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진단·표적치료제·방사선 치료 저변 확대..청사진 그린 수의종양의학연구회
제3회 컨퍼런스 개최..첨단 면역요법 도입 다가와 ‘수의종양의학 미래 대비해야’
한국수의종양의학연구회(KVOS, 회장 서경원)가 16일(일) 서울 대웅제약 베어홀에서 제3회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동물 환자의 암을 치료하는 국내 수의종양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2020년대부터 국내에 도입된 방사선치료는 저변을 점차 확대하면서, 방사선치료기 도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개체별 맞춤형 항암제 선택을 위한 진단검사 서비스도 속속 상용화되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서경원 회장은 “올해 VCS(수의종양학회) 컨퍼런스에서도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면역항암요법 등이 화두였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동물에 도입되는 시대가 목전에 있다”면서 수의종양의학 분야의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일선 임상수의사들의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도 표적치료제와 면역요법, 방사선치료 등 미래 수의종양의학의 핵심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고도화되는 진단·치료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진료비 부담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반려동물보험 등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수의종양의학에서의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자 맞춤형 정밀진단에 이은 분자표적치료제 활용
방사선 치료, 면역요법 최신 동향도 다뤄
이날 컨퍼런스는 다이키 카토 도쿄대 교수의 초청 특강으로 문을 열었다.
다이키 교수는 개별 환자 맞춤형 분자표적치료제 활용에 주목했다. 토세라닙(toceranib)부터 이마티닙(imatinib), 라파티님(lapatinib), 소라페닙(sorafenib), 베무라페닙(vemurafenib) 등 다양한 치료제의 개·고양이 고형암 환자 적용 연구를 소개했다.
다이키 교수는 동물 종양의 표적치료를 위한 과제로 환자 맞춤형 정밀 진단을 꼽았다. 환자에서 채취한 종양조직을 활용해 전통적인 조직병리학적 진단을 넘어 다양한 종양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정밀 분석해 타겟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환자 유래 종양을 오가노이드로 제작해 여러 분자표적치료제를 시험하여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는 접근법도 과제로 지목했다.
다이키 교수는 “사람에서 유전자 분석에 기반한 치료법은 이미 자리 잡아 종양 환자의 생존기간을 1.5배, 생존율을 2배까지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면서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시험에서는 동일한 종양 유형에서도 환자별로 효과적인 약물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전반을 아우를 ‘아시아수의종양학회’를 만든다면 수의종양의학 정밀의료 연구와 신약 개발 등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구상도 내놨다.
암 면역요법(cancer immunotherapy)에 대한 최신 연구동향도 눈길을 끌었다.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주목받은 면역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가 곧 동물 암환자 치료에도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남권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완 과장은 방사선치료의 역사부터 사람 의료에서의 최신 동향까지 폭넓게 다뤘다.
사람에서 종양의 발생부위와 유형, 병기에 따라 방사선치료를 어떻게 실행하는지 세부적으로 소개하면서 동물 환자에서의 응용을 조언했다.
방사선에 의해 손상된 세포는 DNA를 회복하려 하는데, 정상조직은 암세포보다 복구 능력이 더 좋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방사선 치료가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 손상을 극대화하게 된다.
방사선 치료를 실시하면 암세포가 방사선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을 띄게 된다. 저산소 상태였던 암세포 환경의 산소가 풍부해지면서 방사선 감수성도 증가한다. 여러 번 분할하여 방사선 치료를 실시하면, 정상조직으로의 노출 피해를 줄이면서도 종양 손상을 높일 수 있는 이유다.
다만 방사선 치료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암세포의 재증식 위험도 증가한다. 전 과장은 “치료기간과 분할 간격의 최적화가 중요하다”면서 “방사선 치료는 치료 부작용과 치료 결과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숙명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사선 치료계획 수립과 함께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 비롯되는 경향성까지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수의내과학실 박진혁 수의사는 지난 9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VCS 컨퍼런스의 동향을 소개했다. B세포 림프종에 대한 최신 치료 경향과 함께 동물 종양환자에 면역요법을 도입하기 위해 시도 중인 ‘CHECKMATE K9’ 파일럿 스터디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경북대 수의대 이상권 교수는 비(非)신경계 종양에 대한 MRI 활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종양 유전자 돌연변이 정밀진단, 표적치료제 활용 늘어
가격 부담, 근거 수준 제고는 과제
방사선치료기 도입 확대 전망..반려동물보험 뒷받침 기대
국내에서도 종양 치료의 저변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한 참가자는 “국내 수의종양학 임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날 소개된 표적치료제들 대부분 국내 동물병원에서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면서 “(고형암 환자에 대해) 1차 치료는 기존처럼 진행한다 해도 필요할 경우 유전자 분석, 오가노이드 검사 등을 통해 표적치료를 시도한다”고 전했다.
환자 맞춤형 표적치료를 위한 정밀진단 서비스는 동물에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의 현장 후원사로 나선 임프리메드, 포도테라퓨틱스, 캐니케티케어가 대표적이다.
임프리메드는 림프종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항암제를 찾고 예후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도테라퓨틱스는 동물병원의 종양 검체로부터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항암제 효능을 분석한다. 캐니케티케어는 종양 돌연변이에 대한 유전자 신속진단 서비스로 임상수의사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 모두 일선 동물병원에서 종양 환자에 대한 정밀진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별로 다양한 분석 서비스를 추가해 진단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허들은 있다. 이들 종양 정밀진단 서비스 대부분의 검사비용이 고가에 속하다 보니 보호자들의 부담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람과 달리 동물에서 아직 부족한 근거 수준도 지적됐다. 또다른 원장은 “각종 표적치료제도 아직 개에서의 근거가 소규모 연구 결과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면서 “기존의 치료법을 적용해보고 효과가 미흡한 경우에만 보호자와 논의에 시도해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동물 종양 치료의)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면역요법이 분명한데, 관련 제품 출시나 연구가 활발한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시도해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경원 회장은 “국내 동물병원에 방사선치료기 3~4대가 추가 설치될 전망”이라며 방사선 치료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실질적인 방사선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선형가속기는 국내 동물병원 4곳에서 운용하고 있다(서울동물영상종양센터·에스동물암센터·서울대동물병원·로얄동물메디컬센터).
황태성 경상국립대 교수는 “제주대 동물병원은 이미 기기를 들여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러 지역의 동물병원에서 문의는 활발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서울과 영남권에 치우친 지리적 배치가 좀더 확대될 수 있길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전완 과장은 국민건강보험이 뒷받침하는 사람의 방사선 치료 수가 체계도 소개했다. ‘건강보험 수가를 보면 저분할 고선량 치료를 유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부여하는 압력대로 현장의 의료가 휘둘리는 이른바 ‘심평의학’ 문제도 거론했지만, 급여 대상에 속한 방사선 치료비의 환자 부담은 단 5%에 불과한 만큼 대부분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반려동물에서는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이 넘을 수 있는 방사선 치료비가 고스란히 보호자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의 역할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할 치료로 진행되는 방사선 치료가 통원치료비를 보장하는 펫보험과 맞물려 다소간 보호자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국내 동물의 방사선치료비는 미국 동물병원 보다 훨씬 저렴하다. 사람 방사선 치료비와 비교해도 건강보험 지원금(95%)을 포함한 실제 금액보다는 낮다”면서도 “펫보험을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