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값 치솟는데, 소비자 단체가 AI백신 우려하는 이유는?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AI백신 정책 고려 시 주의할 점 언급

등록 : 2021.07.12 11:19:53   수정 : 2021.07.12 11:19:58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달걀값이 고공행진이다.

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2.6% 상승해 2011년(12.5%)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는 달걀은 38.9%나 가격이 올랐다. 2017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올해 상반기에는 2억 개에 가까운 달걀을 수입했지만, 가격 안정세는 먼 얘기다.

“산란계 22.7% 살처분…계란값 폭등으로 이어져”

업계에서는 달걀값 폭등의 원인의 하나로 ‘과도한 살처분’을 꼽는다.

지난 9일 한국양계협회가 주최한 <고병원성AI 백신접종정책 도입을 위한 토론회 : 고병원성AI 백신접종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이 과도한 살처분 정책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고병원성AI 방역을 위해 2,992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는데, 산란계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동안 살처분된 숫자가 전국 산란계(약 7,385만 마리)의 22.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겨울 총 107건의 고병원성AI 발생 농장 가운데 산란계 농장 발생은 46건이었고, 살처분한 농장은 184곳이었다.

이근행 소장은 “2016~2017년 이후 4년 만에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감염이 크게 번지면서, 강화된 가축방역 행정이 이뤄졌다”며 “방역당국은 강력한 살처분으로 감염 확산을 방지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으로 축산과 수급 기반을 약화시키고 가금사육농가들의 생산과 방역실천 활동을 저해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걀 소비자가격은 50% 이상 폭등했는데, 6월 말까지 1억 8800만 개의 달걀을 무관세로 수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석까지도 달걀 수급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금 업계에서는 고병원성AI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도 다시 한번 고병원성AI가 발생하면, 농가는 물론 소비자의 피해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달걀값 폭등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9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고병원성AI 백신 정책의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그런데, 소비자 단체에서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사진)이 고병원성AI 백신접종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 백신접종 요구를 들어야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우려가 된다고 한 것.

김 회장은 우선 “식량안보 차원에서 축산물은 적절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방역 조치에 있어서, 반복되는 AI와 관련해 백신접종 필요성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병원성 AI백신을 접종했을 때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며 “실제로 중국에서 1995년 백신 도입 후 AI 변이가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변이만 불러와 인체감염 가능성이 커질 수 있고, AI백신 접종을 시작했음에도 변이가 생겨나 막지 못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가축질병 청정화 정책도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등으로부터 시장 개방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등 백신접종 국가가 “닭고기 수입을 하라”고 요구했을 때, (우리나라도 AI백신을 접종하므로) 방어할 명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이 오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연화 회장은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과도한 살처분 정책은 지양해야 하고 합리적인 정책이 요구되지만, 어떤 것이 더 안전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부의 깊은 고민과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