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에서 기후변화까지..생태계는 연결되어 있다

2023 야생동물 질병 전문인력 양성 워크숍, 행동의학·기후변화·야생동물 보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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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과 한국야생동물의학회, 야생동물 특성화대학원이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전주에서 2023 야생동물 질병 전문인력 양성 워크숍을 개최했다.

초청강연에 나선 전문가들은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야생동물의 행동문제부터 기후변화, 야생조류 모니터링,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보전·복원사업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동물원 동물의 행동학적 문제, 치료 핵심은 ‘관찰’

종의 Time Budget을 고려해야

워크숍 첫 연자로 나선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 김선아 박사(사진)는 동물원 동물의 행동학적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소개했다.

좁은 공간에 머무는 야생동물은 정형행동, 무기력, 자해, 식욕 저하, 식이장애, 합사 시 타 개체에게 보이는 공격성 등 다양한 문제를 보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정형행동에 초점을 맞췄다. 주로 농장, 동물원, 실험실처럼 해당 종의 정상행동을 보일 수 없는 제한된 환경에서 정형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김 박사는 “동물원 동물의 행동학적 문제 중에서 가장 많이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 정형행동이다. 사람들의 관심도 제일 많다”면서 “많은 경우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 자신에게 큰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한겨울에 계속 자기 털을 뽑는 등 스스로나 타 개체에 상해를 입히는 경우는 시급히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동물 종의 time budget을 파악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 해당 종의 동물이 하루 24시간을 대략 어떤 행동을 하면서 쓰는지 야생에서 확인하고, 정형행동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아 박사는 “개체에 맞는 환경풍부화와 행동풍부화로 정형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일부 개체는 풍부화만으로는 개선되지 않을 수 있는데, 약물치료를 통해 풍부화 도구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거나, 최대한 해당 종의 time budget에 맞게 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충남대 최재준 학생(본1)은 “평소 동물원 동물의 정형행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꾸준한 관찰과 행동학적 치료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보호종 조류들의 놀이터, 만경강

두 번째 연자로 나선 유칠선 박사(사진, 전북대)는 만경강의 멸종위기·천연기념물 조류를 소개했다.

지역생태연구가인 유 박사는 만경강의 역사와 구조, 보호종 현황을 소개했다. 서해안을 이동하는 조류들에게 새만금과 만경강이 중간 정착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만경강의 지리적 구조를 5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마다 대표적인 보호종 동물들을 소개했다. 사진 촬영 등을 이유로 보호종의 생활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한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한반도 생태계

전북자연환경연수원 최갑림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생태계 변화를 소개했다. 신종감염병 문제에 있어서 의사보다 더 중요한 수의사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최갑림 박사는 “기후 변화에 따라 겨울이 짧아지고 봄이 빨리 오고 있는 추세다. 개화 시작은 빨라지고, 개화 기간은 짧아졌다”며 빨라지고 짧아진 개화가 꿀벌 소멸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증거도 여럿 제시했다.

과거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었던 각종 아열대성 과일이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고, 한반도 남부 아고산대 해발 1000m 이상에만 분포하는 지표종이자 특산종인 구상나무의 개체수가 감소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바다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한류어종 어획량은 감소하고, 국내 연안 어류의 종류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명태 어획량은 줄고 오징어 등 난류어종의 어획량은 늘어난다. 흔히 볼 수 없었던 백상아리, 참치 등도 연안에 점점 더 자주 출몰하고 있다.

주로 남해안에서 잡히던 난류어종이 현재는 동해안·서해안까지 진출했다는 점도 지목했다. 동해안 수온이 예년에 비해 1도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전염병은 단일 개체의 치료보다 전파를 막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개인의 치료에 집중하는 의사보다 원헬스의 관점에서 전염병을 바라보는 수의사가 인수공통감염병의 연결고리를 찾고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간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생태계의 가해자”라며 야생동물 및 생태계에 관심을 가진 수의사, 수의대생이 피해에 대해 하소연도 못하는 생태계의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야생동물 보전·복원을 위한 수의사 역할

국립공원공단 김홍철 책임연구원(사진)은 국립공원공단에서 진행하는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보전사업을 소개했다.

전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김 연구원은 현재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에서 일하고 있다.

야생생물 보전에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을 대표로 종 자원 조사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 동식물로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종이다.

이를 바탕으로 야생생물 보전과 서식지 관리, 인위적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공원 순찰 등을 진행한다.

국립공원공단 산하 보전센터는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붉은여우, 산양, 각종 멸종위기식물에 대한 복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국립공원 수의사가 수의학적 지원과 마취 등의 업무에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김민규·김민성·김예진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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