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야생 멧돼지 포함한 예찰 확대해야

조류 포함한 시체청소부 동물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환경 내 바이러스 예찰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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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정오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 붉은 색이 확진농장, 푸른 색이 의심농장. (자료 : 돼지와사람)
9/26 정오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
붉은 색이 확진농장, 푸른 색이 의심농장.
(자료 : 돼지와사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인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25일까지 파주(2), 연천(1), 김포(1), 강화(2) 등 6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됐다.

이들 발생농장은 모두 휴전선 인근에 분포하고 있다.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던 남은음식물(잔반) 급여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한 북한으로부터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북한에서 어떤 경로로든 야생동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남하한 후 양돈농장으로 유입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당초 역학조사를 통해 바이러스의 정확한 유입경로를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24일 브리핑에서 “차량 등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가능한 모든 원인을 상정하고 폭넓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집중하고 있는 발생권역 중심의 이동제한이나 축산차량 관리뿐만 아니라 야생 멧돼지에 대한 예찰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전 휴전선을 직접 방문한 전문가들은 멧돼지가 북한에서 직접 넘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철책 밑에 콘크리트 처리가 되어 있어 땅을 파고 넘어올 수도 없다.

다만 멧돼지가 아닌 조류, 소형 포유류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기계적으로 전파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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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동물보건연구소 연구진은 너구리, 까마귀 등 시체청소부 동물(Scavenger)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연구결과를 이달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보고했다.

연구진이 2015년 10월부터 1년간 독일 내 자연보전구역의 멧돼지 사체 32구를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너구리, 붉은 여우, 말똥가리, 큰까마귀, 흰꼬리수리 등이 멧돼지 사체를 섭식했다.

대부분 그 자리에서 사체를 먹었지만 여우와 너구리, 큰까마귀는 드물게 사체 덩어리를 문 채로 해당 지점을 벗어나기도 했다.

연구진은 “시체청소부 동물이 특정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부차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시체청소부 동물이 역학적으로 밀접한 위험요소라거나, 이들의 개체수를 줄이는 조치가 ASF 관리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조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사체를 먹고 분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하는지 등 전파 위험요소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 연구가 부족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전을 포함해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감염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현권 국회의원은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야생 멧돼지 사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임진강변의 시료채취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야생조류 분변에 대대적인 예찰을 벌이고 야생조류-오리-닭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었던 고병원성 AI 방역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야생 멧돼지 포함한 예찰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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