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무관 출신 공중방역수의사 정재훈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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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급공채 해양수산직렬 기술고시에 합격해 해양수산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공중방역수의사로 군대체복무를 시작한 수의사가 있습니다.

바로 9기 공중방역수의사로 검역본부 질병진단과에서 근무 중인 정재훈 수의사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의회(대공수협, 회장 원태경)가 공중방역수의사의 인재를 알리고, 수의사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정재훈 수의사님을 인터뷰 했습니다.

해당 내용을 수의사신문 데일리벳에 게재합니다.

동료 선후배 수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양질의 인터뷰를 제공해준 대공수협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기술고시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또 고시 공부를 수의대 공부와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13년도 5급공채 해양수산직렬에 합격해서 1년간 사무관시보(수습) 생활을 마치고 해양수산부에서 약 1년간 근무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행정고등고시, 기술고등고시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명칭을 5급 공채로 통합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기술고시라고 하면 더 알아듣기 편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공무원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과 3학년으로 진급할 즈음 대동물 임상이나 제약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와중에 교수님 중 한분이 저에게 고시를 권유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시험의 불확실성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사무관의 권한이나 업무들에 매력을 느껴 지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준비과정은 다른 고시생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습니다.

1년간 3차에 걸쳐 치르는 시험이라 매일매일 동물병원 실습이 끝나면 학교 자습실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했습니다. 2012년도에 같은 시험에 합격한 신동호 사무관님(건국대 수의대 출신)이 시험 준비에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셨고, 병원 실습조 동기들도 공부하는데 많이 배려해줘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응시한 해양수산직렬은 모집 인원도 적고 그만큼 응시하는 인원도 많지 않아 스터디그룹이나 학원 없이 혼자 준비 해야 해서 오히려 본과 4학년 동물병원 로테이션을 하면서 준비하기에 더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Q. 해수부 사무관으로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리고 수의사 출신 사무관으로서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저는 첫 보직을 통상무역협력과로 받았습니다.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 수산 및 해양, 해운서비스 통상과 무역에 관한 일을 하는 과이며, 저는 체결된 FTA의 이행, 수산물 관세, 통상 현안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입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나라와 협의해서 무역이 잘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임무였습니다.

공중방역수의사 입대 전 몇 달간은 RCEP이라는 15개국 FTA를 잠시 맡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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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RCEP 협상장에서 함께 한
(왼쪽부터) 농식품부 최윤영 수의사, 정재훈 수의사, 이충녕 사무관

업무를 하면서 수의사로서 특별한 점은 크게 없었습니다. 다만 유럽으로 넙치를 수출하는데 VHS(Viral Hemorrhagic Septicemia)라는 질병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을 때 수생동물질병학 기본 지식이 있어서 업무에 도움이 됐던 적은 있었습니다.

수산 분야에서도 질병 방역과 검역 관련 업무가 있는데 향후에 이런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면 수의사로서 좀 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업무보다는 조직 생활을 할 때 수의사라는 점에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반려견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의사 = 동물병원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Q. 사무관 출신으로 공중방역수의사 복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공중방역수의사로서 복무 5개월 차에 접어듭니다. 오래 복무를 하지 않았지만, 병역 의무를 대체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고마운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완할 부분도 많이 필요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공중방역수의사는 제도의 모태가 된 공중보건의와 계속 비교를 하게 되는데, 공중보건의가 하는 진료업무와 공방수가 하는 방역업무는 성격이 많이 다르고 제도가 나아갈 방향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공중보건의의 진료업무는 ‘의사’에 가까운 성격이지만, 공방수의 방역업무는 각종 행정사항이 수반될 수밖에 없어서 업무성격이 ‘수의사’보다 수의직 ‘공무원’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공방수로 일을 하다보면 법에서 정한 업무와 그 외의 업무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공방수들이 업무분장 상에 애로사항을 많이 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공방수의 역할과 업무영역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한 구분이 필요할 것 같고, 같은 일을 하는 공무원분들과도 차별이 없도록 수당, 복지, 신분보장에 좀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역 최전선에서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는 공중방역수의사를 하나의 사회인으로 잘 대우해 줄 때 개개인에게는 수의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수의계 전체로는 수의사 집단의 위상이 높아지지 결과를 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최근 수의사 출신 변호사, 변리사, 사무관 등 전문직종이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수의사 면허 소지자의 직업이 다양해지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오피니언 리더로서 파급력이 큽니다. 수의사가 아닌 전문직종 종사자 분들이 언론 등에서 수의사의 목소리를 대변해 준다면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여 수의계 전반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의계가 아닌 다른 분야로 수의사가 진출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그만큼 수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Q. 고시를 준비하는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 중 고시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여럿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무관 생활은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기획하고 어려운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인 것은 확실합니다.

고시생 생활은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어려운 점이 있을 때 연락주시면 제 힘 닿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공중방역수의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기가 쉽진 않겠지만 합격후의 모습을 떠올리며 열심히 공부하셔서 좋은 성과 있길 바랍니다.

[인터뷰] 사무관 출신 공중방역수의사 정재훈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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