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같은 성분이라도 인체약이 아닌 동물약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김대근

동물 전용 의약품, 반려동물 치료 효능과 편의성을 높이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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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가정과 양육되는 반려동물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수의학의 발전으로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사람에서만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만성질환의 관리가 수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 질환 영역 역시 아토피와 같은 자가면역성 질환, 당뇨와 같은 내분비 질환뿐만 아니라 관절 통증 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 또 치매와 같은 노령성 질환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일선 수의 임상 현장에서는 인체용 의약품을 분쇄·소분해 사용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는 개발도상국 산 수입 동물용 의약품의 처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국내 판매를 위한 기준 및 시험 방법을 충족하였다고는 하나, 의약품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는 힘들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 관리가 필요한 당뇨나 자가면역질환에 사용되는 동물용 의약품들은 아직까지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채워주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나의 의약품은 단순히 유효성분(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을 담은 약을 제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의약품이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투여되어 효능을 발휘하고 안전하게 작용하는 모든 과정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의약품이 환자까지 안전하게 전달되기까지 제품의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인체용 의약품은 사람이 한 개의 타블렛을 그대로 삼키는 것을 가정하여 설계되어 있으나, 이를 분쇄하거나 소분한다면 화학적 반응이 증가해 유효성분이 효능을 잃거나 유해한 불순물이 증가하는 등 변질의 여지가 많다. 유효성분이 변질되지 않고 무사히 투여된다고 하더라도, 위장관 내에서 흡수와 분포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의도한 것 이상의 약리 작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같은 성분의 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동물전용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물전용 의약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의 생리적 특성에 맞춰 설계되고, 필요시 동물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다. 이를 통해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에게 최적화된 용법과 용량으로 정확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동물 전용 의약품은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맛과 냄새까지 고려하여 제형이 개발된다. 동물은 인간과 달리 약의 쓴맛이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인체용 의약품을 분말로 만들어 투여할 경우 동물들이 이를 거부하는 일이 빈번하다. 반려동물의 복약 순응도가 낮으면 치료 자체가 무의미해지며, 치료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보호자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되며, 매일 반려동물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기 위해 힘든 과정을 반복해야 하거나 결국 약을 먹이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복약 거부를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동물 전용 의약품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특성에 맞춘 동물 전용 의약품은 정확한 용법 용량을 제공하며,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맛과 냄새까지 고려해서 제형을 개발하기 때문에 복약 거부를 최소화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복용을 돕는다.

이러한 형태의 제품은 글로벌 동물용 의약품 시장에서는 다수 출시되어, 국내에도 유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링거인겔하임사에서 나온 세민트라(Semintra)와 메타캄(Metacam) 제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제품의 활성 성분들은 당초 사람을 위한 의약품으로 개발되었으나 동물에게도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어, 활성 성분이 가지고 있는 쓴맛이나 향을 차폐해 동물이 복용하기 편한 제형으로 개량한 것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소분, 분쇄 등의 과정이 필요 없이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에 따라, 동물 전용 제품의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웅펫 사에서 출시된 간담도 치료제 ‘유디씨에이정’이 있다.

대웅펫의 유디씨에이정은 UDCA(Ursodeoxycholic acid) 성분을 함유한 동물용 의약품 중 유일하게 정제 형태로 설계되어 있으며, 소분하거나 갈지 않고 동물이 씹어먹을 수 있는 츄어블 정제 형태로 복약 편의성을 증진시켰고, UDCA 활성 성분이 가지고 있는 쓴맛을 감미료를 이용하여 차폐해 동물의 거부감을 줄였다. 높은 복약 순응도는 높은 치료 결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형태의 제품들은 환자, 보호자, 수의사 모두에게 더 나은 치료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기존에 출시되어 있던 의약품과 전혀 다른 활성 성분을 가진 반려동물용 신약의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동물용 신약으로 미국 FDA에 10여 종이 신규 등록됐다. 국내에서도 2021년 최초의 동물용 신약으로 지엔티파마 사의 ‘제다큐어’가 반려견의 인지기능개선을 적응증으로 출시된 이후, 골관절염 치료제인 ‘티스템 조인트펫’, ‘조인트벡스’ 등의 제품들이 속속 허가를 받고 있다.

개발 중인 동물용 신약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반려동물용 당뇨병 및 자가면역질환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허가를 준비 중이다. 동물용 의약품의 규제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도 신약 개발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용 신약의 출시가 더 늘어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동물용 신약은 기존에 충분한 치료 경험이 제공되지 못했던 질환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질병들이 이제는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또한 동물용 신약은 안전성, 유효성, 그리고 의약품의 기준 및 시험 방법 등 엄격하고 복잡한 허가 규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때 독성 연구와 임상에서 유효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하므로, 기존 약품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이 되는 것은 당연해진다. 이를 통해 동물과 사람 모두의 삶의 질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전용의약품 개발은 제약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수의사들이 이를 적극 처방하고, 사용 후 피드백을 제공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수의사들은 안전한 치료를 위해 동물 전용 의약품을 우선 고려하고, 시장 발전을 함께 이끌어야 한다. 앞으로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가 정확한 용량과 복용 편의성을 갖춘 동물 전용 의약품, 그리고 혁신적인 동물용 신약의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하길 기대한다.

[기고] 같은 성분이라도 인체약이 아닌 동물약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김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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