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토착화 수순‥국내 전파위험 대비해야

中서 활동한 H 전 양돈수의사회장 `2018년 이전부터 발생했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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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토착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국경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농가로의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돈수의사회장을 역임했던 H 수의사는 26일 충남대에서 열린 2019 수의양돈포럼에서 중국의 ASF 현황을 전했다. H 수의사는 2016년부터 중국 현지에서 양돈농가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중국 현지 상황은 ‘최근 ASF 발생건수가 감소했다’는 중국 당국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토착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중국 전역이 ASF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공식 발생건수가 감소한 것은 중국의 지방정부가 ASF 신고접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발병농장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감염농가가 결국 돼지를 출하하거나 판매하게 되다 보니, 다른 농장으로 ASF 바이러스가 확산되거나 돈육가공품에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H 수의사는 “중국 지방정부가 ASF를 박멸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고 농가의 차단방역 인식도 낮다”며 “향후 중국의 ASF는 토착화될 것이며 장차 개발될 백신에 의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ASF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보고됐지만, 그 전부터 공개되지 않은 발생사례가 있었을 가능성도 추정된다.

H 수의사는 “ASF 발생농장을 보면, 감염돈사가 아닌 다른 돈사나 주변 농장은 아직 음성인 경우가 있을 정도”라며 ASF 전염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이후 불과 몇 개월만에 중국 전역에서 발생이 보고됐다는 것은 이미 지역별로 ASF가 창궐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H 수의사는 “2016년부터 중국 현지의 일부 양돈농가에서 ‘백신접종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돼지열병(CSF)이 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지금 돌이켜 보면 ASF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CSF
와 비슷하지만 더 심한 증상..농가 바이러스 유입 막기 도와야

이날 H 수의사는 국내 양돈수의사들을 위해 중국 현지의 ASF 감염돼지 부검사례도 소개했다.

크게 종대된 비장과 담낭의 혈액성 부종, 그 밖에 전신장기의 심각한 출혈소견이 특징적이다.

현지에서 직접 감염돼지를 부검했던 H 수의사는 “1990년대초 한국에서 처음 돼지열병(CSF)을 접했을 때와 비슷하지만, 증상의 강도 수 배 강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기 외부증상은 급성 흉막폐렴 등 다른 질병과 감별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이후로 국내에서 돼지열병이 자취를 감추면서, ASF와 비슷한 증상을 경험했던 수의사들도 지금은 일부에 그친다는 우려다.

중국으로부터 국내로 ASF가 유입될 위험이 상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경검역 강화 필요성도 지적된다.

양돈수의사회 김현섭 현 회장은 국경검역의 중요성을 동감하면서도 “결국 ASF 바이러스가 농장 안으로 들어가 발생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ASF 발생국을 오가는 여행객의 짐 전부를 조사할 수 없는 한 검역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현섭 회장은 “농가가 ASF 유입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양돈수의사들도 관련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토착화 수순‥국내 전파위험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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