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을 힘들게 하는 시각차 ‘1년차 봉직수의사는 모두 인턴인가?’

벳아너스·본지 공동 주최 ‘더 나은 수의사의 삶을 위한 간담회’

등록 : 2021.12.20 15:06:10   수정 : 2021.12.20 15:06:1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벳아너스와 본지가 공동 주최한 더 나은 수의사의 삶을 위한 간담회가 19일(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벳아너스 출범식에 앞서 비공개 행사로 열린 이 날 간담회에서는 반려동물 임상 분야의 어려움과 해결과제를 조명했다.

간담회는 수의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시각차’를 꼽았다. 1년차 봉직수의사의 수련 환경에 논의가 집중됐다.

수의사의 삶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산업 성장과 수의사·동물병원 증가 속도의 불균형도 지적됐다.

(왼쪽부터)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 조영광 회장,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김세홍 회장,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김지헌 회장,
아이엠디티 조광민 부대표와 서상혁 대표, 본지 이학범 대표가 참여했다.

“작은 병원과 큰 병원, 원장과 봉직수의사의 시각차 크다”

“봉직수의사와 인턴은 구분되어야 한다”

서상혁 아이엠디티 대표는 수의사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시각차를 꼽았다. 작은 동물병원과 큰 동물병원, 원장과 봉직수의사의 시각차가 큰데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소통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보호자 교육에서도 수의사들 간의 시각차가 있다. 더 많은 진료를 하고 싶은 병원은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보호자 교육이 필요하다. 반면 보호자가 더 까다로워진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수의사도 있다.

원장과 봉직수의사의 입장도 다르다. 원장은 진료진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별개로, 봉직수의사는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시각차가 드러낸 문제로 1년차 봉직수의사에 초점을 맞췄다. 잘 진료하는 수의사를 양성하는 체계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광 대공수협회장은 “의사는 인턴(수련의)이 제도화된 신분이지만 수의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의사는 면허 취득 직후 최소 병원급인 수련병원에서 인턴으로서 수련을 받는다. 반면 임상수의사가 임상대학원생으로서 대학병원에서 수련받는 경우는 소수다. 대부분 일선 동물병원에서 1년차를 보낸다.

하지만 1년차를 보내는 동물병원의 규모나 교육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일부 대형동물병원이 자체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긴 하지만, 대부분 자세한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통용되는 표준도 없다.

젊은 수의사들은 더 좋은 수련 환경과 봉급을 원하지만, 동물병원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김지헌 고양이수의사회장은 1년차 수의사가 의욕과 기대치는 높지만, 병원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목했다. 김 회장은 “1년차를 가르치는데 병원도 힘이 들고,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마땅치 않다”면서 다수의 일선 동물병원에서 2년차 이상의 수의사를 선호하는 현상을 언급했다.

서상혁 대표는 “봉직수의사와 인턴(수련의)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 성과에 따라 급여를 받는 봉직수의사와 근무·교육을 함께 하는 인턴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인턴이라면 이론·실기를 포함해 최소한 익혀야 할 역량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현재 1년차 봉직수의사의 급여 수준은 지역·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월 300만원 내외다. 최근 몇 년간 의사 인턴 급여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결국, 수련 환경 개선이 주요 과제로 남은 셈이다.

서상혁 대표는 “동물병원도 좋고, 1년차 봉직수의사도 좋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학생 교육과 수의사 교육은 다른데, (수의사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수의사 교육에 있어 병원의 부하를 줄여주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벳아너스 출범식에서 학술은 물론 영상에 기반한 기초 실기교육을 지원하는 형태를 내비쳤다. 당장 내년 3월 1년차 수의사의 입사에 맞춰 벳아너스 회원병원의 원내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수의사는 지쳐 있고 동물병원은 빠르게 늘어난다

김지헌 회장은 “수의사의 사회적 위상이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예전보다는 낫다’며 자기만족에만 머무르고 있다. 수의사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를 억누르고만 있다”면서 “수의사에게 워라밸은 사치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 있다”고 토로했다.

외형적으로는 소위 ‘잘 나가는’ 동물병원의 원장도 짐을 나눌 동업자를 찾아 헤매거나 아예 그만두기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동물진료비 관련 이슈가 이어지며 수의사를 적폐로 보거나, 수의사의 업무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도 수의사를 힘들게 한다.

수대협 김세홍 회장과 대공수협 조영광 회장은 수의사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의사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만년 유망직종인 수의사의 ‘유망함’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산업 발전속도의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상혁 대표는 “동물의료시장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수의사가 배출되고 동물병원이 새로 생기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최근 봉직수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이 심화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소통이 중요하다. 수의사들이 모여야 답답함을 풀 수 있다는 생각이 벳아너스를 구상한 핵심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