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론 부러진 다리 붙이고, 두루미 부리 고치고

청주동물원·조규만외과동물병원 협진..사막여우·다람쥐원숭이 등 정형외과 수술 나서

등록 : 2021.02.23 12:42:49   수정 : 2021.02.23 12:42:5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청주동물원과 조규만외과동물병원이 동물원 동물을 위한 정형외과 협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원 중인 청주동물원에서 지난 21일(일) 다리가 부러진 무플론을 위한 골절수술이 진행됐다.

무플론 골절수술을 집도한 조규만 원장(위)과
마취를 담당한 청주동물원 진료진(아래)

해외 산악지형에 분포하는 소과 동물인 무플론(Mouflon)은 국내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종종 산양으로 오해받는 무플론은 수컷들이 멋진 뿔을 자랑한다.

청주동물원에 머무는 수컷 무플론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은 지난 18일 아침.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우측 뒷다리의 골절상이 확인됐다.

청주동물원은 동물원 내 동물의 뼈가 부러지는 등 정형외과 진료가 필요한 경우 조규만외과동물병원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동물원 내 동물병원에서는 정형외과 등 세부 진료과목에 대한 고급장비나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규만 원장은 2016년 청주동물원의 수컷 두루미 ‘두일이’의 다친 부리를 본시멘트를 활용해 접합한 수술을 집도했다. 이후에도 사막여우나 다람쥐원숭이 등을 부천의 조규만외과동물병원으로 이송해 수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체가 50kg에 육박하는 무플론을 부천으로 데려가기는 어려운 상황. 청주동물원 내에서 수술하기로 하고 조규만 원장이 방문할 수 있는 일요일(21일)로 일정을 잡았다.

당일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와 직원들이 무플론의 마취와 운반을 담당했다. 조규만 원장이 집도한 수술은 오후 5시경 시작돼 1시간가량 이어졌다.

c-arm 등 골절수술에 필요한 장비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튿날 아침부터 곧장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골절에 수반된 관절 탈구로 인한 인대손상을 포함해 완치까지는 2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무플론 우측 뒷다리에 발생한 골절(왼쪽)과 수술 결과(오른쪽)

수술 이튿날부터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사진 :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는 “무플론이 동물원 내에서도 잘 번식하고 흔한 동물이라 하더라도 다쳤을 때 가능한 최선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동물원 내 동물병원이 여러 동물을 두루 다룰 수 있지만 깊은 전문성을 갖기는 어렵다. 외부 전문가들과 협진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동물원의 수의사와 사육사가 최대한 관리하지만 모든 동물에서 어려운 진료나 수술까지 잘하기 어렵다. 반면 정형외과나 안과, 영상의학 등 각 분야 전문가에게는 동물종이 다르더라도 비교의학적 응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규만 원장은 “흔하지 않은 동물의 수술이지만, 마취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순수한 봉사의 의미로 진행하는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김정호 수의사는 “앞으로 치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의 외부 협진을 늘리고, 동물원 간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