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돈회사 AI센터 정액 통해 PRRS 전파 사례 ‘최초 인정’

1심 선고에서 AI센터 공급 정액의 PRRS 바이러스 오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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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농장 3곳이 ‘종돈회사 AI센터에서 공급한 액상 정액에 의해 가축전염병이 퍼졌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9년 2월, 각각 안성, 평택, 문경 소재 양돈농장에서 PRRS가 발생해 돼지의 폐사, 유·사산, 성장지연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각 농가에서 검출된 PRRS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동일 유래 바이러스라는 점을 인지한 농가들은 원인분석에 나섰다. 그리고 3개 농장이 모두 같은 AI센터의 액상정액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종돈회사는 전국에 수십 개 AI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인데, 3개 농장은 그중 1곳의 AI센터에서 액상 정액을 공급받았다.

각 농가의 거리가 30~100km 이상 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액상정액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가 의심됐다. 3개 농가는 AI센터에 연락해 PRRS 발생 여부를 물었고, AI센터는 발생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액상정액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부인했다.

AI센터는 “센터에서 검출된 PRRS 바이러스와 3개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상동성(일치도)이 83%에 불과하다. PRRS 바이러스의 변이율 및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액상정액을 통해 전파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다른 원인으로 PRRS 바이러스가 전파됐거나, 원래 농장에 있던 상재화된 바이러스가 상호전파 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I센터에서 생산해 농가에 공급한 액상정액이 PRRS 바이러스에 오염되었다’고 인정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PRRS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 중에서도 변이가 빠른 점 ▲하나의 농장이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PRRS 바이러스에 혼합 감염되는 경우 변이율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점 ▲ 2019년 1월 중순경 AI센터에서 사육하던 돼지들에서 PRRS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3개 농장은 모두 AI센터에서 생산된 액상정액을 공급받은 점 ▲상재화된 바이러스의 발현으로는 3개 농장에서 거의 동시에 PRRS가 발병하게 된 경위가 설명되지 않고, 증상도 급격하고 폭발적으로 나타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판결은 ‘AI센터에서 액상정액을 통해 일선 양돈농가에 PRRS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인 것으로 알려졌다. AI센터 측은 항소했다.

한편, 법원은 최근 ‘양돈장, 종돈장, AI센터의 주의의무’를 연이어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20년 PED에 감염된 돼지를 농가에 공급한 종돈장에 대해 ‘농가에 손해배상을 하라’고 인정한 판결이 나온 데 이어, 3년 만에 AI센터를 대상으로 ‘PRRS 바이러스 등 가축전염병에 감염되지 않은 돼지 액상정액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까지 나온 것이다.

이번 소송을 맡은 수의사 출신 이형찬 변호사(법무법인 대화)는 “최근 종돈장, AI센터, 백신 등을 통해 질병의 전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수많은 농가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종돈장, AI센터, 백신제조회사 등은 질병에 오염되지 않은 종돈과 정액, 백신 등을 공급하여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에 가축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질병 발생 초기부터 전문성을 가진 수의사를 통해 진단 및 질병 전파에 대한 진료 및 컨설팅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종돈회사 AI센터 정액 통해 PRRS 전파 사례 ‘최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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