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과 (사)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 회장 여용구)가 12월 8일(월)과 9일(화) 양일간 청주 오스코와 청주동물원에서 동물복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국내 최초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이 동물원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교육’에 초점을 맞춘 컨퍼런스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동물복지와 인성교육의 만남’을 주제로 일선 교사들이 참여해 동물원을 매개로 한 동물복지, 생물다양성 교육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KAZA 회원 동물원들이 모여 동물원 동물을 위한 복지 개선 노력을 공유했다.

거점동물원, 시민교육에도 선한 영향력
“갇힌 동물들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동물원 환경 개선 전제돼야
시민 호응 이끌어내 동물원 개선 동력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동물원 역량 강화와 동물원 동물의 진료·복지·안전관리 지원, 종 보전의 핵심시설이 될 거점동물원을 전국 4대 권역(수도권·중부권·영남권·호남권)에 걸쳐 지정한다. 2024년 청주동물원(중부권), 2025년 광주 우치동물원(호남권)이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다.
이들 거점동물원은 자체적인 동물원 시설 개선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 동물원의 심화 진료 요청에 응하거나 동물복지 개선을 자문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육도 동물원의 주요 역할로 꼽힌다. 흔히 보기 힘든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생태환경교육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날 컨퍼런스도 교육적 역할에 주목했다.
기조 발표에 나선 충북교육청 환경교육센터 와우의 김보배 장학사가 기후위기 시대에 시민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병대 청주시 부시장은 “거점동물원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최초로 열린 동물복지 컨퍼런스”라며 “동물원을 기반으로 한 교육적 가치 창출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동물원이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생물다양성, 환경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시민교육의 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보배 장학사는 청주동물원에서 교원연수를 개최했던 경험을 전하며 “많은 선생님들이 ‘동물원에 가지 않으려고 다짐했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사육장에 갇힌 동물들을 보고 싶지도, 아이들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선생님들부터 외면하는 동물원에서 아이들의 교육이 가능할 리 없다. 동물원이 시민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거듭나려면, 먼저 동물원 동물들이 잘 지낼 수 있는 동물복지적 환경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우치동물원 정하진 진료팀장은 거점동물원이 되기 위해 벌였던 다양한 노력들을 소개했다. ‘일과 예산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넘기 위해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했다.
정 팀장은 “광주광역시 정책평가박람회 현장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거점동물원이 좋은 정책이라는 점을 설득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치동물원은 거점동물원 지정으로 국비 포함 연 6.4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를 활용해 시설 개선과 교육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6년에는 동물행복복지센터를 건립한다. 행동풍부화 장치를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이를 동물에게 제공하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2028년에는 거점동물원 검진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동물원 동물의 건강검진, 수술 등을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인프라도 갖출 예정이다. 제주, 해남 등 권역 내 전시동물에 대한 진료 지원 성과는 이미 쌓이고 있다.
정 팀장은 “동물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물원 간의 협력과 지원이 중요하다”며 이를 정책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거점동물원 지원 예산 일부를 경상보조로 돌려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AZA 어워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청주동물원은 성공이 아닌 시행착오 사례를 공유했다.
돌산 위에 올라가길 좋아하는 무플론·산양 등을 위해 대형 돌무더기를 만들거나, 맹금류가 활강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방사훈련장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벌였지만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하며 겪은 어려움을 소개했다.
외부 동물원의 진료 지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까지 활용해 캠핑카 진료 차량을 확보하는 등 창의적인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청주동물원 변재원 수의사는 “저희의 시행착오가 다른 동물원의 노력에 참고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KAZA는 지난달 싱가포르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열린 동남아시아동물원수족관협회(SEAZA) 컨퍼런스 참관기를 시작으로 에버랜드동물원, 국립생태원, 전주동물원, 우치동물원, 서울대공원 등 다양한 동물원의 동물복지 개선 및 진료 증례를 공유했다.
동물을 위한 행동, 동물권행동 카라, 새벽이생추어리,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원 교육을 주제로 별도의 컨퍼런스 세션을 운영했다.
여용구 KAZA 회장은 “KAZA의 역량을 키우고, 해외의 우수한 기관 및 전문가들과도 적극 교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