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결국 약국에서만 동물약품 팔고 싶은가?

등록 : 2013.05.14 15:05:44   수정 : 2013.11.26 10:55:21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동물약 의약분업' '동물약 선택분업' 같은 표현 지속적으로 사용

'레볼루션'약국 판매도 지속 건의…"동물약의 게보린인 레볼루션을 동물병원에만 공급하는 건 횡포"

동물용의약품 도매상 창고면적 기준삭제도 철회하라고 주장

현재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은 동물병원, 동물용의약품도매상, 동물약국 등 3곳이다.

동물약국은 일반 약사들이 개업한 약국이 구청이나 시청에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겠다고 신고·등록을 한 곳을 의미한다.

현재 전국에 있는 동물약국은 약 400여개로 전체 약국(2만여개)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물약국 등록 신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동물용의약품에 관심을 갖는 약사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동물약사`로 알려진 임진형 약사는 약사들을 상대로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강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한 약학전문언론은 "약국 동물용의약품 가이드 책을 펴낸 임진형 약사가 지난 달 28일 대한약사회관에서 약사 8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 임상세미나를 통해 `동물약 선택분업`에 대해서 강의하고 `직접 백신 등을 조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동물약 선택분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직접 백신 등을 조제해봤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수의사처방제와 의약분업은 다른 개념이다. 약사들이 수의사처방제라는 단어 대신 동물약 선택분업, 동물약 의약분업이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동물진료는 동물병원에서, 동물약은 약국에서' 가 그들의 최종목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 강의에서 임 약사는 "연간 7000억 규모의 동물약 시장을 '선택분업'을 통해 약사들이 일부라도 가져온다면 중요한 수입원이 되는 동시에 약사 직능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약사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또한 그는 "선택분업이 이뤄진 뒤 동물약을 취급하는 약국들이 없어 의약품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약국들이 노력해야 한다" 며 "동물약국 개설 확대가 매출 증대와 전문직의 신뢰성 확보를 함께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또 조제는 해주되 주사는 나주지 말고 반려견 백신 스케쥴링 등을 통해 약국들이 단골고객을 확보토록 조언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한편 오는 8월 2일 부터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된다. 이미 97개 항목이 확정되어 고시되었다.

8월 2일 이후 수의사는 처방대상약품(97개 항목, 1000여개 제품)에 속한 약품을 판매할 경우에 동물을 직접 진료하고 처방/투약을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전화진료나 화상진료도 불가능하다.

동물용의약품도매상 역시 97개 처방대상항목 1000여 제품 모두를 수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동물약국의 경우 처방대상약품 중 주사용 항생제 및 생물학적 제제만 처방전에 따라 판매하게 된다.

즉,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 처방제 97개 항목에 포함된 처방대상약품도 주사용 항생제·생물학적 제제가 아니면 처방전 없이 지금처럼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비처방대상약품을 지금처럼 판매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수의사처방제 97개 항목은 똑같은데,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약을 팔고, 도매상은 처방전 없이 약을 팔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동물용의약품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힘들게 약사법을 개정해가며 수의사 처방제 통과를 이뤄냈지만, 이런 부분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처방제표

한편 지난 5월 10일, 한 약학전문언론에 "바르는 사상충약, 동물병원 독점공급 ···· 약사 뿔났다"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일부 약사들이 "한국조에티스의 바르는 심장사상충약 레볼루션이 동물병원에만 공급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레볼루션을 약국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을 다각화해달라"고 대한약사회에 직접 요청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에티스측은 "확실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이미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상태에서 약이 투약된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약품을 남용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약사들은 이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오랜 기간 동물약을 취급해온 한 약사는 "동물약의 게보린이라 할 수 있는 레볼루션을 동물병원에만 공급하는 것은 독점이자 횡포"라고 강조하며 "심장사상충약은 검사보다 복약순응도가 중요한 만큼 선택분업 이전에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고 약사회도 이 부분에 대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약사도 `선택분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레볼루션을 '동물약의 게보린'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기사에는 "동물병원에 가면 검사를 한다고라? 그냥 바르는 약 권하던데? 오지게 비싸서 먹는 약 달라고 했는데?" "화이자, 바이엘 돌았구먼 약사회에선 당연히 불매운동에 나서야 되는거 아닌감? 최대 약소비처인 약국을 개무시하는 데도 가만히 있남?" "그럼 알약은 상관 없다는 말인감~~ 뭔 말도 안되는 얘기여"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한국조에티스는 동물병원으로만 레볼루션을 공급하는 일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되어 있는 상태며, 법무팀을 꾸려 집행처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동물병원으로만 레볼루션을 공급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한국조에티스도 동물약국에 레볼루션을 판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130509-구입한레볼루션

(현재 조에티스(구화이자 동물약품)에서 동물병원으로만 공급하고 있는 레볼루션. 하지만 확인결과 일부 약국에서 쉽게 레볼루션 구입이 가능했다. 공정위가 동물병원으로만 레볼루션을 공급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최종 판단하면 조에티스 측도 약국에 레볼루션을 판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동물병원, 동물약국 외에 또 하나의 동물용의약품 판매처인 동물약품 도매상에 대한 약사들의 움직임도 있다.

지난 2월 26일 김명원 의원의 대표발의(5월 7일 김춘진 의원도 같은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 발의)한 `동물용 의약품 도매업소 창고면적 기준 면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이는 의약품 도매상과 마찬가지로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이 2014년 3월 31일까지 264제곱미터(80평) 이상의 창고시설을 갖추도록 한 현행 약사법을 개정해, 동물용의약품만 취급하는 도매상에 대해서는 창고면적 기준 제한을 면제해주자는 내용이다.

동물용 의약품 도매상의 88% 이상이 해당 창고 면적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영세업체들이며, 면적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상태라,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의 대규모 폐업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에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을 일부 약사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약사들의 커뮤니티인 약준모(약사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는 지난달 18일 논평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도매업소 창고면적 기준 면제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현행대로 창고면적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준모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500여개의 동물용의약품 도매업소가 있으며, 동물용 의약품 시장이 약 60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할 때 너무 많은 숫자임에 들림없다" 며 "더욱이 동물용 의약품 도매업소는 일반인들에게 소매할 수 있도록 법적 허용이 돼 있어 유통 시장의 왜곡과 축수산물에 대한 약물 남용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회는 동물용 의약품 도매업소의 창고면적 기준배제를 철회하고 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사들의 주장처럼 '동물용 의약분업'이 이뤄지고, '동물용 의약품 도매상의 창고면적 기준 적용' 에 의해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의 대규모 폐업이 이뤄지면, 결국 동물용의약품은 약국에서만 살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수의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