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 혈장제제 갑자기 공급 중단‥동물 환자 치료 차질 불가피

政, 전혈 제외한 혈액제제는 무허가 의약품 판단..유예 없는 공급중단에 재개 전망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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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의 중증 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동물용 혈장제제가 갑작스런 공급 중단 사태를 맞이했다.

당국이 이제껏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혈액 성분제제를 동물용의약품으로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다.

이에 따라 일선 동물병원에 혈액을 공급해 온 동물혈액은행이나 건국대 동물병원 헌혈센터(이하 헌혈센터)가 동물용의약품제조업으로 허가를 받고, 제제별로 품목허가를 따로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제조·품질관리기준)도 아직 없어,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당장 혈장이 필요한 환축과 보호자들은 발만 구를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27일 검역본부가 대한수의사회와 동물약품협회에 발송한 공문 발췌.

혈장제제로 치료 받는 동물 연간 2만 케이스인데..

12월말부터 갑자기 공급 중단

전혈, 농축적혈구, 신선동결혈장, 항혈청 등 다양한 혈액제제가 동물 치료에 쓰인다. 이들은 그 동안 동물용의약품으로서 관리되지 않았다.

국내 개·고양이용 혈액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물혈액은행은 동물용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다. 혈액 제제들도 모두 별도의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지 않았다. 그동안 당국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회색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그 와중에 혈액제제 수요는 점차 증가했다. 반려동물 개체수가 늘고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 역량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다.

동물혈액은행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적혈구를 수혈받는 반려동물 환축은 3만 마리, 혈장제제를 사용하는 환축은 2만 마리에 달한다.

최근 문을 연 헌혈센터나 일부 동물병원의 자체적인 헌혈·공혈까지 더하면, 실제로 혈액제제가 사용되는 동물은 더 많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용 혈액제제의 약사법상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약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경찰조사가 시작되면서, 더 이상 회색지대에 둘 수 없게 된 것이다.

검역본부는 지난해 11월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개최한 현장간담회와 이어진 동물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전혈을 제외한 동물혈액제제는 동물용의약품(생물학제제)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공혈견에서 생산한 혈액이든, 헌혈을 받은 혈액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12월 27일 관련 공문을 내면서 동물혈액은행과 헌혈센터 모두 전혈을 제외한 혈액제제의 유통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동물 혈액제제 관련 현장간담회

췌장염 등 중증질환 치료에 쓰이는 혈장

공급 중단 안돼’ 입 모았지만..

유예 두자는 방안도 외면

사람 혈액제제는 이미 의약품으로서 식약처가 관리하고 있다. 동물 혈액제제도 의약품으로 보고 안전성을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조치 전인 지난해 11월 열렸던 현장간담회에서 검역본부 측은 “혈액제제가 무허가로 유통된 지 오래되어 생태계가 됐지만, 무허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며 “수의사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도 정책수요자인만큼 혈액제제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동물 치료에 쓰이는 제제의 공급이 갑자기 끊겨 버렸다는데 있다.

혈장제제는 췌장염이나 전신성 염증 증후군, 패혈증, 혈액응고장애 등 중증질환 환축에서 주로 쓰인다. 어린 개·고양이가 치명적인 전염병에 걸렸을 때도 혈장제제가 필요하다.

농축적혈구 제제를 쓸 수 없게 됐다는 점도 문제다. 빈혈환자의 수혈 목적으로도 전혈보다 농축적혈구의 수요가 더 높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의 한 대형동물병원 원장은 “전혈을 쓰기에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서 필요에 따라 성분 수혈을 했던 것인데, 이제 와서 전혈만 쓰라고 한다면 진료에 문제가 생긴다”며 “적혈구 수혈 목적으로도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전혈보다 농축적혈구를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혈장제제는 다른 처치로 대체될 수 없다”면서 “혈장제제를 쓸 수 없다는 것은 특정 환자들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간담회에 참여한 임상수의사들도 혈액제제 공급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이요윤 동물병원협회 상무이사는 “혈액제제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것이 일선 동물병원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제조업 허가 받고 품목허가를 받는데 몇 년이 걸린다면 그 사이 동물들의 의료공백은 어떻게 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는 혈장제제에 제조업·품목허가 규정을 적용하되, 이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급에 유예를 두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명확히 생물학제제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불법적인 유통에 대한 제한을) 유예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허가받지 않은 혈액제제 유통이 예전부터 불법이었다 하더라도, 이제껏 불법을 내버려두다가 갑자기 법을 지키겠다면서 정작 동물 환자들이 위험해지는 문제는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검본, 혈액제제 별도 가이드라인 마련 서둘러

공급 재개 전망은 불투명

통상적으로 생물학제제 동물용의약품은 품목허가에는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동물혈액은행이나 헌혈센터는 제조업 허가부터 받아야 하니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양 기관 모두 혈액제제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항생제나 백신처럼 일반적인 동물용의약품 생산시설에 적용되는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그대로 따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현정 헌혈센터장은 “(헌혈이) 지금도 기업후원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공익사업인데, 사람 혈액이나 제약회사 기준의 GMP에 맞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수의 분야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혈액은행 측은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그에 따라 시설을 갖추고 (혈장제제) 공급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사람 의약품에서도 혈액제제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동물혈액제제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용 혈장제제 갑자기 공급 중단‥동물 환자 치료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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