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으로 제 병원을 운영하던 시절, 하루는 온통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떤 검사를 진행할지, 어떤 약을 처방할지, 수술을 권할지 말지. 때로는 진료비 문제로 치료 범위를 조정해야 했고, 더 무겁게는 안락사 여부까지 제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매 순간 내린 크고 작은 결정들이 쌓이면, 하루가 끝날 때 머릿속은 이미 녹초가 되어 있곤 했죠.
당시 저는 ‘훌륭한 수의사라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증상이라도 보호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 길을 택해야 했고, 정답이 없는 문제를 안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으면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라는 자책도 했습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자 병원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오늘도 수십 번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 버겁게 다가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소한 결정조차 힘들어졌습니다. 퇴근 후에는 작은 일에도 판단이 흐려졌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는 것을요. 뇌가 가진 에너지는 한정돼 있고, 반복되는 선택은 그 에너지를 빠르게 고갈시킨다는 개념입니다.
환자 앞에서는 늘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 안의 여유는 사라졌습니다. 보호자의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스스로 내린 결정을 끝없이 되새기며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방법을 썼다면 더 나았을까?”, “내가 환자의 운명을 잘못 바꾼 건 아닐까?” 같은 질문을 자주 하며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결정을 완벽하게 내리려 했던 제 태도가 오히려 저를 더 빨리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수의사라면 늘 정답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 저를 옥죄었던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답 없는 문제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기에 제 마음은 더욱 빠르게 소진됐습니다.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모든 결정을 옳게 내릴 수는 없다는 것, 때로는 결과보다 책임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의사결정 피로를 줄이는 길은 완벽한 답을 찾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제게 부족했던 건 지식이 아니라 자기 연민과 여유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동료 수의사분들께 꼭 전하고 싶습니다. 혹시 요즘 작은 결정 하나에도 머뭇거리고,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내린 판단을 끝없이 후회하고 있다면, 그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 피로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고 잠시 멈추어 숨 고르기를 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직업의 특수성이 만들어낸 무게일 뿐, 개인의 나약함 때문은 아닙니다.
여전히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이제는 모든 판단이 ‘정답’일 필요는 없다는 걸 압니다.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고요. 때로는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고 함께 고민하며, 무엇보다 제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대하려 합니다.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책임질 수 있는 태도를 갖는 것, 그것이 결국 저와 여러분이 이 길을 오래 걸어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겁니다.
한국조에티스(조에티스코리아, 대표 박성준)가 9월 6일(토) 롯데호텔 부산, 7일(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연이어 리브렐라(Librela) 런칭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골관절염 통증 완화 의약품인 리브렐라(성분 bedinvetmab)는 개에 종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신경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 NGF)에 표적화된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mAb) 의약품이다(anti-NGF mAb). NGF를 표적화하여, TrkA 수용체에 결합하는 NGF의 양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 반려견 골관절염 통증을 완화한다. NSAIDs와 다른 기전으로 작동하여 수의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리브렐라 런칭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2명의 전문가가 강사로 나섰다. 던컨 라셀스(Duncan X. Lascelles)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석좌교수와 강병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두 교수를 심포지엄 후 만나 인터뷰했다. 강의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한미 전문가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역시 ‘과학적인 근거’였다.
던컨 라셀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수의과대학 석좌교수
던컨 라셀스 교수는 미국수의외과전문의(DACVS)이자 유럽수의외과전문의(DECVS)이며, 작년까지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통증위원장을 역임한 세계 최고의 반려동물 통증관리 분야 전문가다.
그는 원래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진료하고 싶어서 수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동물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 수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외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어릴 때부터 기억(memory)과 학습(learning)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수의대에서 공부하면서 학습과 통증 메커니즘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많은 수의사가 통증 관리에 능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통증 관리(Pain Management)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외과 전공을 했다.
“제가 넥타이를 매고 진료하는 일주일 동안 두 마리의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이 제가 맨 넥타이 때문인가요?”
그는 이날, 다양한 논문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리브렐라 부작용 우려에 대한 수의사들의 오해를 풀었다.
리브렐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RPOA(Rapidly Progressive Osteoarthritis)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수의사라면 이러한 이야기나 정보를 들었을 때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전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던컨 라셀스 교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생뚱맞을 수 있는 넥타이를 예로 들었다.
넥타이를 매고 진료했을 때 환자가 사망했다고, 넥타이가 사망 원인이 아닌 것처럼, 리브렐라를 투여했을 때 발생한 부작용이 정말 리브렐라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던컨 라셀스 교수는 전체 반려견의 약 40%가 골관절염에 의한 통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어린 반려견도 골관절염이 많다. 문제는 진단 시점이 늦다는 점이다. 반려견 골관절염은 주로 8~10살에 진단된다. 이처럼 골관절염 관리 대상이 대부분 노령견이다 보니 다른 질환도 많고,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치료 중 사망하는 개체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임상증상 및 사망 원인을 리브렐라로 볼 수는 없다.
던컨 라셀스 교수가 소개한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브렐라 투약군의 부작용(비뇨기 감염, 피부 세균 감염, 피부염, 무기력증, 구토, 식욕부진 등) 발생 비율은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 2021년 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시판 후 보고된 부작용 사례에서도 10,000회 투여량당 1.7마리 이하에서 부작용이 관찰됐을 뿐이었다. 효과 없음, 운동실조, 다음, 식욕부진, 무기력,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은 0.0036~0.017%였다. 관련 데이터와 논문을 자세히 소개한 던컨 라셀스 교수는 “드물거나(rare) 매우 드문(very rare)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NSAIDs 중 하나인 리마딜(Rimadyl, 성분 Carprofen)과 리브렐라의 미국 출시 후 3년간의 부작용 사례를 비교한 조사에서도 리브렐라의 부작용 발생 비율은 약효 기간을 고려했을 때 리마딜의 1/30수준이었다. 또한, 현재까지 개에서 리브렐라와 RPOA 사이에 직접적이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례는 없다.
물론, 지속적인 부작용 모니터링은 필수다. 던컨 라셀스 교수도 “현재까지 보고된 리브렐라의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과학적인 근거 없는 막연한 우려는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병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난립하고 있는 관절주사제, 과학적인 근거 확인해야”
“MRI부터 찍기 전에 병력청취·신체검사부터 철저히 할 필요 있어”
서울대 수의대 강병재 교수도 과학적 근거를 강조했다.
강병재 교수는 원인, 증상, 진단 방법부터 치료·관리 방법까지 골관절염의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치료·관리 부분에서는 리브렐라와 NSAIDs를 통한 통증관리뿐만 아니라 체중관리, 운동, 환경개선, 재활물리치료, 관절영양제까지 자세히 설명해 이해를 높였다.
관절주사제 부분도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PN(Polynucleotide), PDRN(Polydeoxyribonucelotide), ELHLD, 줄기세포, PRP, 히알루론산(HA), 스테로이드, 콜라겐의 작용 기전, 항염 효과, 연골재생 효과, 관절윤활 효과, 효과 지속 기간, 안전성, 비용, 주요 사용 목적을 비교 설명했다.
비교 항목에는 ‘근거 수준’도 있었다.
다양한 관절주사제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홍보·마케팅에 의존해 주사제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를 갖췄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강병재 교수는 각 관절주사제에 대한 여러 연구 논문을 소개했는데, 강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PN과 히알루론산의 근거 수준이 다른 관절주사제 대비 높은 편이었다.
2025년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 조직위원회(위원장 오태호)가 12일(금)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 V-ACADEMY V-Theater에서 9월 1차 정례 회의를 개최했다.
매달 한 차례 정례 회의를 개최해 오던 조직위는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9월에 2차례 회의를 진행한다.
대회 50일을 앞두고 열린 이날 회의에는 오태호 조직위원장(경북대 교수), 최이돈 대회장(동물병원협회 회장), 박준서 공동대회장(대구시수의사회장), 정언승 사무총장, 오이세 사무국장, 허찬·박정훈 부위원장, 이희천·박원근 학술위원장, 조영일 대외협력위원장, 오원석·이태호 기획위원장, 이학범 홍보위원장, 김수연 동물보건사위원장, 박진영 운영위원 등이 참석했다.
현재 FASAVA2025 대회는 얼리버드 등록, 지부 단체등록 등이 모두 마감됐고, 일반 사전 등록이 진행 중이다.
9월 5일 기준, 22개국 2,245명이 사전 등록을 완료했으며, 아직 명단을 제출되지 않은 일부 지부 단체등록자를 포함하면 등록자 수는 더 늘어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100명 이상이 참가하고, 말레이시아 사전등록자도 88명으로 많은 편이다.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가나, 우간다, 케냐 등 다양한 나라 수의사가 등록을 마쳤다.
FASAVA 2025 조직위는 더 많은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막판까지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치과, 외과, 원헬스를 주제로 한 강의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개 강의실에서 AI(인공지능)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확정했다(324호, 325호). 강사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강의하면 실시간으로 30개 이상의 원하는 언어로 번역 글을 볼 수 있다. 별도의 추가 장비 없이 개인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터 발표 초록 접수도 마감됐다. 포스터 발표 장소는 전시장 5층 컨벤션홀 앞 로비에 별도로 마련된다. 280여 개 포스터가 발표된다. 한국임상수의학회 구두·포스터 발표자를 포함해 총 30명의 우수발표자를 선정하여 폐회식 때 시상한다.
이외에도 웰컴리셉션, 콩그레스디너 등 공식 사교프로그램과 기념 공연, 점심 바우처 사용 가능 식당 리스트, 셔틀버스 운영 방안, 비즈니스매칭 프로그램, 동물병원 투어 프로그램, 문화 관광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전시·후원 신청 현황 점검도 이뤄졌다. FASAVA2025는 210개 부스 규모로 전시가 진행된다.
FASAVA2025 조직위원회는 9월 30일(화) 경북대학교동물병원에서 9월 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2025년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는 One Vision, One Voice: Advancing Asia Pacific Veterinary Medicine을 주제로 10월 31일(금)부터 11월 2일(일)까지 3일간 대구 EXCO에서 열린다. 제21회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컨퍼런스, 2025년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제15회 영남수의컨퍼런스가 동시에 개최된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국내 대표 반려동물 축제 ‘2025 경기도 펫스타(PETSTA)’가 오는 9월 27일(토)~28일(일) 양일간 경기도 반려마루여주에서 열린다. ‘새로운 가족의 완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행사와 프로그램이 준비된 가운데, 현직 동물병원 원장들이 직접 진행하는 ‘반려동물 건강특강’이 반려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7일(토) 오후 3시 문화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반려동물 건강특강에는 국내 반려동물 의료 분야를 선도하는 3명의 전문가가 강연자로 나선다.
각 수의사들은 30~40분씩 진행되는 특강을 통해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강 문제에 대한 깊은 깊은 정보와 실용적인 관리 팁을 전달할 예정이다.
수의골관절학회 이사, 한국수의재활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반려견 정형외과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종협 원장(넬동물의료센터, 바르고바르개)은 ‘20살까지 튼튼하게, 강아지 관절 케어’를 주제로 관절염 예방을 위한 올바른 영양 관리와 운동법, 그리고 다양한 관절 질환의 치료와 재활에 대한 지식을 공유한다.
동물심장 수술을 선도하고 있는 24시 넬동물의료센터 동물심장수술팀의 엄태흠 원장은 ‘9살이면 70%가 걸린다? 개에서 가장 흔한 심장병, 이첨판 폐쇄부전증’을 주제로 반려견의 대표적인 심장 질환인 이첨판 폐쇄부전증에 대해 강연한다.
줄기세포치료 등 다양한 재생의학 치료를 수행 중인 SNC동물메디컬센터의 최중연 원장은 ‘외과 의사가 줄기세포 치료를 말하는 이유’를 주제로 강의한다. 최중연 원장은 노령·난치성 질환 치료에 적용된 줄기세포 임상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을 높인다’는 비전을 전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반려동물 노령화 시대에 맞춰 늘어나는 반려인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5 경기도 펫스타’는 반려동물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선물하고자 하는 행사 취지에 맞게 건강특강 외에도 전국 반려견 스포츠 대회, 명랑마켓, 반려동물직업박람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동안 선배님(동료 수의대생)들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지난해 데일리벳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인터뷰가 있었죠. 반려견 승모판폐쇄부전(MMVD) 환자를 대상으로 개심수술을 성공한 넬동물의료센터 엄태흠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엄태흠 원장을 필두로 한 넬동물심장팀은 2023년 MMVD 수술에 처음 성공한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국내 최초로 복합형 심실중격결손(VSD), 세계 최초로 감염성 심내막염(IE) 수술적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넬동물의료센터는 최근 2층으로의 확장 이전, 넬동물심장센터 개소, 수술실 양압환기시스템 도입 등 더 나은 환경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반려마루 봉사활동, 화재피해 봉사활동, 넬 캠페인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도 꾸준히 행사하고 있죠.
넬동물심장팀은 이제 약물적 관리만이 아닌, 수술적 치료라는 심장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보호자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기사에서는 이틀간 넬동물심장팀의 엄태흠, 배우람 원장의 일과를 함께해 보았습니다.
이른 아침 도착한 넬동물의료센터
07:40 동물병원 도착
동물병원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며 줄기세포 센터, 세미나실 등 다양한 공간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련된 모습으로 확장 이전한 넬동물의료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보호자들도 오지 않은 이른 아침, 동물병원에 도착해 인터뷰를 하러 왔다고 말씀드리고 로비에서 기다린다. 넬동물의료센터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소개영상이 티비에서 나오고 있다.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심장센터,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수술 준비로 분주하다. 넬동물심장팀은 IV 라인을 잡고 약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1번 수술방에서 마취를 유도하며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08:51 마취 유도
오늘 수술받는 환자는 4.9kg의 9년령 말티즈 별이(가명), ACVIM MMVD Stage C로 폐수종이 있는 환자이다. 저 작은 체구의 귀여운 강아지가 개심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전마취제를 투약하고 알팍살론(Alfaxalone)으로 마취유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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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프로포폴이 아니라 알팍살론으로 마취를 유도하네요?
엄태흠 프로포폴도 좋은 약이지만 심혈관계 억압이라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심장병을 치료하기 위한 개심수술에서는 신중히 사용합니다. 알팍살론은 심혈관계 억압이 비교적 적은 대신 각성기 흥분이 심해 주의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5kg도 안 되는 이렇게 작은 환자들 수술도 자주 하시나요?
엄태흠 4.9kg면 큰 편일 정도로 작은 소형견들 개심수술이 대부분이에요. 가장 작았던 환자는 1.6kg정도입니다. 소형견에 심장병이 많기도 하지만, 소형견을 선호하는 국내 문화로 환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있을 수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엄태흠 오늘 할 수술은 판막륜 성형술과 건삭 재건술이에요. 반쪽짜리 낙하산처럼 생긴 판막이 서로 제대로 맞닿지 않아서 심장질환이 발생하면 그걸 고쳐주는 거죠. 생체적합성이 높은 고어텍스로 인공 건삭을 만들어 줄 거예요.
방에 문이 고장 나서 찬바람이 들어오면 문을 고치는 것처럼 인의에서는 판막 재건술이 Standard therapy예요. Standard therapy는 특정 질병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기준이 되는 치료법이에요. Standard therapy가 불가능할 때 다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하는 거죠.
개심수술을 할 때에는 심폐우회술(CPB, CardioPulmonary Bypass, 체외순환)을 사용하는데, 크게 3가지 목적이 있어요. 심장을 멈추고(motionless surgical field), 피가 없는 수술 시야를 만들고(bloodless surgical field),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장이 멈춘 동안 살아남는 겁니다. 꺼낸 피를 산화시키고 필터를 통해 대동맥으로 다시 내보내는데, 보통 1~2시간정도 심장을 정지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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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관하고 C-line(중심정맥라인)을 잡으며 1번 수술방에서 준비를 마친 별이는 심폐우회술이 가능한 2번 수술방으로 이동한다.
여러 약물들의 지속정맥주입(CRI)과 인공환기(ventilator)를 시작하고 A-line(동맥라인)을 잡은 후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한다.
개심수술 현장
09:43 수술 시작
수술방에 들어서니 양압환기 시스템, 8단으로 쌓여 있는 펌프, 고급 마취 모니터링 등 다양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역시 CPB가 가장 눈길을 끈다.
수술은 먼저 개흉을 한 후 심장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동·정맥들을 cannulation한다. 이 과정에서 튜브를 통과하는 봉합사를 포셉으로 잡고 있는 듯한 신기한 기구가 사용된다. 장착된 삽입관(cannula)들은 일단 3-way를 닫아서 막아놓은 후 여는 것과 동시에 CPB와 연결한다. 이후 심정지약물(cardioplegia)과 얼린 식염수로 심장 정지, 심장 방혈, CPB 가동 후 체외순환을 시작한다. CPB 옆에는 열 교환기가 있어 이를 활용하여 체온을 조절한다.
심장을 열고 판막륜 성형술과 고어텍스를 이용한 건삭 재건술을 진행했다. 성공적으로 재건을 마친 후 심장을 닫고 심장에 혈류를 채우고자 잠시 CPB를 멈췄다.
이후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초음파를 심장에 직접 대 수술이 잘 됐는지, 판막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역류 없이 무사히 판막이 잘 작동하는 모습이 아름다울 정도다.
심장에 직접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 수술 결과를 확인했다
수술이 모두 끝나고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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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에 체온은 많이 떨어뜨리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체온이 낮으면 심장과 신체 조직의 산소요구량 적어져요. 그래서 일부러 체온을 낮추는 거예요.
수술 중에 사용하시는 신기한 기구가 많던데 직접 마련하신 건가요?
(웃음) 아 그런 건 아니고 다 찾아보면 있는 기구들입니다. 사람에서 쓰는 것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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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종료 후에도 수술실에 남아 모니터링을 지속했다
15:13 술후 모니터링
수술이 끝났지만 별이는 수술실에 계속해서 남아 있다. 수술실에 있는 마취기(Dräger Perseus A500)가 원내에서 가장 좋은 기기라, 환자의 상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수술실에서 계속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이다.
직접 모니터링을 하던 엄태흠 원장은 이내 다른 선생님께 모니터링을 맡긴 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짬을 내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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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따로 있으셨나요?
어린 시절 재래식 화장실을 쓸 정도로 시골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여느 시골집처럼 개들도 키웠어요. 닭도, 염소도 있고 해서 자연스럽게 동물들이 제 친구들이 됐죠. 10년을 키웠던 ‘실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명견 실버라는 만화를 보고 지었던 이름이었어요.
어느 날 아침에 깼더니 이불은 해가 안 드는 곳에 있고, 집이 고요한 거예요. 마당에 나가봤더니 개장수들이 개들을 태우고 있더라고요. 이사를 가야 하는데 개들을 전부 데리고 가진 못하니 일부러 부모님께서 안 깨우신 거죠.
어른들은 실버가 도망쳤다고는 했지만, 형제나 다름없이 같이 큰 친구였는데 알고 있었죠. 사실 불에 타서 바닥에 뒹굴고 있는 개들 중 하나가 실버라는 걸요. 그때부터 동물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 수의대를 진학하게 됐어요.
심장수술전문 수의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9세에는 70%, 13세에는 85% 있을 정도로 개에서 심장병은 흔한 질병이에요. 사람의 흰머리나 비슷한 거죠. 사람에서는 더 근본적인 심장병 치료가 가능한데, 개들은 사실 약만 먹으며 시한부의 삶을 살다가 결국 사망이라는 결과만을 바라보니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근본적인 치료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는데, 사실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죠. 저는 운이 좋게도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심장수술을 준비했던 팀에서 근무했어요. 그때 너무 재밌었죠. 손동주 수의사와 함께 둘이 진짜 4평짜리 병원 옥탑방에서 살면서 공부도 열심히, 재밌게 했어요. 야간에 진료오면 잠을 자다가도 내려가서 보기도 하고 그랬죠.
지금은 충남대에 부임하신 김대현 교수님과 함께 근무했는데, 심장수술을 준비한다고 하셔서 아주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첫 성공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지만, 이후 프로토콜을 바꾸고 점차 성공하기 시작했죠. 생각해보면 저는 외골수 성향이 있어서 막 깊게 파고들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 데일리벳 인터뷰에 응해주셨는데요.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히려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달라진 점이라면 팀의 숙련도가 가장 크겠죠. 작년 인터뷰를 했을 때는 15마린가 했을 때였는데, 당시에는 2주에 한 마리 수술하고 고치고 수정할 점을 생각하고 그랬었죠. 이제는 매주 2마리 이상 루틴하게 수술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100증례를 달성할 것 같아요. 그리고 MMVD뿐 아니라 다른 선천적 심장기형, 심장종양, IE 등 개심이 필요한 환자들로 영역을 많이 넓혀 가고 있어요.
그대로인 점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개선하고 있다는 점이 변하지 않았네요. 새로운 장비도 계속 들여오려고 하고요. 경식도초음파를 사려고 했는데 ‘사야지, 사야지’하는 동안 팀원들 숙련도가 점점 늘어서 구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가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정복하기 힘든 질병들의 새로운 치료법들을 찾고 싶어요. 이번에 했던 감염성 심내막염 케이스도 그런 거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고양이 비대심근병증(HCM)이나 그런 쪽이긴 한데..꼭 외과적 방법이 아니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난치성이라고 여겨지는 질병들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더 나은 길을 찾고 싶어요.
경기도 반려마루나 화재 피해 현장의 봉사활동도 인상깊었습니다.
동물들에게 무언가를 많이 해주고 싶어요. 사실 봉사활동을 가서 환자들을 돌보다 보면 제 정신건강에도 많이 도움이 돼요. 저 때문에 가는 겁니다(웃음).
보호소를 가보면 아시겠지만, 나이가 들고 병든 강아지들은 갈 곳이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요.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조명하려고 하죠. 이런 남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정말로 필요한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어요.
이번에 새로 개소한 넬동물심장센터를 소개해주신다면
흉부외과 수술이 고난이도의 기술집약적인 행위이기도 하고 환경도 중요하기에 더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센터예요. ICU 내에서 사용 가능한 양압 환기나, 이동형 ventilator 등이 마련되어 있어요. Antithrombin III 검사 기계가 동물 검사가 가능한 곳은 국내에 1곳 밖에 없는데, 저희가 이번에 들여오는 중입니다.
원장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체력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출퇴근은 뛰어서 하고 있어요. 집까지 3~4km정도 되는데, 한 달에 100km 정도 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병원 도착하면 땀냄새가 나는데 강아지들은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이후 아침에는 외과 라운딩을 하고 10시 30분부터는 진료를 봐요. 진료를 보는 날은 진료만, 수술을 하는 날은 수술만 하죠. 주말은 심장수술을 하고 계속 모니터링을 하죠.
예전에는 막 밤새서 보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밤 10시쯤에는 집에 들어가요.
심장수술이 있는 날에는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위해 하는 여러 루틴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꼭 녹차를 마셔요. 심장수술 날에 입는 회색이나 청록색 스크럽이 따로 있고 좋아하는 색의 에어리즘을 같이 입습니다. 칼을 댄 것처럼 감각을 예민하면서도 차분하게 만들어 수술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후 수술실에서 모니터링하다가 ICU로 옮기죠.
가을에는 스페인,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배움을 얻으러, 때로는 강연을 갈 일이 많아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진료 반, 세미나 발표와 논문 준비 반이네요. 그게 다 공부도 되는 시간이라 좋습니다.
개심수술이라는 낯선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 저희 병원에서 MMVD 수술을 준비할 때는 돼지 심장으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교보재 주문하는 홈페이지에서 구매해서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하다 보니 심장 구조는 잘 알겠는데 너무 건강한 정상 심장이어서 느낌이 안 살았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일부러 심장이 썩도록 4~5일 정도 방치했고, 흐물흐물해지고 약해진 심장으로 연습했어요. 이렇게 썩은 돼지 심장으로 연습하다 보니 냄새가 어마어마해서 선생님들이 싫어했죠(웃음).
처음 수술한 친구는 하쿠라는 아이였는데, Stage D로 한 달에 3번째로 폐수종이 발생해서 내원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임시보호자분이 이미 자기 강아지 두 마리를 심장병으로 보낸 분이셨어요. 아픈 아이들은 오히려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하쿠는 심장약 돈이 너무 들어서 버려진 거죠. 사실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갈 운명일 친구를 알면서도 데려오신 거죠. 그 마음이 너무 대단했어요.
사실 하쿠는 대동맥판막 역류나 폐고혈압 등 수술에 있어서 안 좋은 점이 많았어요. 경험도 없는 첫 수술을 왜 이렇게 위험하고 상태가 심한 개로 시작하느냐 하는 반대도 있었어요. 하지만 수술이 숙련될 때까지 기다리면 하쿠가 사망할 게 뻔히 보였고, 보호자도 늘 생각하던 이상적인 보호자의 모습이었어요. 심장병으로 망가진 하쿠의 세상을 구해주고 싶었죠.
제가 원래 어떤 수술에서도 손을 잘 안 떠는데, 개흉하고 심장을 만지려고 하는데 손을 덜덜 떠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고 ‘아 긴장했구나’ 생각도 들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숙련도가 적은 상태였지만..마음을 곱게 먹으면 세상이 돕는다더니 하쿠가 잘 살아줬습니다.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날아다니고 있어요.
그때 수술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보니 운전하다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어요. 아직도 추울 때 운전하면 가끔 그 생각이 납니다.
공통질문입니다. 심장수술전문 수의사가 되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사실 뭔가 많이 바뀔 줄 알았는데 그냥 비슷해요. 원장이 됐을 때도 삶이 달라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삶이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사는 방식도 결국 똑같고 열심히 하는 것도, 새로운 것들 공부를 계속 하는 것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도 모두 똑같아요.
다만, 해외에 갈 일이 조금 더 자주 생기게 되었는데, 비행기에 앉아있는 시간이 지루해서 좀 힘들더라고요(웃음).
요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사실 모든 케이스마다 환자가 살아가면 제일 좋고, 사망하면 제일 힘들어요. 이번에 성공한 감염성 심내막염(IE)처럼 희귀한 케이스나 여러 위험성들이 높은 환자이지만, 더 이상 약물로는 방법이 없는 환자가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의미도 크고 보람도 크죠.
케이스를 선택해 가며 성공률 올리는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보호자가 원하고 준비되었다면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도전하려 합니다.
저희 팀이 아무리 열띤 토론을 해도 결국은 도전해서 살려보자는 의견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환자들을 살려주고 한계를 조금씩 늘려가려고 하니까요.
학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진로라든지 그런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말보단 스스로의 소리를 더 많이 들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좋아하는 걸 하는 거고, 좋아하는 건 더 잘하고 싶고, 잘하면 더 재밌어집니다. 40년동안 할 수의사 인생인데 그래도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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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처치실로 올라온 엄태흠 원장은 차트를 점검했다.
이동형 인공호흡기나 투석기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는 것도 그렇지만, 편안한 처치실의 공기, 엄태흠 원장과 다른 직원들과의 친근한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다시 수술실로 돌아와 모니터링을 계속하다 배우람 원장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장수술을 위한 체외순환을 맡고 있는 배우람 원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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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넬동물의료센터 외과원장 배우람입니다. 넬동물심장팀에서 지금은 마취와 체외순환(CPB)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수능을 치고 공대를 갈까 고민하면서 가족회의를 했어요. 그 당시 누나가 수의대를 다니고 있었는데, 수의대가 괜찮아 보였어요. 동물도 좋아하고 의학계열도 재밌을 것 같아서 수의대를 진학했습니다.
마취와 체외순환은 졸업 후 공부를 하신 건가요?
딱히 그렇다기 보다는 엄태흠, 손동주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관심이 있던 분야기도 했고 재밌겠다 싶어서 같이 심장수술을 준비했어요. 내과적인 관리부터 술후 케어까지 아무래도 각자의 영역을 찾아가다 보니 ‘제가 좀 더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봤죠. 저도 외과이긴 하지만 어시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으니, 마취를 보게 되고 체외순환도 공부하게 됐어요.
궁극적으로는 수술에 관심이 있어서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고 여유가 생긴다면 나중에는 집도에 나설 예정입니다.
체외순환(CPB)은 공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람에서의 체외순환이나 수술 같은 것들을 알기 위해 인의쪽으로 접근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병원을 돌아다니며 자문도 구하고, 도움도 많이 받고, 원서도 많이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사실 이 체외순환이라고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접근하기 쉽고 문제가 없으면 잘 돌아가는데, 돌발상황에서 그때그때 검사결과에 따라 어떻게 처치하는지에 대한 것들은 경험이 필요하죠. 인의에서 2인 1조가 한 팀으로 체외순환을 돌리는데요, 마찬가지로 저희도 보조자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의 하루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자마자 외과 라운딩을 합니다. 이후 오전진료를 보고 점심부터는 수술을 합니다. 수술이 없으면 개인적인 공부를 하거나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진료를 봅니다. 보통 8시 출근 6시 퇴근하면 저녁 먹고 헬스하고 자는데,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으면 퇴근이 늦어지죠.
사람처럼 마취, 수술, 중환자실 관리 이렇게 다 나눠져 있으면 ICU로 보내면 되는데, 현재로서는 인력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충분치 않아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붙어서 밤까지 보다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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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 중환자실 이동
인터뷰를 마치고 수술방에서 모니터링이 이어졌다. 이후 환자가 충분히 안정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겼다. 중환자실에서도 모니터링을 하다 어느정도 안정화되어 다른 사람에게 맡긴 후 차트를 본다.
23:20 퇴근
모니터링을 계속 하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온 엄태흠 원장은 집에서 사복 차림으로 다시 나와 늦은 밤까지 모니터링과 차트 보기를 이어갔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담당자에게 모니터링 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을 인수인계한 후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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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이렇게 늦게 퇴근하시나요?
매일 이러지는 않습니다. 심장수술이 있는 날에는 모니터링을 하고 가다 보니 항상 이렇게 늦게 퇴근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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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차림으로 밤 늦게까지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엄태흠 원장
이튿날 15:15 술후 모니터링
오늘은 4.11kg의 12년령 치와와 ‘까미(가명)’의 심장 수술이 있는 날, 수술을 마친 엄 원장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수술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19:25 학회 준비
까미가 마취에서 깨고 중환자실로 이동한 후 모니터링을 잠시 하던 엄 원장은 곧 있을 국내·해외학회를 준비한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긴 수술로 인해 헝클어진 머리로 괜찮다고 대답하는 엄 원장, 마지막 질문을 드리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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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때 하면 좋은 활동에 뭐가 있을까요?
저는 임상실습을 많이 했어요. 임상에 뜻이 있다면 동물병원 실습을 많이 가보세요. 아무 책임도 없이 모든 걸 볼 수 있는 학부생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에요.
예를 들어 살아있는 개의 심장 내부를 본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 실습생은 시기가 맞으면 심장수술도 참관할 수 있죠. 다만, 실습을 할 때에는 지식을 쌓는 것 보다는, 내가 평생 하게 될 일을 체험하러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실습을 나간 병원에서 롤모델을 정해서 그 사람의 일과를 출근부터 퇴근까지 따라다니며 지켜봤던 것이 저의 진로를 정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실습 외에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찾는 게 제일 중요해요. 결국 좋아하는 걸 찾아서 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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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마치며…
선배님을 통해 넬동물의료센터의 개심수술 성공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험을 하는 수의사들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데일리벳에서 수술성공 기사로, 인터뷰 기사로 접하며 엄태흠 원장님을 알게 됐고 인터뷰를 준비했다.
아직 본과 3학년의 짧은 지식으론 개심수술을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살아있는 개의 심장, 판막을 보고 CPB 등 신기한 수술장비를 많이 보니 새삼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배움에 흥미와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특히 감명받았던 부분은 엄태흠, 배우람 원장님을 비롯한 심장수술팀의 열정과 가치관이었다. 진심으로 동물들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모두에게 낯선 심장수술이라는 이 길, 성공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인 어드벳(VET)쳐에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졸업이 점점 가까워지며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는 시기, 진로에 대한 고민도 좋지만 삶의 태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던 프로젝트가 되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도전하는 그런 자세, 그런 방향성을 지닌 수의사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할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 토종닭 농장에서 2025-2026년 시즌 첫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지난 7월말 AI 방역체계를 평시로 전환한 지 40여일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라 위기경보단계를 ‘주의’로 상향하고 토종닭 농장 및 전통시장 가금판매소 등을 대상으로 일제 정밀검사를 벌인다고 13일(토) 밝혔다.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토종닭 농장은 기르던 닭 300여수가 최근 사흘간 폐사하는 등 AI 의심증상을 확인해 12일(금) 경기도 방역당국에 의심신고를 접수했다.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 검사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됐고, 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H5N1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농식품부는 “최근에는 주로 10월(2022, 2024년) 또는 11월(2020, 2021년)에 발생한 것과 비교하여 다소 이른 시기”라며 “겨울철 야생조류의 국내 도래가 시작되는 9월부터 예찰을 강화하여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병원성 AI가 검출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야생조류에서 먼저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후 수주 이내로 가금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양상을 반복했던 것과는 다른 셈이다.
지난 6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전남 강진과 경남 김해의 소규모 토종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방역당국은 H5형 AI 항원을 확인한 직후 살처분·역학조사 등 초동 방역조치를 실시하는 한편 12일 22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가금농장과 관련 축산시설, 차량을 대상으로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운영했다.
이날 관계기관·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방역대책 회의를 열고 AI 위기경보단계를 ‘주의’로 상향 조정했다.
토종닭에서의 추가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경기도내 토종닭 농장 23호와 전국 전통시장 가금판매소 203개소, 가금 계류장 79개소, 관련 축산차량 120대를 대상으로 9월 24일까지 일제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아울러 특별방역대책기간 동안 운영했던 강화된 방역조치를 9월 22일부터 조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철새도래지에 축산차량 및 축산인 출입을 제한하고, 가금농장 방사사육을 금지하게 될 예정이다.
발생 시도 내 가금농장에서는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해당하는 검사 주기를 적용하고, 도축장으로 출하하는 토종닭에 대한 검사도 2주간 확대(출하농가의 10% → 30%)하여 실시하는 등 능동예찰도 강화한다.
농식품부 강형석 차관은 “겨울철 철새의 국내 도래가 이미 시작되었고, 가금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첫 발생한 만큼 정부, 가금농가 등 모든 관계자들께서는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한 방역 관리를 해주기 바란다”며 “최근 수년간의 발생 양상과 달리 다소 이른 시기에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원인에 대하여 검역본부와 지자체는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신속히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Figure1. 호흡기 질병 발생통계(2021-2025) 그래프에 따르면 2021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돼지에서 발생한 주요 호흡기 질환 중, 세균성 원인체 중에서 글래서씨병(HP, Haemophilus parasuis)이 가장 높은 발생 빈도(1,397)를 나타냈다(출처_옵티팜평가센터).
돼지에서 글래서씨병을 유발하는 원인체는 글래서렐라 파라수이스(Gps, Glaesserella parasuis로 명칭 바뀜)로, 외부에서 유입되거나 모돈 또는 다른 성돈의 호흡기에 존재하던 세균이 자돈에 이환되어 산발적으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어린 돼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급성 또는 급성으로 발생하여 감염된 돼지에서 고열을 동반한 무기력증이나 식욕부진, 기립불능 등의 임상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질병은 진단하는 것부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양돈장 내 발생되는 주요 질병들과 글래서씨병에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연쇄상구균, 마이코플라스마 하이오라이니스, 돈단독균 등). 따라서 글래서씨병을 확진하려면 실험실적 진단을 거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나, 매번 진단을 위해 실험실에 분석을 의뢰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글래서씨병의 혈청형은 15가지로 국내에서는 1, 4, 5형이 주로 발생하고, 한 농장에서 여러 혈청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많아 방역과 예방에 더욱 어려움을 준다.
특히, 글래서씨병이 돼지의 면역을 저해하는 PRRS나 PCV2와 같은 질병과 함께 발생하면 2차 감염원으로 농장의 피해를 가중시키게 된다1 2. PRRS의 경제적 손실(평균일당증체량 감소, 폐사율 증가, 사료요구율 증가, 항생제 사용량 증가 등)은 글래서씨병과 같은 2차 감염원에 기인하기 때문에 이러한 질병들이 상재되어 있는 농장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글래서씨병은 유사 질병과 감별이 어렵고, 다양한 혈청형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면역억제성 질병과 동반 발생 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복합적인 호흡기 질병이다. 따라서 단순히 임상 증상만으로 진단하거나 개별 병원체에 대해 부분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성미생물연구소의 ‘대성 아파치 피그백주’는 글래서씨병의 주요 혈청형(1형, 4형, 5형)은 물론, 흉막폐렴과 파스튜렐라성 폐렴까지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세균성 호흡기 복합 백신으로, 한 번의 접종으로 광범위한 방어 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항원 간 간섭 없이 안정적인 면역 형성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흉막폐렴균에 대해서는 유전자 재조합 톡소이드를 적용해 면역반응을 더욱 강화하였다.
가을철 환절기에 대비해 호흡기 백신을 선택할 때는 물론, 복합적인 호흡기 질병이 상재하거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양돈장에서는 ‘대성 아파치 피그백주’를 활용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폭넓은 돼지 복합 호흡기 예방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물 전용 이미징 장비 및 전자차트를 공급하는 우리엔이 8월 29일부터 31일(금~일)까지 대만의 주요 3개 도시(타오위안, 가오슝, 타이베이)에서 임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현지 파트너사인 대만 바텍 법인과 BenQ 그룹 산하 康悅藥品(Concord)이 공동 주최했으며, 대만수의사회로부터 수의사 연수교육(보수교육)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세미나는 ‘국경 없는 전문성, 손끝에서 만나는 지식-전문성에는 국경이 없고, 학습에는 한계가 없다’를 주제로 열렸으며, 120여 명의 대만 수의사가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대만 국립충싱대학교(National Chung Hsing University) 수의과대학 Shih-Chieh Chang 교수(소동물외과/임상종양학)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윤정희 교수(수의영상의학)가 연자로 나섰다. Shih-Chieh Chang 교수는 수술을 포함한 종양 치료에 대해 강의했고, 윤정희 교수는 CT의 임상적 활용을 주제로 강의했다. 특히, 윤 교수는 다양한 실제 영상 케이스를 공유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CT 영상진단 및 활용에 관한 심도 있는 교육을 받은 대만 수의사들은 우리엔의 동물전용 CT 장비(myvet CT Plus)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활발한 질의응답과 토론을 펼쳤다.
세미나에 참석한 대만 수의사들은 “CT로 종양 위치와 절제 범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유익했다”, “영상진단과 외과적 정밀성이 결합된 점이 인상 깊었다”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겼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참석 수의사의 약 20%가 CT 구매를 고려한다고 응답해, 향후 대만 시장 내 ‘우리엔 CT’ 확산 가능성도 확인됐다.
우리엔은 “대만은 동물병원 규모가 비교적 작고 건물 구조나 설치 환경의 제약이 많은 만큼, 설치 편의성과 경제성을 갖춘 소형 CT 장비가 시장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우리엔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는 대만 수의사들과의 신뢰를 쌓고,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대만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엔 CT 보급 확대와 수의 영상진단 분야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밀양시의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사업(TNR 사업)이 4개월째 중단됐다. TNR 수술을 받은 고양이 수술 부위에 발생한 문제로 2차 동물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TNR 수술을 한 수의사의 잘못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밀양시청 홈페이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게시됐다.
갈등은 ‘암컷 중성화수술 이후 방사 시간(72시간)’ 준수 여부 논란과 SNS 비방으로 이어졌다. 결국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논란 속에 길고양이 TNR 사업은 중단됐고, 현재도 새끼 길고양이들은 계속 태어나고 있다.
올해 밀양시 길고양이 TNR 사업은 밀양시의 4개 동물병원이 맡아서 수행 중이었다. 해당 병원들은 수년 전부터 밀양시 TNR 사업을 수행해 왔고, 이번 사건 발생 전까지 TNR 사업과 관련된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월 14일(목), TNR 수술을 받은 고양이 중 한 마리가 구조자의 집에서 케어하던 도중 복부 봉합이 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조자는 창원의 한 24시간 동물병원으로 고양이를 데려갔고, 고양이는 2차 수술을 받았다. 구조자는 이후 밀양시청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 TNR 수술을 받은 고양이의 장기가 터졌다며 TNR 수술을 비방하는 게시글을 게재했다. 고양이 치료비도 전액 요구했다.
구조자는 동물병원의 문제 제기 이후 해당 글을 내렸는데, 5월 22일(목) 김 모 씨가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글을 게재했다.
김 씨는 ‘밀양시 고양이 TNR 이후 장기탈출 사건에 대한 담당 의사와 해당 공무원의 관리부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장기가 60cm가량 튀어나왔다’, ‘2차 병원과 tnr을 한 병원 원장이 동문이어서 tnr 문제로 장기가 흘러내렸다는 소견서를 써줄 수 없다고 얘기한다’ 등의 주장을 했다. 또한, ‘TNR 지침상 암컷은 수술 72시간 이후 방사를 해야 함에도 14일 오후에 수술을 하고 16일에 방사하여 TNR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적었다. 최초 글 작성자가 썼던 내용도 재차 언급했다.
오해를 없애기 위해 해당 게시글을 그대로 공개한다.
하지만, 밀양시수의사회의 자체 조사 결과, 장기가 60cm가량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장간막과 지방 조직이 튀어나온 것이었고, 길이도 20cm가량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수술이 원인이 아니라는 게 밀양시수의사회 판단이다. 고양이가 물어뜯은 것처럼 조직이 손상되어 있었던 점을 볼 때 임시보호 기간에 고양이가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2차 수술을 한 창원의 24시간 동물병원도 “TNR 수술과 이번 사건은 관련성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TNR 수술을 한 병원 원장과 2차 동물병원 수의사가 동문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동문 관계도 아니고, 직접 연락을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본지 취재 결과, TNR 수술을 한 동물병원은 지난 10여 년간 5천회 이상 중성화수술을 한 경험이 있었고, 중성화수술 시 리가슈어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빈혈 증상도 함께 있다. 출혈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술 자체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출혈을 최소화하는 장비를 사용 중인 것이다.
논란은 방사 시간(72시간) 준수 여부로 이어진다. 72시간을 지키지 않고 방사했기 때문에 애초에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는 “중성화 수술 후 이상 징후가 없다면 수술한 때로부터 수컷은 24시간 이후, 암컷은 72시간 이후에 포획한 장소에 방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수술을 한 수의사의 입장은 달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에 “수의사가 수술한 개체의 상태를 고려하여 방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방사 시기는 수술을 한 수의사가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은 법적 준수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고, 법적 고시(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를 지켜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아래)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김 씨가 길고양이 관련 카페에 ‘TNR 지침 위반’이라는 내용이 글을 게재했는데, 해당 글에 동물병원의 실명이 거론되자, 밀양시 TNR 사업에 참여한 4개 동물병원이 김 씨를 형사 고소한 것이다.
이후 논란은 SNS로 번졌다.
길고양이 관련 단체 SNS 계정에 ‘밀양시 TNR 사업의 충격적인 실태’, ‘문제 제기 4군데 위탁병원으로 무더기 고소’, ‘2025년 사업량 분석 결과, 90% 이상 72시간 회복 관리 지침 지키지 않음’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올라온 것이다. 해당 글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SNS 이미지 캡쳐
그렇다면, 90% 이상이 72시간 회복 관리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2일부터 2025년 5월 23일까지 밀양시에서 길고양이 TNR 수술을 받은 암컷 고양이 62마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그중 54마리가 72시간 이내에 방사됐다(87%).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인 셈이다.
72시간 미준수 케이스 중 최초 10마리를 분석했더니, 평균 방사 시간은 수술 후 ‘67시간 20분’ 정도였다. 지침(72시간)과의 차이는 4시간 40분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환자의 나이, 컨디션, 기저질환 등에 따라 회복 속도에 당연히 차이가 있다”며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4시간 40분 정도 퇴원 시간이 달라진 것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자신은 TNR 사업을 하지 않고, 길고양이가 아닌 일반적인 반려동물 환자의 수술을 얘기하는 것”이라는 전제도 있었다.
지침(72시간 준수)과 가이드라인(72시간 준수 원칙, 수의사 재량으로 방사 시기 결정 가능)의 내용 차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밀양시의 유권해석 질의에 농식품부의 공식 답변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밀양시는 논란이 발생한 5월에 곧바로 TNR 사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TNR 사업을 재개해달라는 민원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에 지난달 TNR 사업자 모집 공고를 새로 냈다. 이 공고에는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72시간 논란을 애초에 없애기 위함이다.
기존 사업자의 잘못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민원에 의해 TNR 사업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러한 의문을 차치하더라도, 재공고에 다른 동물병원의 신청은 없었고 결국, 현재까지 밀양시의 TNR 사업은 멈춰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민원 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침과 가이드라인, 온라인 및 SNS상 비방과 법적다툼 등으로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밀양시 TNR 사업 재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길고양이 새끼들은 지금도 계속 태어나고 있고, 길고양이 관련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길고양이에 대한 해코지 가능성도 커지고 있지만, 당장 몇 달 뒤 겨울철이 오면 새끼 고양이들의 생사도 보장할 수 없다. 갈등 속에 밀양시 길고양이들의 복지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