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1세기 대한민국 통신사, 수의외과기술로 14억 중국대륙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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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성 정저우

2013년 9월 26일 ~ 30일 (4박5일)

이재득 수의사

2013년 1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수의정형외과 강의를 듣고 있던 필자에게 조규만 교수님이 “재득아 이번에 미국 수의마취 전문의가 못 온단다. 네가 마취 PPT 만드는 것을 도와줘야 겠구나”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내게 중국으로 가는 급행열차 티켓이 주어졌다.

중국 Zoetis 주식회사가 계획한 조규만 교수의 외과 강의에 참가하게된 것이다. 중국에서 조규만 교수는 이미 3~4년 전부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번 강의도 중국 동북농업대학 판홍강 박사의 추천과 중국 Zoetis 주식회사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원래의 계획은 미국 수의마취 전문의의 마취강의와 한국 조규만 교수님의 외과 강의를 조합하는 것이었다. 실제 환자의 Live Surgery 강의에서 미국 마취 스페셜리스트가 마취를 하고, 조규만 교수님이 수술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미국 수의마취 전문의의 불참으로 마취강의까지 맡게된 것이다. 필자는 교수님의 제자로서 수의마취 강의자료를 만드는 것을 도와드리고 Wetlab 실습조교를 하게됐다. 교수님 외에 필자까지 중국 Zoetis주식회사로부터 전액 경비를 지원받는 형식으로 참가했다.

그럼 이제부터 중국행 급행열차 티켓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 1일차, 인천 공항→정저우 공항

필자와 함께 올해 1학기 수의정형외과 수업을 들은 김종오 수의사도 동행했다. 김종오 수의사는너무나 가고 싶어 비행기 티켓 비용을 부담하면서 이번 여행을 함께하게 됐다. 출발 전날 외국으로 간다는 긴장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며칠 전부터 준비한 강의 준비물과 수술 장비 몇 박스를 들고 새벽 4시30분 어스름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새벽 6시 인천국제공항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곧이어 도착한 조규만 교수님은, 국내외 및 중국에 강연자로 많이 다니셔서 그런지 표정이 너무나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덩달아 살짝 얼어 있었던 필자의 긴장도 풀리기 시작했다.

6시30분쯤 장저우행 비기표를 체크인했다. 긴줄이 서 있는 이코노미석과는 확연히 다른 프레지스티지석에 ‘출발부터 뭔가 다르구나’라는 느낌으로 여행이 시작됐다. 전날 잠을 설쳐서인지 프레지스티지석의 의자가 너무나 편안해서인지, 푹자고 일어나니 중국 장저우에 도착했다.

장저우 공항은 중국의 지방 공항이지만 크기는 대륙답게 상당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출입구 쪽으로 나가니 중국 수의대 교수, 조규만 교수의 중국인 제자부부, Zoetis 직원들이 꽃다발을 들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공항 입국장에서 누군가가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는 자체가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 왔다.  대한민국의 수의사가 타국에서 귀빈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에 어깨도 펴지고 힘이 들어갔다. 사실 필자와 김종오 수의사가 환영인사를 제일 반겼다. 40kg이나 되는 무거운 짐들이 다른 짐꾼에게 넘어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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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저우 공항에서 만난 조규만 교수의 중국인 제자와 중국 수의대 교수

Zoetis 측과 중국 수의대 교수의 차를 타고 장저우 시내로 출발했다. 황사의 고향답게 뿌연 하늘과 건조한 기후, 낯선 중국거리의 풍경을 즐기려는 찰나, 역주행하는 오토바이와 신호를 무시하며 U턴을 하는 차량들에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가는 도중 장저우 수의사회장의 병원을 둘러본 후 수의사회장의 인도로 첫 중국식 식사를 했다. 필자는 입이 짧은 편이라 ’하늘에는 비행기, 땅에는 의자 말고는 네발 달린 건 다 먹는다’는 중국의 음식에 긴장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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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첫 식사. 푸른색 상의가 정저우시 수의사회장.

첫 중국식사의 맛은 우리나라 중국집과는 천양지차였다. 특히 이상한 맛과 냄새가 나는 향신료가 우리 입맛에는 맞질 않았다. 어떤 음식은 너무 싱겁고, 어떤 음식은 너무 짜고, 어떤 음식은 정체 불명의 식재료라 도저히 젓가락이 가질 않았다. 메인 식사인 수제비 비슷한 칼국수는 너무 기름졌다. 이런 음식을 4박5일간 먹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강의할 학교 주변의 호텔로 이동하였다. Zoetis 직원은 학교 근방에서 최고의 호텔이라며 “띵하오”를 연신 외쳤다. 그 말대로 호텔의 시설은 상당히 좋았다. 서비스도 우리나라의 여느 고급호텔만큼 괜찮았다. 우리의 방은 창 밖으로 장저우 시내와 지평선이 보이는 10층 VIP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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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누워있는 김종오 수의사

○ 2일차~3일차 2013년 소동물 정형외과 중국 강의

중국에서의 조규만 교수 강의∙Live Surgery는 중국의 여러 성을 중심으로 2010년부터 크고 작은 규모로 5회 가량 열렸다. 중국 내에서 성황리에 개최되는 수의정형외과 강의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강의를 듣기 위해 중국 각지에서 배움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찾아온다. 이번 강의도 중국내 여러 수의대의 외과교수와 서쪽으로는 신장위구르∙서안, 북쪽으로는 하얼빈∙ 베이징, 동쪽으로는 상하이, 남쪽으로는 하이난섬에서, 교육생들이 찾아왔다.

특히 조규만 교수와 친분이 있는 베이징 수의사회 동위 차기회장도 400Km 떨어진 베이징에서 ‘가까운 곳에서 친구의 강의가 있다’면서 얼굴을 보러 오셨다.

강의는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다. Anesthesia, Patellar luxaion, Cranial cruciate ligament rupture, External fixation에 대해 이론을 배운 후, 직접 수술참관인이 되는 Wetlab surgery방식으로 수술 강의를 진행한다. 이후 3인 1조로 사체 대상 실습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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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만 교수를 소개 중인 중국 수의과대학 학장과 통역을 맡은 김일산 선생의 모습

필자와 김종오 수의사는 교실 뒷자리에서 교수님강의를 청강하면서 원활한 강의 진행을 도왔다.  Live surgery시 수술 준비 및 사체 실습시 조교로 활동했다.

강의 도중 몇 마디씩 통역 없이 중국어로 강의를 하거나 쉬는 시간에는 중국 수의사들에게 중국어로 설명을 하는 조규만 교수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저녁 술자리에서는 더욱 많은 중국어를 선보이셨다.

수업은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빡빡하게 진행됐지만 중국 수의사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조규만교수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숨막히는 강의가 됐다.

이론강의가 끝나고 중국 수의대 교수, 공산당 서기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지역 유명 술인 화주를 만나게 되었다. 알코올도수 53도에 불덩이 같은 술을 ‘중국 하남성에 와서 이 술을 마시지 않는 예의가 아니다”라며 간곡히 권하는 모습이 공포 그 자체였다.

그렇게 8:3 이란 숫적 열세를 안고 국가대항 술자리가 열렸지만 국가대표란 사명감으로 술자리가 끝나고 호텔방에 돌아올 때까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한 후 다음날 아침까지의 기억이 아무것도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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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tlab surgery 강의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흐트러진 모습 없이 Wetlab surgery 강의를 준비했다.

조규만 교수가 FHO수술 시작 후 3분만에 대퇴골두 headectomy를 끝내자 수술실 안에서 엄청난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술이 하나씩 진행이 될 때마나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를 들으며 머나먼 이국땅 수술실에 태극기를 꼽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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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의대 학부생 강의

Patellar luxation, CCLR, Tibial external fixtion, Femoral headectomy 의 모든 Wet lab surgery 강의가 끝나고 사체 실습을 준비했다. 그동안 조규만 교수는 중국대학 측의 요청으로 대학교 학부생들과 “중국과 한국 수의사의 미래“라는 내용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후 필자와 김종오 수의사, 조규만 교수가 함께 사체 실습을 돕는 것으로써 중국 강의 일정을 공식적으로 마감했다.

강의가 끝난 후 모든 참석자들과 함께 100km정도 떨어진 황하강 바로 옆 음식점에서 황하강을 헤엄쳐 다니던 물고기 찜을 맛보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피곤함에 바로 잠을 청했지만 조규만 교수는 숙소에서도 여러 중국 수의사들의 인사를 받느라 새벽이 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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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에서..

○ 4일차, 소림사 방문

중국을 떠나기 하루 전, 그 유명한 달마대사가 있는 소림사를 방문해다. 주변에는 소림사에 입학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스파르타 합숙을 하는 학원과 교육생들이 즐비했다. 소림사 스님이 되는 것은 중국에서 성공의 열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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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입시 학원생들의 모습.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던 기억이 난다

소림사 관람을 마치고 다시 장저우로 돌아오는 길이 아쉬웠다. 소림방장이 되어 축지법, 소림 18반 무예를 익혀 천하를 호령하는 상상의 나래를 아주 잠깐 펼쳐 보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바로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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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는 김종오 수의사. 다리가 안올라간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첫날 우리를 공항에서 맞이한 중국인 교수부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때까지의 중국음식 맛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의 음식이 나왔다. 바로 샤브샤브였다. 고국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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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답게 샤브샤브 종류도 엄청났다

○ 5일차, 귀국

마지막은 항상 아쉽다.

그동안 우리에게 정말 잘해줬던 중국사람들과 인사를 하니 약간은 짠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장저우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에 약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VIP 라운지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동안 잘 터지지 않았던 휴대폰으로 국내뉴스를 보시며 과자를 드시고 계신 교수님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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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강철 체력의 조규만 교수님도 쓰러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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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만 교수 강의수료 기념사진. 再见!(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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