫자도 늘어난다”면서 “가령 반려동물 환자에 대한 부검례가 부족하다면 그와 관련한 온라인 교육이나 실습 등 추가적인 대책이 요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증 평가는 온·오프라인 안내 세션을 시작으로 사전 방문(preliminary visitation), 본 방문(Full Visitation)으로 구성된다. 주요한 미흡사항이 발견되는 경우 재방문을 벌이기도 한다.
핵심 절차인 본 방문은 8명의 평가자가 4일간 진행한다. 기초과학, 반려동물 임상, 농장동물 임상, 공중보건 전문가는 물론 실제 임상수의사와 수의대생까지 평가자로 참여한다.
사전 방문까지 진행한 대학은 EAEVE의 준회원(associate member)이 될 수 있다. 본 방문까지 마치고 인증 기준을 충족하면 최대 7년의 EAEVE 인증을 획득하게 된다.
독립된 국제 인증, ‘DAY1’ 에만 집중
한국 3주기 인증은 올 하반기 건국대·서울대로 개시
르쾨 위원장은 EAEVE 인증을 획득한 대학의 졸업생이 유럽에서의 활동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유럽 국가에서의 수의사 면허 확보나 전문의 과정(residency), 인턴십, 대학원 진학 등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르쾨 위원장은 “각 국가의 수의 당국이나 대학이 선택할 문제인만큼 EAEVE 인증 대학이라고 해서 무조건 허용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은 극적으로 올라간다”며 “경험적으로도 EAEVE 인증 획득 후 교원과 학생, 졸업생(수의사)의 교류가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유럽의 수의학교육 협력 강화를 기대했다. 르쾨 위원장은 “EAEVE의 설립 목표 자체가 완전히 독립적이며, 이해관계와 충돌하지 않는 국제적인 인증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정치나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졸업생의 역량(Day 1 Competency)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김대중 원장은 “EAEVE의 원칙도 한국의 수의학 교육 인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인증이 더 잘 자리잡으면 EAEVE에도 도전해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3주기 인증 평가에 대한 교수진과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3주기 인증 평가는 올 하반기 건국대와 서울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김 원장은 “지방 국립대 수의대는 시설, 교원 등의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나아가기에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의 자구노력은 물론 정부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수의학교육 인증 의무화 수의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