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 버는 동물병원이 점점 더 잘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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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는 동물병원이 더 잘 번다”, 통계적으로도 사실일까? -지니계수와 로렌츠 곡선을 활용한 동물병원 소득 격차와 상위 10% 이익 집중도 분석 : 양이삭 수의사

임상수의사 사이에서 흔히 언급되는 속설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 버는 동물병원은 더 잘 벌고, 안 되는 동물병원은 더 안 된다” 는 말이 있다. 이는 많은 현업 수의사들의 경험으로부터 구전되었기에 검증 없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국가통계상으로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는지(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출/수익의 상위 병원과 하위 동물병원 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지) 확인한 경우는 없었다.

이에 지난 기고문 (통계청 MDIS 데이터셋을 이용한 2018년 기준 수의업 사업자 매출·이익 분석, 상위 10% 동물병원 연매출 13.5억원, 영업익 1.6억원(클릭) 등)과 같은 데이터를 활용, 지난 10여 년간 수의업 사업자들의 지니계수와 로렌츠 곡선, 상위 10% 동물병원의 매출/이익 집중도를 산출하고, 기타 보건사업자군과 비교했을 때 수의업 사업자 간 이익 불평등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경제적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히 활용되는 것은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다.

로렌츠 곡선은 값(소득)이 낮은 순서대로 대상(인구)을 정렬해, 총계를 1로 설정하고 x축에 대상의 누적 비율을, y축에 소득의 누적 비율을 표시해 개별 값을 연결한 선이다.

모든 대상이 완전히 동일한 소득을 가진다면 y=x인 직선이 되지만 현실에는 소득분배의 격차가 있기에 이 선은 곡선을 이루며, 로렌츠 곡선이 y=x 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소득의 불평등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지니계수는 y=x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의 면적을 y=x선 아래 삼각형 전체 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지니계수는 0에서 1 사이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소득의 불평등이 심한 상태를 나타낸다.

지니계수는 한 사회에서 전체적인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정량적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특정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분석은 어렵다는 맹점도 지적된다. 이에 참고할만한 또 다른 지표로서 상위 10% 소득집중도(상위 10% 고소득자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함께 산출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잘 되는 동물병원은 실제로 더 잘 된다.

2018년과 2008년의 수의업 매출 로렌츠 그래프

2018년과 2008년의 수의업 영업이익 로렌츠 그래프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수의업 사업자의 매출/이익 지니계수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상위 10% 사업자의 매출/이익 집중도

수의업 전체의 (매출)지니계수는 2008년 0.514에서 2018년 0.548로, (영업이익)지니계수는 2008년 0.512에서 2018년 0.6으로 상승했다. 연도별 상위 10% 수의업 사업자의 (매출) 집중도는 2008년 0.424에서 2018년 0.456으로, (영업이익) 집중도는 2008년 0.356에서 2018년 0.377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영업익 상위 10% 동물병원이 전체 사업자군 수익의 38%를 가져간다.

꺾은선그래프에서 나타나듯 과거 10년간 수의업의 사업자 간 매출/이익 격차는 지니계수, 상위 10% 집중도 어느 지표로 보더라도 전체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 특히 영업이익 지니계수의 가파른 상승이 두드러지며, 이는 개별 동물병원 경영 양태에 따른 수익 양극화가 겉으로 보이는 매출격차보다도 더 클 수 있음을 암시한다.

2. 잘 되는 1인 동물병원도 더 잘된다.

혹시 이러한 결과가 실제 양극화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단지 과거보다 대형 동물병원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연도별로 종사자수가 3인 이하인 데이터만을 따로 분리해 실질적인 1인 동물병원 그룹으로 간주하고 분석했다.

2018년과 2008년의 3인 이하 수의업 매출 로렌츠 그래프.

2018년과 2008년의 3인 이하 수의업 영업이익 로렌츠 그래프.

2008년으로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3인 이하 수의업 사업자의 매출/이익 지니계수

2008년으로부터 2018년까지 3인 이하 수의업 상위 10% 사업자의 연도별 매출/이익 집중도

3인 이하 수의업 사업자의 (매출)지니계수는 2008년 0.496에서 2018년 0.529로, (영업이익)지니계수는 2008년 0.5에서 2018년 0.59로 상승했다. 연도별 상위 10% 3인 이하 수의업 사업자의 (매출) 집중도는 2008년 0.298에서 2018년 0.438로, (영업이익) 집중도는 2008년 0.325에서 2018년 0.334로 상승했다.

즉, 분석대상을 종사자 3인 이하 사업장으로 한정하더라도 동물병원 간 매출/이익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다른 보건사업자 전문직역군과 비교했을 때 수의업 내부의 소득 격차는 큰 편이다.

마지막으로 수의업 내부의 사업자 간 소득 격차 수준이 다른 업종과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땐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기 위해, 수의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의 지니계수와 상위 10% 수익(영업이익) 집중도를 산출했다.

2018년 기준, 수의업과 타 업종의 영업이익 로렌츠 곡선 비교

2018년 3인 이하 사업자 기준 수의업과 타 업종의 영업이익 로렌츠 곡선 비교

2018년 3인 이하 사업자 기준, 수익(영업이익) 지니계수 및 상위 10% 집중도

분석결과 4개 업종의 3인 이하 사업자 가운데 동물병원의 지니계수(0.59) 및 상위 10% 사업자 수익집중도(0.344)가 가장 크며, 치과의원의 지니계수(0.426) 및 상위 10% 사업자 수익집중도(0.155)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물병원 개원은 타 의료계열 전문직역의 개원보다 기대수익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직역 내부에서의 경쟁을 이겨내고 상위 그룹이 되었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열매(수익의 상대적 크기)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분석자료가 현업에 계신 분들, 혹은 임상(개원)을 희망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서비스업조사는 업종별로 지역, 종사자 수, 매출규모 등을 감안해 표본집단을 설정하는 표본조사로 시행됩니다. MDIS의 원자료는 모든 개별사업자의 자료가 아닌 표본조사 대상의 원자료를 의미하며, 모집단 (추정)데이터 산출을 위해 사업자승수로 표본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무적으로 동물병원에서 (수의업이 아닌 다른 사업자 역시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이나 비용이 해당 사업자 명의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조사/분석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경우 0으로 보정해 분석한 결과임도 알려드립니다.

통계 원자료는 MDIS 포털(https://mdis.kostat.go.kr/) 에서, 서비스업 조사 통계 자체에 대한 설명자료는 나라통계운영 홈페이지(http://www.narastat.kr/metasvc/svc/SvcMetaDcDtaPopup.do?confmNo=101027) 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고] 잘 버는 동물병원이 점점 더 잘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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