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야생동물 보호소에 가다

2025 실습후기 공모전 [특별상] 서울대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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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실습후기 공모전 [특별상] 서울대 유지성

2023년 여름, 당시 참여한 프로그램 중 라오스 내 야생곰 보호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해당 보호소의 수의사와 대화를 나누며 야생동물 수의사에 대해, 특히 개발도상국의 야생동물 보호와 종 보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야생동물 수의사의 실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실습을 찾던 중, 서울대학교 내 프로그램으로 2024년 여름방학 미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그 기회를 활용해 ‘세계 최고의 생태계 보물창고’라 불리는 아마존에 야생동물 실습을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아마존 내에 위치한 Amazon shelter에 실습을 신청했다.

실습을 통해 야생동물 수의사가 현장에서 어떤 실무를 하는지 직접 참여하며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 싶었다. 또한 국내에서는 만나기 힘든 남미의 여러 야생동물을 접하고 그들의 치료와 관리 방법에 대한 현장 지식을 배우고 봉사하고자 지원하였다.

아마존 쉘터의 실습은 이메일로 문의할 수 있다. What’s app을 통해서도 문의가 가능하다고 한다(info@amazonshelter.org / +447900983442 on what’s app).

나는 이메일을 통해 봉사활동이 가능할지에 대해 문의를 넣고 일정을 조절했다. 해당 보호소 내에서 숙식 제공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지불한 후 실습에 임했다.

시내 숙소에서 출퇴근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보호소까지의 길이 험하고 거리가 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고 보호소 내에서 머무르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실습을 통해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뽑으라면 ‘야생동물의 재활 과정에서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배운 것이다.

보호소의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케이지를 청소하며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특히 내 어깨에 올라오거나 머리를 잡아당기던 귀여운 어린 원숭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쓰다듬고 싶어 손을 뻗곤 했다. 하지만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기에, 그럴 때마다 마음을 애써 참았다.

이번 실습을 오기 전에 방문했던 ‘국립공원연구원 북부보전센터’에서도 비슷한 것을 배웠다. 당시 보전센터에서 보호 중인 산양에게 밥을 줄 때면 발을 구르며 사람에게 지나치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원칙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호소 내에서 준비하는 동물 식단. 닭고기와 고구마를 으깨어 만든 경단과 과일, 야채 등을 급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먹이를 준비하고, 청소하고, 나무를 베는 일만 반복하며 지쳤다.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나보다 앞서 봉사를 온 크리스틴의 설명을 듣고 나자,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동물 복지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나무를 베어 오는 일이 정말 싫었다.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사료를 먹이면 될 것을 돈 아낄려고 나무 베어오나? 환경 파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가 아니었다. 보호소 개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Howler monkey는 다른 원숭이와 달리 결장이 길어 발효를 통한 영양소 흡수가 주된 소화 방식이다. 때문에 식단의 80%가량은 나뭇잎으로 구성해야 하며, 나뭇잎도 다양한 종류의 나뭇잎을 섞어 급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이런 모든 일들이 사소하지만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 점을 깨달은 이후에는 보다 열심히 봉사에 임했다.

감전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나무늘보

보호소에 있던 동물들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도시와 밀림이 밀접한 탓에, 전선을 타고 기어가다 감전되어 팔을 잃은 나무늘보, 불법으로 밀렵 당해 날개를 잘린 채 팔려가던 앵무새, 애완용으로 키워지다가 버려진 Squirrel monkey까지..책에서나 보던 일들이 아직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런 일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이는 단순히 수의학적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과 동물, 환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수의사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야 한다.

야생동물의 법적, 사회적 측면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했다. 현장에서 직접 동물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법 거래나 사고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감전사고로 어미를 잃고 구조된 새끼 나무늘보.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동물병원으로 데려 갔다.

마지막 날에는 보호소 내의 나무늘보 새끼와 Howler monkey 새끼를 데리고 시내 동물병원에 나갔다. 나무늘보는 계속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설사를 했으며, Howler monkey는 복부 팽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호소 내에서 CBC 등 간단한 혈액검사는 가능했지만 엑스레이 기기가 없어 동물병원으로 나가야 했다.

원숭이와 나무늘보의 방사선 사진은 처음 봐 무척 흥미로웠지만, 병원과 보호소 내 수의사님들이 스페인어로 토론하셔서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또한 방사 예정인 원숭이의 건강 검진도 진행됐다. 뜰채를 이용해 잡아온 후 마취제를 투여해 화학적 보정을 하였다.

넓적다리 안쪽에서 정맥 채혈을 하였는데, 수의사님이 나에게 기회를 주셔서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수의사님은 나에게 ‘원숭이 피부는 매우 얇고 정맥이 쉽게 터져 채혈이 어렵다. 우선 시도해보는 것에 의미를 가져라’고 응원해주셨다. 결국 그 말씀대로 정맥을 터뜨려 채혈에 실패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취가 길어지면 좋지 않기에 우선 수의사님이 채혈을 하고 기본 혈액검사를 하였고, 그 사이 나는 분변을 채취해 기생충 검사를 맡겼다.

처음으로 참여해보는 원숭이 진료에 무척 긴장되었지만, 다른 직원들이 열심히 응원해준 덕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참여할 수 있었다.

장점은 우선 다양한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그들의 생태와 습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먹이를 주고 관리하며 동물의 행동을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온 봉사자들과 교류하며 친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로 미국인이었고 독일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출신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페루의 수의대생도 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서로의 수의과대학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보호소 내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고 유쾌해 친해지기 쉬웠고,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대화를 가능한 많이 시도하며,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했다.

단점은 보호소의 시설이다. 시설이 열악한 편이다. 온수도 나오지 않고, 보호소 내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실제로 나는 인터넷이 된다는 이메일만 믿고 화상과외를 하며 2주간 실습을 할 계획으로 방문했지만, 인터넷이 되지 않아 급하게 과외 일정을 재조정하고 실습 기간을 1주로 줄여야 했다.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동물이 많아 생태적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언어 장벽이 있어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유창히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Howler monkey, Spider monkey, Squirrel monkey, 나무늘보, 각종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생태를 이해할 수 있다.

보호소 내에 있는 동물 외에도 주변 숲에서 여러 동물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생태와 관리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스페인어 기본 회화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유리할 것이다. 방문 당시, 1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스페인어만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다른 봉사자 중 영어가 가능한 인원이 몇 있어 대화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소소한 불편은 있었다.

나는 6개월간 스페인어를 공부한 뒤 방문해 기본 회화와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생활에 지장은 없었지만, 수의학 지식을 수의사에게 직접 전달받지 못하고 통역을 거쳐 설명을 듣는 아쉬움이 있었다. 스페인어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많이 배워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마존의 야생동물 보호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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